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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노무라 할아버지의 한국사랑

[일사일언 컬럼] 노무라 할아버지의 한국사랑

▲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지난주 사무실로 작은 소포가 하나 배달됐다. 그 안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어린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때마침 며느리가 일하고 있는 치과병원에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 있어서 모아 보냅니다”라는 간결한 내용의 편지 한 장과 어린이용 칫솔 300개가 곱게 포장돼 있었다.

보낸 분은 일본인 목사이면서 사회운동가인 노무라 모토유기(野村基之) 할아버지였다. 그는 서울 청계천 판자촌으로 대표되는 1960~ 1970년대 한국 서민을 담은 사진들을 서울시에 기증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10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자신의 사진전시회를 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푸르메재단이 운영하는 어린이재활센터를 찾은 그는 머리에 온통 침을 꽂은 채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어린이들을 일일이 안아주며 한국과 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거대한 한국 교회 안에서 사라진 하나님이 이곳에 살아계시는 것을 실감했다”며 그는 오만원권 한국지폐 한 장과 일만엔 일본지폐를 맡겼다.

노무라 할아버지는 일본 내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일본제국주의가 저지른 과거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1960년대 후반 고(故) 제정구 의원 등과 함께 청계천변에서 빈민운동을 해왔다. 그는 일본을 50여 차례나 드나들며 지인들에게 사업기금을 모아왔다. 빈민운동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청계천변에 세워진 판자촌 사람들의 모습을 찍었고 그 사진들을 한국인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노무라 할아버지는 “진리는 늘 승리하는 법이기에 내 아들 이름도 마코토(眞理)라고 지었다”며 웃었다. 앞으로 한국 장애어린이에 대해 관심을 갖겠다는 그는 5월말 다시 한국을 찾겠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한 양심적인 일본 지식인의 한국에 대한 미안함이 이제는 한국 장애어린이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