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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돈 생각 않고, 재활병원 건립만 생각”

[재능을 나눕시다] “돈 생각 않고, 재활병원 건립만 생각”

건축설계 전문기업 간삼
모두가 거절한 재활병원 설계이윤 포기하고 선뜻 뛰어들어 기초 설계 마무리…내년 착공

내년 봄 착공 예정인 장애인재활병원 ‘푸르메 재활병원’은 나눔으로 지어진다. 경기도 화성시가 병원 부지 1만1500㎡(3500평)를 무상으로 내놓았고, 재단 출연금에 기업과 시민단체 기부금을 더해 38억여원을 모았다. 여기에 건축설계 전문기업 ‘간삼’도 재능을 나눠 병원 설계를 맡기로 한 것이다.

푸르메재단은 2004년 ‘장애인 재활병원’ 건립을 목표로 설립됐다. 2008년 12월 화성시에서 땅을 제공 받은 뒤 본격적인 병원 건립이 시작됐지만, 예산이 부족했다. 전체 건설 예산(350억원)의 10분의 1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10억~20억원이 드는 설계비로 많은 돈을 쓸 수 없었다.

서울 종로구 푸르메재단 사무실에서 건축설계 전문기업‘간삼’오동희(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장과 푸르메재단 백경학 (오른쪽에서 세번째) 상임이사가 장애인 재활병원 설계와 관련해 회의를 하고 있다.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푸르메재단 백경학(47) 상임이사는 대형 설계 사무소 6~7곳을 찾아다니며 “장애인 병원을 짓는데 설계를 조금만 싸게 해 달라”고 사정했다. 되돌아온 답변은 “우리 회사는 병원 설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뿐이었다. 백 상임이사는 “통상 150병상 규모 병원 설계비로 15억~16억원 정도 드는데, 재단에서 ‘좋은 일이니 깎아달라’고 말하니 거절한 것 같다”고 했다.

그때 재단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조인숙(56) 다리종합건축 대표가 재활병원 설계 경험이 있는 간삼을 추천했다. 백 상임이사는 곧바로 간삼 오동희(52) 사장을 찾아갔다. 오 사장은 “고민해 보겠다. 1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는 “당시 다른 건물들을 설계하느라 여력이 없었다”며 “재활병원의 경우 공정이 까다로워 한 번 설계가 시작되면 건축사 3명이 반년 정도 전담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됐다”고 했다. 오 사장은 다시 찾아온 재단 사람들에게 “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마저 거절하면 병원 건립이 한없이 늦춰질까 걱정이 됐다”고 했다.

간삼은 전기시설 등 외부 설계 용역 비용인 3억원만 받기로 하고 병원 전체 설계를 맡기로 했다. 착공 이후 감리도 무료로 해 주기로 했다.

결정은 신중했지만 진행은 신속했다. 작년 6월 말 간삼 홍석기(41) 소장과 재활병원 운영을 컨설팅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50) 교수, 화성시 관계자 등 5명이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은 “한국에서 제일 좋은 재활병원을 짓기 위해” 7박8일 동안 유명 재활병원인 독일 훼헨리트(Hohenried), 스위스 노트빌(Nottwil)의 재활센터 등 6곳을 꼼꼼히 둘러봤다.

푸르메재단과 간삼은 한 달 평균 5~6회 정도 함께 회의를 했다. 설계가 진행되는 다섯 달 동안 설계안은 다섯 번 이상 바뀌었다. 처음 1만㎡(3300평)이던 설계면적은 2만5000㎡(7500평)로 늘어났다. 환자와 환자 가족의 안전을 생각해 지상에 지을 예정이던 주차장은 모두 지하로 넣었다. 계획에 없던 가족호텔, 의료진 기숙사, 수영장도 짓기로 하고 설계를 해줬다. 푸르메재단 정태영(37) 팀장은 “간삼의 열의를 쫓아가기 힘들었다”고 했다. 오 사장은 “공짜로 해줘서 질이 떨어졌다는 말은 절대 들어선 안 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고 했다. “내놓는 결과에 따라서 우리 기부의 가치와 실력이 드러나는 것이니까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기초 설계는 지난달 최종 마무리됐다. 내년 착공에 맞춰 상세 시공에 쓰일 실시 도면도 간삼에서 도와주기로 했다.

백 상임이사는 “간삼이 없었더라면 내년 봄 착공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 예산의 10분의 1 정도밖에 모이지 않아 걱정이 많지만 이렇게 재능나눔으로 큰 힘을 얻게 됐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완공해 아름다운 병원 모습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이인묵 기자 redsox@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