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제] “사랑의 병원 지어줄 따듯한 건설사 없을까요?”

[초대석] 장애인병원 건립 추진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가난한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지어줄 건설회사가 없을까요?”

청와대 인근에 위치한 비영리공익단체 푸르메재단에서 만난 백경학(47) 이사는 요즘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다. 자신과 뜻을 같이할 건설회사를 찾으려 밤낮을 잊고 뛰고 있다. 그를 만났을 때 첫마디도 이 맥락의 질문이었다.

그는 장애어린이 재활센터 건립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푸르메재단이 최근 종로구청으로부터 공영주차장 부지(2000㎡)를 지원받으면서 모처럼 띤 활기를 자칫 잃을까 고심하고 있음이 쉽게 엿보인다. 그는 이 부지에 장애어린이를 위한 재활센터와 함께 지역 장애인복지관 건립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으로 건설비용 마련에도 애쓰고 있는 그는 “장애어린이 재활센터 건립에 뜻을 같이할 건설사를 찾는다. 건설업체에 건설비용을 지급하되 (업체가) 이윤을 되도록 줄이는 쪽으로 참여하려는 곳을 간절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드라마틱한 ‘터닝포인트’

푸르메재단은 기부금과 사용액을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는 ‘투명한’ 공익단체로 유명하다. 볼펜 하나 사는 비용까지 알릴 정도니….

재단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그는 사재의 대부분을 재단기금으로 내놓았다. 자신의 드라마틱한 인생경험을 에세이로 엮은 <효자동 구텐 백> 인세도 전액 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는 잘나가던 기자생활도 접고 현재 재단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면 지금도 언론사 기자로 생활하지 않았을까….”

그가 푸르메재단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드라마틱하다. CBSㆍ동아일보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그는 1996년에 언론재단 지원을 받아 독일 뮌헨대학으로 연수를 떠났다. 귀국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온 가족이 떠난 영국여행에서 큰 교통사고를 겪었다.

3개월간 혼수상태로 있던 그의 아내는 결국 왼쪽 다리를 잃었다. 다시 독일로 돌아왔고, 아내는 1년6개월 동안 재활치료를 받았다. 귀국했지만 국내에는 영국ㆍ독일에 비해 장애인 재활시설은 물론 의료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이때 다양한 선진국형 장애인재활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믿음이 생겼다.

“한국에 돌아온 길로 장애인 전용병원을 건립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당장 의료법인을 만들기엔 병원 부지나 설립 기금이 없었지만 말이다. 의료법인 전 단계로 비영리재단법인을 설립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준비작업을 벌였다.”

법인 설립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던 그는 도저히 월급쟁이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 10여 년간의 기자생활을 접었다. 재단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독일 유학시절 친하게 지낸 지인과 함께 맥주회사를 차리는 등 기초자금을 모으는 데 매진했다.

“독일 유학시절 경험을 살려 뜻하지 않게 하우스맥주 전문점도 차리게 됐다(웃음). 다행히 맥주사업은 잘 됐고, 그 지분을 푸르메재단 설립을 위한 기본금으로 기부했다.”

그는 아내가 받은 사고 피해보상금 10억원도 재단에 기부했다. 푸르메재단은 그렇게 그의 사재로부터 시작됐다.

장애인 편하게 이용할 재활병원 꿈꾼다

푸르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 재활시설사업은 2건이다. 우선 화성시 일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푸르메재활전문병원에 대해 물었다.

“화성병원의 설계는 거의 마무리됐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병원부지 4만㎡를 제공키로 한 상태다. 건립기금은 당초 350억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점점 늘어 500억원이 소요될 듯하다.”

그는 화성병원에 대해 큰 꿈을 가꾸고 있다.

“요즘 병원들은 점점 콘크리트와 함께 위로 올라만 간다. 우리 병원은 환자들이 조용히 산택하고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 한다. 규모는 150개 병상 정도를 검토하고 있다.”

그는 병원에서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도 힘들뿐더러 간병도 가족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개선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병원이 24시간 동안 환자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인격체로 존중하는 따듯한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평등한 병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보증인제도처럼 아직까지 어려운 사람들이 치료받기엔 문턱이 높다. 어려운 사람들이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이 뜻을 같이하는 사회운동이 벌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편견의 벽부터 깨야

서울 종로구 신교동의 푸르메재단 건물에는 이미 장애인을 위한 병원시설이 들어서 있다. 1층에는 푸르메 나눔치과, 2층에는 푸르메 어린이재활센터를 운영 중이다. 장애인 전용 치과인 푸르메 나눔치과는 치료비를 일반 치과의 절반만 받는다. 서울대 치대 교수를 지낸 장경수 원장이 이끌며, 그의 후배 의사들이 자원봉사로 힘을 보태고 있다.

“장애인 전용 병원에서 진료 받기 위해 먼 곳에서 오시는 분도 많다. 얼마 전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가 창원에서 올라오셨다. 새벽에 기차를 타고, 버스와 택시를 갈아 타고 오셨다. 일반 환자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하다고 하셨다.”

이 같은 모습이 장애인을 위한 전용 치료병원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그는 강조했다.

수익을 줄이더라도 건설해 줄 업체를 찾는다푸르메재단은 요즘 종로구청으로부터 기증 받은 효자공영주차장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다. 이곳에 장애인 어린이재활센터 및 복지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설계는 이미 끝냈다. 이가건축사사무소의 지원으로 진행했다. 그는 최소 비용으로 이 시설을 지어줄 건설업체를 절실히 찾고 있다.

“푸르메재단의 뜻을 잘 이해할 건설업체를 찾아다니고 있다. 장애인의 아픈 마음을 따듯하게 보듬어 줄 시설을 제대로 건설할 업체와 연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의 바람은 이뤄지리라 기대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의료진이 24시간 환자를 가족처럼 보살피는 병원, 콘크리트 빌딩에 환자가 갇혀 있는 병원이 아니라 마치 내 집 같은 목조주택에서 푸른 잔디와 오솔길을 거닐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병원을 앞으로 계속 만들어 가고 싶다.”

박우병기자 mj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