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장애아를 키운다는 건?… 불완전함을 통해 배운 진짜 중요한 것들

 


장애아를 키운다는 건?...
불완전함을 통해 배운 진짜 중요한 것들

2012-03-13

 "너는 틀린 게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이야"
자폐증·조울증 가진 제니퍼가 남들 앞에 서기까지

부모에게 자식은 최고의 기쁨이자 완벽함 그 자체다. 하지만 만약 내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면? 완벽함에 집착하는 이 세상에서 '불완전한' 존재로 낙인찍혀 살아가야 한다면?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고통과 괴로움이 얼마나 깊을까?

신간 <조금 달라도 괜찮아>는 아스퍼거증후군(자폐증)과 양극성장애(조울증)를 가진 딸을 키우는 지나와 패티 자매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고통이나 절망과 같은 말로 여기는 것과 달리 이들은 오히려 장애로 인해 알게 되는 즐거움과 기쁨을 이야기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돕는 '푸르메 책꽂이'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저자들은 자녀의 장애 판정으로 인한 슬픔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장애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깨는 '불완전 운동'을 펴 나간다.

그와 함께 아이의 장애를 통해 우리 모두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일상의 작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과정이 약간의 눈물과 넘치는 웃음 속에 펼쳐진다. 세상에 유쾌 상쾌한 어퍼컷을 날리는 두 엄마의 분투가, 완벽하기 위해 애면글면하는 '불완전한' 우리 모두에게 "조금 달라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완벽함에 집착하는 이 세상에서 '불완전한' 아이를 키우는 일에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부분은 있다"는 것. 어떻게 장애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일까?

물론 이 책을 쓴 지나와 패티 자매도 다른 부모들처럼 '완벽한' 아이를 기대했다. 지나는 갓 태어난 딸 케이티를 보고 모델 크리스티 브링클리의 딸과 바뀐 줄 알았고, 자라면서 끊임없이 점프하고 손을 날개처럼 흔들어 대는 것도 그저 귀엽게만 생각했다.

언니 패티 역시 꿈에 그리던 직모(直毛)를 가진 제니퍼를 보며 흐뭇해했다. 짜증이 늘고 감정 기복이 두드러지는 건 예민한 성격 탓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손을 퍼덕이는 것은 아스퍼거증후군, 극심한 감정 변화는 양극성장애의 징후였다.

사실 아스퍼거증후군과 양극성장애는 보기 드문 장애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인 중에도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 메달을 받은 리처드 보처즈 케임브리지대 수학과 교수는 아스퍼거증후군을 갖고 있으며, CNN의 설립자 테드 터너와 영화감독 팀 버튼은 양극성장애가 있다. 하지만 장애를 동정과 무지,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케이티와 제니퍼가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엄마인 지나와 패티가 제일 먼저 부딪힌 것도 그런 시선이었다. 특히 자기 아이가 얼마나 똑똑하고, 운동을 잘하고, 재능이 있는지를 자랑하는 다른 '완벽한' 부모들의 말을 들을 때면 장애아 부모들은 입 닥치라고 외치고 싶다. 그렇다고 완벽한 부모들의 행동이 장애아 부모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무시하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냥 장애를 모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부모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장애에 무지하다. 특히 발달장애와 정신장애는 신체장애와 달리 차이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이해를 받기가 쉽지 않다. 케이티가 손을 날개처럼 퍼덕이는 행동도 아스퍼거를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그저 버릇없는 행동으로 보일 뿐이다.

그래서 두 엄마는 고민했다. 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실히 공개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우리 아이를 그냥 무례하거나, 버릇없거나, 산만하다고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나을까? 그런 고민 끝에 지나와 패티는 아이들의 장애를 공개하는 쪽을 선택했다. 왜냐고? 부모니까.

아이가 장애가 있든 없든 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아이가 행복하게, 사회에서 소통하며 살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장애가 있는 케이티와 제니퍼의 경우에는 장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그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래서 지나와 패티는 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강연을 다니며 사회의 무지를 깨기 위해 노력한다. 자칭 '불완전 자매'의 '불완전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편, 저자들은 장애의 초기 징후, 학교 및 교사와 관계 맺기, 아이와 부모의 스트레스 해소법 등 장애아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은 물론 장애아와 그 가족을 만날 때 주의할 점, 친구나 친척이 도울 수 있는 방법 등 비장애인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담았다.

지은이 지나 갤러거와 퍼트리샤 컨조이언은 유머로 똘똘 뭉친 자칭 '불완전 자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인 동생 지나(왼쪽)는 매사 안달복달하는 완벽주의자. 만사태평인 아스퍼거 딸 케이티 덕분에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 둘째딸 에밀리마저 불안장애 진단을 받아 낙심했지만 꿋꿋이 이겨 나가는 중. 남편, 두 딸, 엄청난 수의 왕개미들과 함께 매사추세츠주 맬버러에 산다.

비디오 촬영기사인 언니 퍼트리샤(패티·오른쪽)는 웬만해선 눈물을 흘리지 않는 과묵한 평균주의자. 양극성장애에 시달리면서도 남을 먼저 배려하는 딸 제니퍼의 자상함과 용기에 매번 감동하곤 한다. 남편, 세 자녀와 함께 매사추세츠주 앤도버에 살고 있으며, 1978년부터 줄곧 다이어트 중이다.

아이의 장애로 고민하던 불완전한 두 엄마는 딸들을 바꾸는 대신 세상을 바꾸기로 했다. 아이의 장애를 당당히 밝히는 '불완전 운동'을 통해 다른 장애아 부모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비장애인들에게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은이:지나 갤러거/퍼트리샤 컨조이언 펴낸곳:도서출판 부키 296쪽/13,000원

'푸르메 책꽂이'는 장애인을 위해 재활 병원을 건립하는 푸르메재단과 도서출판 부키가 함께 만드는 시리즈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있다. 증권 전문가 최중석 씨가 푸르메재단에 기부한 출판기금을 씨앗으로 하여 지금까지 3권의 책이 나왔다.

노컷뉴스 김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