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발달장애 준민이 "학교가 즐거워요"

[함께 만드는 세상] 발달장애 준민이 "학교가 즐거워요"

2018-04-19

12일 다운증후군이 있는 송준민(7)군이 담당 치료사에게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김지아 기자]
12일 다운증후군이 있는 송준민(7)군이 담당 치료사에게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김지아 기자]
지난 12일 7살 송준민군이 담당 치료사와 함께 장애물을 건너고 그네를 탔다. 또래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지만 선천적으로 관절이 약한 송군에게는 버거웠다. 그나마 처음 체육·재활치료를 시작했던 2년 전과 비교하면 호전된 편이다. 박지성 치료사는 “처음엔 겁에 질려 장애물을 건너지도 못했는데 이제 점프까지 한다”고 말했다.

재활치료 꾸준히 받아 올해 입학
푸르메재단이 매달 치료비 지원

송군은 출생 직후 시행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다운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생후 100일 때부터 받은 재활치료 종류만 해도 연화·인지·언어·감통치료 등 총 8가지에 달한다. 현재 송군의 지적 수준은 3세, 언어발달 능력은 18개월 수준이다.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타요’,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메롱’이다.

송군의 어머니인 김영란(47)씨 부부는 빚을 내 한 달에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200만원에 달하는 재활치료비를 감당해왔다. 인쇄업에 종사하는 송군 아버지의 한 달 수입이 약 300만원 정도였는데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쌓인 4인 가족의 부채가 8000만원이었다. 김씨는 “남편은 아이가 한 살 먹을 때마다 빚이 1000만원씩 쌓인다는 웃지 못할 농담도 했다”고 털어놨다.

박지성 재활치료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송준민군.
박지성 재활치료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송준민군.

그러던 송군 가족에게 지난해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장애인 지원 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으로부터 한 달에 약 30만원씩 치료비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동네 재활의학과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가 송군의 사례를 푸르메재단에 알려 연을 맺게 됐다. 김씨는 “물을 ‘무’라고 발음하던 준민이가 재활치료를 받은 이후 ‘물 줘’라고 말하는데, 이 모습 하나만 봐도 치료를 포기할 순 없었다”며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꾸준한 재활치료 덕분에 단어 단위로 말을 하던 송군은 최근 문장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 아기 엄마가 약봉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준민이가 “엄마, 아기 아프대”라고 말한 것이다. 발음은 다소 부정확했지만 김씨는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달엔 초등학교 일반학급에 입학해 다른 아이들과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처음 한 달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요새는 스스로 ‘학교에 가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로 즐겁게 다니고 있다. 같은 반에 좋아하는 친구 ‘지은이’도 생겼다.

준민이는 남들보다 조금 느리지만, 분명 성장하고 있다. 김씨는 “8년 전 준민이를 처음 낳고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6개월간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병원에서 밝고 행복하게 뛰어다니는 한 다운증후군 아동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며 “준민이도 또 다른 발달장애 아동과 가족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22549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