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신춘가곡의 향연' 메마른 삶 적신 봄날의 선율

'신춘가곡의 향연' 메마른 삶 적신 봄날의 선율

2014-04-17

정상급 성악가 15인 가곡 대항연…3000여 관객 환호

16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20회 신춘가곡제 '신춘 가곡의 향연'에 참석한 성악가들이 열창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따러 오거든/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 주."
최고 음역대를 내는 소프라노와 가장 높은 남자 목소리를 가리키는 테너, 테너와 베이스 사이의 음넓이를 가진 남자 목소리 바리톤이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선율에 얹혀져 하나로 버무려지자 장내는 깊은 울림으로 가득찼다.
그렇게 귓가를 적시며 대미를 장식한 가곡 '봄이 오면'은 어릴 적 선생님의 풍금 반주에 맞춰 동급생들과 수줍게 눈 맞추며 부르던 한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30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중에는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보였다. 봄을 부르는 우리 가곡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CBS노컷뉴스와 푸르메재단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신춘가곡의 향연'을 열었다. 1986년 처음 열린 이래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신춘가곡의 향연은 주옥 같은 우리 가곡의 대중화에 기여해 온 가곡제다. 특히 올해에는 우리 가곡을 레퍼토리로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상의 성악가 15명이 출연해 새 봄의 서막을 열었다.
가곡은 시에 곡을 붙여 만든 서정적인 노래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첫 가곡으로 알려진 홍난파의 '봉선화'(1920) 이후 지금까지 100여 년 동안 만들어진 한국 가곡의 수는 5000곡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곡 안에 질곡 많았던 우리 민족의 삶의 애환이 오롯이 녹아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터였다.
이날 공연은 첼리스트 김영은(수원대 교수)이 첼로 협주곡 '금빛날개'를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동서양의 소리가 어우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이 곡은 의도대로 외국인이 쓴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우리 정서가 묻어나는 독특한 감성을 품고 있었다.
본 무대는 테너 윤병길이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청산에 살리라'를, 첫 소프라노로 나선 김은경이 '신 아리랑' '님이 오시는지'를 각각 들려 주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어 테너 김정규, 소프라노 이미선, 바리톤 김승철, 소프라노 고진영, 테너 나승서, 소프라노 김금희와 임청화, 테너 강무림, 소프라노 이미경, 테너 이현, 소프라노 박선휘와 신지화, 테너 신동호 순으로 두 곡씩을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달아올렸다.
특히 민요 '울산아가씨' '신고산타령' '박연폭포'가 불려 눈길을 끌었는데, 가곡과 독특한 어울림을 만들어내는 모습이었다.
이들 가곡의 가치를 더욱 빛내 준 아름다운 선율은 그동안 다양한 교향곡과 오페라 연주를 통해 그 연주력을 인정받은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서희태)가 담당했다.

가곡제를 주최한 CBS노컷뉴스 이정희 대표는 "정보와 속도로 대변되는 오늘의 시대를 살아가다 보면 치열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치열함은 필연적으로 메마름과 각박함을 수반한다"며 "만물이 새로워지는 때에 아름다운 가곡의 선율에 마음을 잠시 맡겨둔다면 언 땅에서 라일락이 피어나듯이 우리의 내면도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푸르메재단 이정식 대표는 "우리의 아름다운 시를 가사로 하는 가곡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 노래고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살아 남아 있는 추억의 노래며 우리 후손들이 부를 미래의 노래"라며 "신춘가곡의 향연이 앞으로도 50년, 100년 계속 돼 우리나라 음악의 발전과 국민정서의 함양에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데일리노컷뉴스 이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