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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장애아 재활병원 위해…” 작은 힘 보탠 천사들

“장애아 재활병원 위해…” 작은 힘 보탠 천사들

태아보험 보상금, 만기된 적금통장, 돌잔치 축의금…병원 만들어주세요 

2015-10-28

△왼쪽부터 민서양, 정현수·김진숙 씨 가족, 이민지 씨 아이들.

서울에 사는 하윤혁(가명·37)·임혜인 씨(가명·32) 부부는 장애를 가진 딸 민서(가명·4)와 함께 살고 있다. 민서는 출생 당시 의료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안고 세상 밖에 나왔다. 지금도 부모 도움 없이는 몸도 가누지 못한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민서에게 태아보험 보상금이 나왔지만, 하씨 부부는 이 돈이 아픈 세상을 위해 쓰이길 바랐다. 하씨 부부가 보상금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기금에 쾌척한 이유다. 하씨는 “민서처럼 아픈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푸르메재단이 지난해 봄부터 추진 중인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아동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며 교육과 돌봄 서비스를 병행하는 곳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이웃나라 일본에 180여 개, 독일에도 140여 개가 있는 현실과는 대조된다.

시민사회가 국내 30여만 명의 장애아동을 보듬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병원 건립에는 고 박완서 작가와 정호승 시인, 가수 션 등 시민 1만여 명과 500여 개 기업·단체가 함께했다. 병원 건립에 필요한 430억원의 기금 중 375억원이 모였다.

기부자 가운데는 아픈 사연을 가진 시민들이 유독 많다. 전남 여수에서 삼남매를 키우던 이민지 씨(35)는 4년 전 네 살배기 큰아들 준호를 잃었다. 갑작스러운 뇌출혈이었다. 사랑하는 아들과의 생이별에 이씨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남은 두 자식을 위해 다시 일어서야 했다. 최근 그가 준호 생전에 매달 2만원씩 모아두던 적금을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 건립기금에 기부한 건 그런 몸부림의 연장이었다. 이씨는 이 돈으로 준호 또래의 아픈 아이들이 도움받길 바랐다. “몇 푼 안되지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요. 우리 준호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고 기억하면서….”

정현수(42)·김진숙 씨(42) 부부도 같은 마음이다. 이들 부부는 자녀 출산과 함께 시련을 겪어야 했다. 결혼 8년 만에 얻은 귀한 아들 찬준(1)은 세상 밖을 나오자마자 인큐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심장과 폐가 온전치 못했던 찬준은 꼬박 보름가량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홀로 고통을 견뎌냈다. 그런 아들 곁을 지키며 애태우던 부부는 이 기간 찬준이 못지않게 고통받던 많은 아이들을 지켜봤다.

부부의 눈에 장애아동을 돌보기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훗날 찬준의 돌잔치 축의금을 병원 건립기금에 선뜻 쾌척한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였다. “어린이재활병원이 거의 없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어요. 우리 찬준이처럼 아픔을 겪었던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치료받고 자립할 수 있는 곳이 절실하겠더라고요.”

저마다 아픈 삶이지만 타인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세상에 건네는 손길은 각박한 세상에 한층 더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장애아동도 우리 사회의 어엿한 일원”이라며 “이들이 적절히 치료받고 건강히 성장하도록 돕는 일은 사회 구성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푸르메재단이 후원을 받으며 마포구 상암동에 건립 중인 어린이재활병원은 내년 봄 완공돼 장애아동을 향한 재활치료와 사회복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시균 기자

출처 : http://news.mk.co.kr/newsRead.php?no=1025861&year=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