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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제? 마케팅? 벼룩시장 완판하며 몸으로 익혔지요

[커버스토리] 경제? 마케팅? 벼룩시장 완판하며 몸으로 익혔지요

2015-11-08

작아서 입을 수 없는 옷과 신발, 지금은 유치해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 이제는 읽지 않아 먼지가 소복하게 쌓인 책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나에게는 쓸모 없던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되고 물건의 가치를 넘어서 희망이 되기도 합니다. 버려진 물건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일. 이번 주 소년중앙에서 소개합니다.

도전! 경제활동가

글=황정옥·이세라 기자 ok76@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현장 진행=이세라 기자, 이연경 인턴기자, 김태름(인천 간재울초 5)·이희원(서울 상암초 4)·현희연(서울 탑동초 6) 소년중앙 경제활동가, 도움말=숭실대 경영학부 김근배 교수, 참고 도서=’끌리는 컨셉의 법칙’ (중앙북스)

청소년 경제활동가로 참여한 이희원 학생이 소년중앙 독자들의 기증품을 분류하고 있다(왼쪽 사진). 가격을 정하고 있는 김태름 청소년 경제활동가.

소년중앙은 지난 5월 ‘제2회 씨앗과나무 어린이경제학교 벼룩시장’을 함께하기로 결정합니다. 벼룩시장 수익금 전액을 푸르메 재단이 진행 중인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기부하기 위해서죠. 어린이재활병원은 중증 장애를 입어 오래 병원 생활을 해야 하는 어린이의 치료·재활을 하는 병원입니다. 미국에 40여 곳, 독일 140여 곳, 일본 180여 곳의 어린이재활병원이 있지만 국내에는 현재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소년중앙은 먼저 벼룩시장 물품을 기증받는다는 알림을 냈습니다. 수익금 전액을 어린이재활병원을 짓는 데 사용하는 뜻깊은 일이지만, 물품에 일일이 사연을 적어 보내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죠. 많은 독자들이 참여하긴 어렵겠다고 생각해 편집국 기자들도 물건을 내놓았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기증품 마감날짜가 다가오자 소년중앙 편집국 앞으로 하나둘, 택배 상자가 도착했습니다. 상자에는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스케이트부터 손으로 직접 만든 팔찌까지 다양한 사연이 담긴 물품이 한가득이었죠. 좋은 일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고요. 이제는 벼룩시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물건을 팔아줄 경제활동가를 찾는 일만 남았습니다. 소년중앙 카페에 공지를 내자, 여기저기서 지원자 e메일이 들어왔습니다. 그중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는 현희연(서울 탑동초 6)·김태름(인천 간재울초 5)·이희원(서울 상암초 4) 세 명의 활동가를 선발했습니다.

기증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김태름(청소년 경제활동가)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메르스 여파로 벼룩시장이 기약 없이 미뤄진 겁니다. 잊고있던 물건들의 먼지를 털어낸 건 지난 9월입니다. 제2회 씨앗과나무 어린이경제학교 벼룩시장이 10월 31일에 열리기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왔거든요. 소년중앙팀은 9명의 기증자가 보낸 50여 개의 물품을 다시 정비하고, 세 명의 활동가와 함께 판매 전략을 짜기로 합다.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죠? 소중 경제활동가들은 어떤 전략을 짰을까요? 기증품은 희망가격에 모두 팔았을까요? 또 얼마나 많은 돈을 기부했을까요? 지금부터 경제활동가로 참여한 3인방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전략 짜기…어떻게 해야 잘 팔릴까

청소년 경제활동가들이 마케팅 법칙을 공부하고 있다. 벼룩시장 수익을 많이 올려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기부하기 위해서다.

10월 30일 오후 2시 30분. 중앙일보 2층 회의실에 현희연·김태름·이희원 학생이 모였습니다. 다음 날 열리는 벼룩시장 마케팅 회의를 위해서입니다. 학생들은 숭실대 경영학부 김근배 교수의 책 ‘끌리는 컨셉의 법칙’에서 뽑은 6가지 마케팅 법칙을 기준으로 기증품의 사연을 꼼꼼히 읽고 상태를 파악했습니다. 그 다음 각자 판매할 물건을 정했죠. 희원 학생은 “물건을 주제별로 나누자”고 제안했습니다. 희연 학생은 “’패션&액세서리·스포츠&레저·문구&책’ 세 그룹으로 나누면 좋겠다”고 정리했죠. 물건을 주제별로 진열하면 손님의 기대 심리가 높아져 판매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전략입니다. ‘법칙 4. 기대감을 높여라’를 적용한 결과죠. ‘패션&액세서리’는 김태름, ‘스포츠&레저’는 이희원, ‘문구&책’는 현희연 학생이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엔 평범한 물건을 희소성 있어 보이도록 하는 세트 구성에 들어갔습니다. ‘법칙 1. 콘셉트력을 갖춰라’입니다. 태름 학생은 분홍색 원피스·철제가방·텀블러를 짝지었습니다. “철제가방만 보면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희소성도 없어 보여요. 이 가방을 꼭 사야 할 이유가 없죠. 그래서 제품이 달라 보이도록 세트로 만들었어요.” 세트 가격은 2만원. 이름은 ‘핑크핑크 세트’입니다. ‘핑크핑크 세트’라는 이름이 ‘법칙 3. 키워드로 콕 찍어라’에도 해당돼 일석이조 효과를 볼 거라는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세트로 구성할 만한 물건들은 많았습니다. 수영할 때 쓰는 키판·오리발, 인라인스케이트·헬멧·가방, 그리고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신발 세트 등입니다. 그중 “키판은 초보자용이고 오리발은 그 반대라 둘을 묶어 팔기 힘들 거 같다”는 희원 학생의 지적이 있었죠. 결국 오리발·키판은 스포츠 군에 세트처럼 진열하되 ‘법칙 2. 제품을 오감으로 확인하게 해라’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법칙 2는 핸드메이드 고무줄 팔찌에도 적용했습니다. 기증자가 정한 가격은 대부분 1개당 1000원, 비싼 것이 2500원 선입니다. 태름 학생은 “고무줄 팔찌가 2000원이라면 사람들이 비싸게 느낄 것 같다. 그런데 착용해보면 그냥 보는 것보다 예쁘다. 비닐봉투에 포장된 팔찌를 모두 꺼내 진열하고 손님에게 착용해보도록 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홍찬빈(경기도 고양 아람초 5) 학생기자의 동생이 “필요한 친구에게 나눠주고 싶다”며 기부한 구슬 역시 오감 마케팅을 동원해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희연 학생은 “현장에서 구슬치기 게임을 벌여 이기는 사람이 구슬을 가져가도록 하겠다”고 아이디어를 냈죠.

‘기대감을 높여라’라는 마케팅의 법칙에 따라 물건을 진열하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는 현희연 청소년 경제활동가.

‘법칙 6. 눈높이 언어로 말해라’는 현장에서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손님의 연령대를 미리 알 수 없어서죠. 가격대는 예상보다 높게 책정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희원 학생은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아본 적 있는데, 손님들이 깎아달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희연 학생 역시 “피아노책 같은 경우 현재 판매가 되지 않아 희소성이 있다. 8000원에 내놓고 6000원까지 깎아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기증자가 대부분 사연을 적어 보냈기 때문에 ‘법칙 5 스토리를 개발하라’는 큰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사연이 없는 몇 개의 물건만 스토리텔링을 만들거나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했죠. 회오리 모양의 곡선 빨대가 꽂힌 텀블러 두 개는 ‘폐기능이 좋아지는 텀블러’, ‘스포츠를 좋아하는 커플을 위한 텀블러’로 키워드를 정리했습니다. 또 날개 달린 천사 장식품은 ‘우리 집을 지켜주는 수호천사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냈죠. 태름 학생은 “물건을 끊임없이 살피고, 소비자 입장에서 싼지 비싼지 판단하다 보니 많은 해결책들이 나왔다”며 “우리가 팔 물건들에는 하나하나 소중한 사연들이 담겨 있어 다 팔겠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소년 경제활동가를 위한 마케팅 법칙 6가지

1. 콘셉트력을 갖춰라…콘셉트력=차별성×필요성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비싼 이유는 희소성입니다. 희소성=차별화이기 때문에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죠. 제품의 필요성도 중요합니다. 차별화된 제품이라 해도 소비자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살 이유가 없어서죠.
사례 | 대유 위니아는 1995년 최초의 김치냉장고를 내놓아 기존의 냉장고와 콘셉트 차별화에 성공했다. 동원F&B의 ‘즉석 발아현미밥(2007)’은 그 반대다. ‘즉석 쌀밥’에서 ‘즉석 현미밥’으로 제품을 차별화했으나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2009년 ‘즉석 쌀밥’으로 콘셉트를 바꿨다.

2. 제품을 오감으로 확인하게 해라
감각도 중요합니다. 언어로 나열한 콘셉트를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차별성·필요성을언어로 이해한 다음, 만지고 입어 보고 냄새를 맡는 등 감각으로 제품을 느끼게 하는 거예요.
사례 | ‘100% 새지 않는 완벽한 밀폐력’이 콘셉트인 락앤락 용기. 2001년 홈쇼핑방송을 타고 ‘완판’했다. 방송에서 완벽한 밀폐로 물속에서도 젖지 않는 지폐를 보여줬기 때문. 이에 자극 받은 타 브랜드는 ’밀폐는 기본, 항균까지‘라는 콘셉트로 제품을 출시했지만 오감을 통해 ‘항균 기능’을 느끼는 전략에 실패했다.

3. 하나의 키워드로 콕 찍어라

제품의 콘셉트는 주로 말(언어)로 표현됩니다. 바꿔 말하면 제품이 좋다고 말해줄 언어가 잘 드러나야 하죠.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언어가 바뀌지 않으면 소비자는 품질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사례 | 1971년 출시된 여성용품 코텍스는 ‘어머니 세대가 쓰는 낡은 이미지’가 있었다. 성능을 개선하면서 유한킴벌리는 ‘화이트’로 이름을 바꾸고 ‘깨끗함이 달라요’란 카피를 강조했다. 키워드로 품질력을 강조한 결과 화이트는 업계 1위를 탈환했다.

4. 기대감을 높여라

소비자는 제품의 겉모습을 보고 구매를 결정합니다. 처음 써보는 물건이 어떨지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려워서죠. 그래서 ‘제품이 좋아 보이도록 하는’ 단서를 찾습니다. 품질단서는 보통 언어로 표현되지만, 디자인이나 포장으로도 표현할 수 있어요.
사례 | 우유 제품 포장에 명화를 인쇄해 넣은 덴마크 우유. 사실 ‘우유와 명화’는 얼핏 연관성을 찾기 어렵지만, 포장에 명화를 넣은 패키지는 우유 맛을 더 좋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제품의 기대감을 더 높여준 결과다.

5. 스토리를 개발하라

“강력한 브랜드가 되려면 사람들이 계속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스토리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 브랜드컨설팅회사 싱크토피아의 경영자 패트릭 한론의 말입니다. 스토리를 통해 소비자가 콘셉트를 상상하도록 만드는 게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사례 | 메이블린은 누나를 버린 남자의 마음을 돌릴 방법을 연구하다 바셀린에 석탄가루를 혼합해 마스카라를 만들었다는 스토리로 유명하다. 진하고 풍성해진 속눈썹 덕분에 누나 메이블은 남자의 마음을 다시 되찾았다. 메이블의 동생 톰 라일 윌리엄스가 차린 회사가 바로 메이블린.

6. 소비자 눈높이 언어로 말해라
판매자가 소비자와 소통할 때는 반드시 소비자의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김근배 교수는 공자의 이야기를 들어 소비자 눈높이 언어를 설명합니다. “중급 이상의 사람에게 상급의 말을 해줄 수 있지만, 중급 이하의 사람에게 상급의 말을 해줄 수 없다”

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19025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