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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줄어드는 도움의 손길, 큰 손이 나섰다

 [더 나은 미래] 줄어드는 도움의 손길, ‘큰 손’이 나섰다

2016-04-26

고액 기부 트렌드

 /Getty Images Bank

4월 초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이하 유니세프)에 2억원이 입금됐다. ‘개도국 아동들을 위해 써 달라’는 한 자산가의 기부금이었다. 2014년 12억원, 2015년 10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올해 동티모르의 식수 위생 및 아동 교육을 위해 3년간 5억원 기부를 추가로 약정한 것. 김쟈넷 유니세프 후원5팀장은 “지난 2월 동티모르 필드트립(Field Trip·해외 사업장 방문)에 참여하신 직후 기부 의사를 밝히셨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5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스클럽(Honors club)’을 발족하고, 회원들의 희망국가 및 유니세프 사업 현장을 방문하는 ‘필드트립’을 예우 서비스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김연아 선수, 패션그룹 형지 최병오 회장, 배우 안성기·원빈·장근석·이민호·송중기 등 30여명이 아너스클럽에 가입했다. 게다가 필드트립을 통해 개도국의 열악한 환경을 접한 아너스클럽 멤버 중 상당수가 후속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김 팀장은 “최근엔 30~40대의 유산 기부 문의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생명보험 등 보험 수익금이 유니세프 앞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기부 보험 가입자 수가 30명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지인 초청 행사, 기관별 협력···고액 모금 확산 비결

비영리단체들의 고액 모금 쟁탈전이 한창이다. 고액 기부자 맞춤형 상품을 만들거나 전담팀을 신설하는 곳이 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국내 최초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클럽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수가 지난해 12월 1000명을 돌파한 만큼 “점차 줄어드는 소액 후원을 보완할 강력한 수단으로 고액 모금이 떠오르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기아대책은 2014년 10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필란트로피클럽(Philanthropy Club)’을 발족하고, 고액 모금을 전담하는 ‘메이저기프트(Major Gift)’팀을 신설했다. 김정호 NHN 경영고문, 김영걸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폐품과 공병을 팔아 개도국에 우물 19개를 지은 노국자 할머니 등 7명으로 시작한 필란트로피클럽은 1년 반 만에 26명으로 확산됐다. 정규상 기아대책 메이저기프트팀장은 “기존 고액 후원자분들께 조언을 받으며 타당성 조사를 했는데, ‘더 빨리 시작하지 그랬느냐’며 선뜻 필란트로피클럽에 가입해준 분들이 대다수였다”면서 “매년 필란트로피클럽 회원의 가족 및 지인을 초대하는 ‘나눔의 장’을 진행하는데, 지난해엔 이 행사를 통해서만 10명이 추가로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기관별 협력을 통해 고액 모금을 확대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2014년 12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 ‘더미라클스’를 론칭한 푸르메재단은 올해 공동모금회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어떤 기관에 1억원을 기부하든지 아너소사이어티와 더미라클스 두 곳의 예우 서비스를 모두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백해림 푸르메재단 모금팀장은 “공동모금회는 법정 기부금 단체라 세금 공제 혜택이 더 크고, 아너소사이어티란 명예도 함께 얻을 수 있어서 적극 권유드리고 있다”면서 “더미라클스 회원 12명 중 3명이 공동 회원으로 가입할 만큼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1000만원으로 금액 조정···맞춤형 서비스 전략으로 맞서

고액 모금의 단위를 1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해 맞춤형 서비스 전략을 펼치는 단체들도 늘었다. 굿네이버스는 4월 8일 연간 1000만원 개인 후원자 모임인 ‘더네이버스클럽(the neighbors club)’을 론칭했다. 후원자마다 일대일 기부 컨설팅을 진행한 뒤, 굿네이버스 국내 및 해외 현장과 연결해 사업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현재 가입자 수는 9명. 1년에 83명의 아동을 후원하는 기부자, 아프리카 말라위 사업 또는 국내 아동 교육 지원 등 특정 분야를 지정하는 등 고액 기부 형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학 모금가를 영입한 월드비전은 지난해 말 1000만원 이상 기부자를 대상으로 ‘단독 사업 기부’ 상품을 론칭했다. 식수 개선, 학교 건축 등 후원자가 관심 있는 분야를 선정하면 상담을 통해 맞춤형 사업계획서를 제안하고, 기부자와 함께 사업을 설계 및 진행하는 방식이다. 중간 보고서, 결과 보고서는 물론 직접 현장에 가서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황신애 월드비전 모금팀장은 “단독 사업은 최소 1000만원부터 설계가 가능한데, 억 단위 사업에 대한 문의가 지난해보다 2~3배 이상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월드비전은 유산 기부, 보험 기부, 공익 신탁 등 다양한 계획 기부 상품을 통해 후원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한국컴패션 역시 지난해 10월 ‘믿음의 유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어머니의 유산 중 1000만원을 컴패션에 보내온 한 후원자의 기부금이 씨앗이 됐다. 고유란 한국컴패션 홍보팀 담당자는 “연금 수령자를 컴패션으로 지정해 후원을 시작한 기부자를 비롯해 예금, 부동산 등 유산 기부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25/201604250184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