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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꿈 담은 빵과 커피 “자립 기회로 새로운 삶 만들어요”

 [더 나은 미래] ‘꿈’ 담은 빵과 커피 “자립 기회로 새로운 삶 만들어요”

2016-09-20

‘SPC그룹’ 장애인 제빵시설·교육 지원&고용창출
장애인 제빵 교육·시설 투자 등 기업 특색 살린 지원 돋보여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서 취업 도와 지속적 관리까지

“제대로 빵을 배우고부터 자신감도 커졌어요. 훗날 제 이름을 건 멋진 빵집을 차리는 꿈도 생겼죠.”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의 중증 장애인제빵작업시설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이하 소울베이커리)’ 교육장에서 만난 이혜린(34·자폐장애 2급)씨는 2시간 넘게 서서 햄버거 만들기 실습을 한 뒤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밝게 말했다. 이날은 제과·제빵 전문 교육기관인 ‘SPC 컬리너리 아카데미’의 임정현(45) 강사와 그의 제자들이 한 달에 한 번 시설을 방문해 장애인들에게 체계적인 제빵 교육을 해주는 날. 이씨는 한 달간 이 수업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그녀는 “6년 전 소울베어커리에서 제빵 일을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교육 공간도 없었고 제대로 빵을 배우지 못한 채 바로 현장에 투입돼 혼나는 일이 많았다”며 “이 수업이 생긴 뒤엔 휴일에도 나와 배우는데, 힘든 줄 모르겠다”고 웃었다. 3년째 매달 특강을 진행해온 임정현 강사도 “처음엔 ‘장애인들을 가르치는 게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컸지만, 친구들 실력이 늘면서 밝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에너지를 얻고 간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장애인제빵작업시설 ‘애덕의 집 소울(Soul) 베이커리’에서 열린 ‘SPC&Soul 행복한 베이커리교실’ 특강 현장(왼쪽 사진).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푸르메재단넥슨어린이재활병원점’에서 근무하는 (왼쪽부터) 이혜윤·김윤우 바리스타. 모두 2012년부터 4년째 근무 중이다. /SPC그룹


◇SPC 업의 특색 살린 장애인 제빵 교육 및 지원…자립 기회 열어줘

소울베이커리에 교육장 및 전문 교육과정이 생긴 건 2012년. 당시 업(業)의 특성을 살려 사회에 이바지할 길을 찾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소울베이커리에 대해 듣고 “빵을 통해 꿈을 펼치고자 하는 장애인들을 지원해보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3개월간 작업장에 별도 교육 공간을 마련,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과·제빵 수업인 ‘SPC&소울(Soul) 행복한베이커리교실’을 열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6개월간 진행되는 수업은 8명 이하의 소수 정예로 운영, 손 씻기나 위생복 입기 등 기초 교육부터 빵 반죽 등 기술적 부분까지 꼼꼼히 가르친다. 이와 함께 현장 학습도 병행한다. 현재까지 이 과정을 거친 장애인 교육생은 90여명. 이 중 44명이 소울 베이커리 등 장애인이 일하는 제과·제빵 작업장에 취업했다. 소울베이커리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이숙미(33)씨는 “수많은 장애인 작업장이 있지만, 별도 교육 없이 일하다 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장애인들도 작업장 이외에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반면 소울베이커리를 거쳐 간 장애인들은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사회 적응이 더 쉽다”고 설명했다.

SPC그룹은 장애인들이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 맛이 뛰어난 장애인작업장용 신제품을 별도로 개발, 정기적으로 레시피를 제공하고도 있다. 덕분에 소울베이커리는 지난해 14억5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4년간 10명의 장애인을 추가로 고용하는 등 성장을 보였다. 김혜정 소울베이커리 원장은 “SPC그룹과 협업 후 소울베이커리의 소문이 커지면서 서울 등 먼 곳에서도 제과·제빵을 배우기 위해 장애인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소울베이커리가 장애인 작업시설의 성공 모델로 꼽히면서, SPC그룹은 2014년부터 고양시 외에 서울시 관내 10개 장애인 제과·제빵 작업장에도 노후 시설 교체, 신제품 개발 및 기술 교육 등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실행하고 있다.

◇민관 협력해 장애인 고용 카페 연이어 성공 장애인 사회생활 성공 보여줘

‘장애인이 만든 제품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장애인 일자리도 만들 수는 없을까.’ 제과·제빵 교육에 이어 SPC그룹은 아예 장애인 고용 카페 ‘행복한 베이커리&카페’까지 추진하기에 이른다. 이후 2012년 9월 서울시 종로구 ‘푸르메센터’ 로비에 1호점을 개설, 지금까지 4년간 6개의 점포를 추가로 열면서 총 22명의 장애인을 고용했다.

SPC그룹은 ‘행복한 베이커리&카페’가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자립형 모델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SPC그룹이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테리어와 직원 교육 및 제품 개발 등을 맡고 푸르메재단은 장애인 채용과 관리를 전담하며, 서울시는 행정 지원을 하는 등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SPC그룹은 매장 하나를 열 때마다 10개 부서가 협업한다. 경쟁력 있는 입지 선정을 위해 점포 개발 부서가 나서고, 매장 인테리어부터 제품 진열까지 각각 전문팀이 나서 참여한다. 한 점포당 투자금만 평균 1억6000만원가량이 든다. 덕분에 주변 카페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점포별 하루 평균 200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승권 SPC해피봉사단 사무국장은 “행복한 베이커리&카페가 오픈 이후부터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자체 충당하고, 수익금은 장애인 복지기금으로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자립할 수 있도록 SPC그룹이 보유한 전문성을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에 고용되는 장애인들도 손님 응대부터 매장 관리까지 직접 맡도록 훈련받는다. 매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험도 봐야 한다. 이런 운영 방침은 초기 적응이 어렵지만, 결국 개인별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지적장애 3급인 4년 차 바리스타 김윤우(31)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3~4번 채용을 거절당하고 퇴사를 권고받아 세상에 나오는 것이 두려웠다”며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에선 다양한 업무 기회가 주어지고 해낼 때마다 삶에 자신감이 커진다”고 했다. 장기 근무를 하면 SPC그룹 정직원으로 전환되는 등 처우도 좋아 매번 장애인 직원 채용 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다.

이는 다른 장애인 및 가족들에게 희망이 된다. 김씨가 일하는 서울시 마포구 푸르메재단넥슨어린이재활병원점의 단골인 최모(65)씨는 “처음엔 너무나 능숙하게 일을 해 직원들이 장애인인 줄 몰랐다”며 “손주가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돼 병원에 재활 치료를 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직원들을 보며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유승권 사무국장은 “2018년까지 10호점을 열 계획”이라며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통해 장애인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자연스럽게 사라져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미애 더나은미래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19/20160919018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