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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대 기부자부터 9년 차 모금가… 5人이 말하는 기부와 모금

 [더 나은 미래] 20대 기부자부터 9년 차 모금가… 5人이 말하는 기부와 모금

2016-10-25

기부자와 모금가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기부를 둘러싼 체감온도는 얼마만큼 다를까.

지난 19일, 더나은미래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기부 토크(Give Talk)’를 열었다. 20대 기부자부터 모금 경력 9년 차의 모금가에 이르기까지, 3시간가량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기부 토크’에는 아름다운재단 후원자 강동훈(45)·김은석(45)씨, 아름다운재단 나눔사업국 김성식(36) 팀장,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 변지영(25)씨, 푸르메재단 모금사업팀 백해림(36) 팀장이 참여했다(가나다순).

아름다운재단과 더나은미래는 ‘기빙 토크쇼’를 열고 기부와 모금에 관해 열띤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아름다운재단 후원자 강동훈씨, 아름다운재단 나눔사업국 김성식 팀장, 아름다운재단 후원자 김은석씨,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 변지영씨, 푸르메재단 모금사업팀 백해림 팀장. / 타별사진관 제공

사회=돌아가면서 간단히 본인 소개를 해달라. 후원하는 단체나 기부 현황에 대해서도 공유해주면 좋겠다. 

강동훈=회사원이다. 아름다운재단을 후원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단을 시작했을 때 뜻에 공감해 기부를 결심했다. 가장 처음 후원한 단체는 엠네스티다. 90년대 말부터 시작했다. 그 밖에도 지금은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등 여러 곳에 후원을 한다.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결혼했을 때 등 삶에 이벤트가 있을 때나 우연히 기회가 닿을 때 기부하는 곳을 하나씩 늘렸다. 한번 후원을 시작하면 자동이체 해두고 잊고 사는 편이다. 한 달에 기부금으로 나가는 돈이 20만원 남짓 된다.

김성식=고액모금·기업모금·기념일 기부 등을 담당하는 모금가다. 아름다운재단에 온 지는 3년 됐고 올해로 9년째 모금 담당을 해오고 있다.

김은석=어린이 리더십 강사협회 소속이다. 아름다운재단에서 나눔 강사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게 인연이 됐다. 지난 7월부터 함께 교육받은 협회 소속 강사 20여명이 매출의 1%를 아름다운재단에 후원한다. 매출이 크지 않아서 100만원 벌면 1만원이라 금액이 작긴 하다. 그래도 저희끼리는 같이 한다는 데서 큰 기쁨을 맛보고 있다. 앞으로 돈 많이 벌어서 차차 2%, 3%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운재단 외에도 구세군, 굿네이버스 등에 후원하고 있다. 한 달에 10만원쯤 된다.

변지영=학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내년에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공익기자 양성과정인 ‘청년 세상을 담다’ 프로그램에서 청년기자로 활동 중이다. 2014년 7월부터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국내 아동을 후원한다. 한 달에 2만원씩 휴대폰 요금에 같이 청구된다. 2년 전 고속버스터미널 세이브더칠드런 홍보 부스에서 신청했다. 이전에도 여러 단체의 길거리모금은 많이 봤는데 불쾌할 때가 많았다. 강남역 같이 너무 붐비는 곳에 있거나, 설문조사를 하라고 유도해서 후원하라고 하면 강압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고속버스터미널은 공간도 넓었고 덜 강압적인 느낌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들렀다가 신청하게 됐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유명하기도 하고, 아동을 돕는 기관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백해림=푸르메재단 모금팀에서 개인모금 업무 전반을 담당한다. 모금 업무는 올해로 4년차다.

◇정보 공유 넘어서서, 재미·참여·소속감으로 소통해야

사회=단체를 후원하면서 소통하는 방식이나 단체에서 제공하는 정보 등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단체에서는 후원자와 소통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은석=예전에 A기관을 후원했었다. 해외아동 결연으로 3만원, 국내 공부방사업에 5000원을 후원했다. 해외 결연이 한창 유행할 때였다. 처음에는 의욕에 불타서 영어로 편지도 써서 보내고, 선물도 사서 보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에 산다는 이 아이나 아프리카 산다는 저 아이나 답변도 비슷하고 피드백도 비슷했다. 마치 답변을 누가 써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어느 순간 너무 형식적으로 느껴졌다. 그나마 해외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피드백이 많이 오는데, 국내 오지 공부방은 피드백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데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이 단체 후원을 끊고 B기관으로 옮겼다. 와보니 여기도 똑같았다(웃음). 한번은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학교에서 통지문을 가져왔는데, B기관을 통해 아동을 후원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신청하고나서, 아이한테는 ‘네 용돈으로 아이를 살리는 것’이라며 휴대폰을 안 사줬다. 그런데 사실 아이는 휴대폰을 갖고 싶어하지 그 취지에 공감을 못하더라. ‘이건 아니지’ 싶어 아이 이름으로 후원하던 것을 끊었다. 지금도 ‘후원자님 누구 누가 도움을 기다리고 있어요’ 하면서 연락이 온다.

변지영=국내 후원은 피드백이 적다는 데 공감한다. 그간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두 달에 한 번씩 한가지 주제에 관해 웹진이 왔다. 그런데 국내 사업 이야기가 많지는 않았다. 지난 9월에 ‘국내 후원자를 위한 1호 웹진’이 나왔다는 문자를 처음 받았다. 사업 내역이나 후원금 사용 내역 등이 담겨있더라. 더 체계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돈을 어떻게 쓴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건 최소한이라 생각한다. 그냥 믿고 맡기는 후원자도 있겠지만, 모든 정보를 꼼꼼하게 챙겨보진 않더라도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고 싶은 후원자들도 많다. 우리의 기부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더 많이 공유되면 좋겠다. 젊은 층에 맞는 새로운 소통 방식도 고민하면 좋겠다. 젊은 세대는 문자보다는 카톡이, 글보다는 영상이 좋다. 온라인에서 공유도 할 수 있으면 더 좋다.

김은석=요즘 다음 스토리펀딩이나 네이버 해피빈에서 기부를 많이 한다. 사연을 읽고 ‘기부하기’를 클릭하면, 참여하는 순간에 얻는 즐거움이 있다. 자동이체로 돈만 나가고 참여하는 느낌이 없어지는 순간 즐거움이 떨어진다. 기부자가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장치가 많으면 좋겠다. 어떤 식으로든 공동체가 생겨서 소속감이 있으면 더 좋다.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끼리만 서로 알아볼 수 있는 팔찌를 준다든가, 지역별로 모이는 자리가 있어도 좋겠다. 연애인 팬클럽들이 기부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본다. 자기들끼리 연대감도 생기고, 좋아하는 이를 위해 기부한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강동훈=요즘은 기업도 고객과의 소통이 고민이다. 연령별로 반응이 정말 다르다. ‘집 나간 물고기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한번 등 돌린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기업에서도 백화점식 마케팅을 바꾸려고 한다. 이제는 어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서 필요한 정보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궁금한 점은 실시간 카톡 상담을 한다. 비영리단체도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식지를 아무리 보내줘도 잘 안 읽게 된다.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 위해, 단체도 보다 세련된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성식=단체 입장에서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가령 저희보다 작은 규모로 운영하는 단체는 연차보고서나 뉴스레터를 보내는 것도 버거워한다.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 게 더 좋을지, 어떻게 캠페인으로는 연결시킬 수 있을 지가 숙제다. 아름다운재단에 돌기념 기부상품이 있다. 부모님이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아이 얼굴을 넣은 뽀로로 동화책을 감사 선물로 만들어 드리는데 반응이 뜨겁다.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냐고 문의하는 분들도 있다. 돌이나 결혼같이 좋은 일을 기념하자는 기부 아이디어에 재미 요소를 더한 것인데, 그게 선순환이 됐다.

백해림=푸르메재단 기부자 중 한 분이, 재단 기부자들이 한 달에 한번 다 함께 모여 같이 걷고 기부하는 캠페인을 해보자고 제안 주셨다. 그렇게 시작한 ‘한걸음의 사랑’이라는 캠페인이 1년을 넘었다.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모여서 둘레길을 함께 걷고, 1미터마다 1원씩을 적립해 기부한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회원도 100명이 넘었다. 신기한 건, 그간 단체에서 기획한 행사에는 보이지 않던 기부자 분들을 많이 뵙는다. 우리 단체를 후원하는 기부자라면 당연히 알 것 같은 정보들이라도, 혹시 궁금한 건 없으신지 여쭤보고 답해드리면 너무 좋아하시더라.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기부자와 소통하는데 ‘단 하나의 답’이 없더라. 기부자마다 동기도 다르고, 세대마다 반응하는 지점도 다르다. 기관의 역할은 기부자 분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게 판을 짜고, 그렇게 모인 마음으로 일을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는 이제 고민이 있으면 기부자님께 전화해 의견도 듣고 조언도 구한다. 기부자에게 답이 있다.

◇’느슨한 끈’ 필요해… 기부자와 단체, 간극 줄이려면

사회=모금팀에서 체감하는 기부 시장은 어떤가. 모금 실무자로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하다.

백해림=요즘은 후원을 중단하는 분들의 80%가 경제적인 이유다. 경기가 안 좋다는 걸 체감한다. 젊은 기부자 분이 ‘계약직이 끝나서 실직했다’며 후원을 끊는다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나중에 여유 되면 다시 후원해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어떻게든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려 한다. 좀더 금액을 낮춰서 제안을 하거나, 재능기부라도 요청 드리려고 한다. 기부자에게 기관의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푸르메재단은 지난 4월에 ‘어린이재활병원’을 완공했다. 지난 10년간 목표로 했던 병원 건립이었는데, 이후 비전을 조금 더 공유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이재활병원은 수익이 안 나기 때문에, 여전히 기부자님들의 후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기부자 분들과 함께 이후 그림을 그리며 다시 한번 시작하려 한다.

김성식=저희도 후원 해지 사유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드는 분들이 많다. 신규 기부자 개발보다 기존 기부자 유지가 중요한 것 같다. 후원을 해지하신 분들에게 전화를 돌리는데 조심스럽긴 해도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것보다 재기부율이 높다. 아무래도 원래 기관의 미션이나 활동을 알고 계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빙코리아 조사에서도 드러났듯, 어려운 분들 중에 기부하시는 분들도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없앨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하는 사업을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키워가는 게 기관의 몫인 것 같다.

강동훈=보험 회사도 개인이 돈을 내지 못할 때는 유예제도가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당장 기부를 이어가기 힘들 수 있을 때는 그런 제도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만원 내던 사람이 유예 기간 동안 1000원만 낼 수도 있다. 한번 연을 끊으면 돌아가는 건 훨씬 어렵다. 유예를 했다면 다시 시작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사회=기빙코리아 결과에서도 드러났지만 비영리단체에 막연한 불신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떤 부분에서 소통이 더 필요할까.

강동훈=‘단체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가’가 단체의 투명성이라고 생각한다. 백 원을 받았는데 백 원을 썼고 안썼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려면 일하는 이들이 행복한 것도 중요하다. 회사도 직원들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합이 맞고 주식도 오른다. 비영리단체에서도 일하시는 분들이 즐거워야 큰 변화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면에선 기부자도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변지영=저도 기부자로서 단체가 간접비로 얼마를 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목적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 간접비를 50% 썼다고 해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더 효율적’이라는 타당한 근거만 있으면 괜찮다. 대신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가 많이 소통돼야 할 것 같다.

김성식=기부자 분들의 이야기 들으면서 놀랐다.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은 뭘까, 내부에서도 고민하는 주제다. 회계 기준만 잘 지키면 투명한 걸까? 돈을 잘 쓰고 비리 없게 운영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기부자는 돈을 내고, 단체는 그 돈을 받아 효율적으로 일하고 소통해서 변화를 만드는 게 제대로 된 의미의 투명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관도 노력하고, 후원자들도 인식을 달리하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는 제도적으로도 해결돼야 할 부분도 많다. 미국은 국세청 공시에서 예산을 공개하되, 간접비에 대한 제한은 없다. 후원자가 판단해서 단체를 선택해 후원한다. 간접비 정도를 법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기부금품법에 대한 논의도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정리=주선영 더나은미래 기자

출처 : http://betterfuture.kr/archives/16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