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찾아온 특별한 선물
‘2025 현대모비스 임직원과 함께하는 가족여행' 후기 공모전 최우수작 2편
지난 8월, 장애자녀를 둔 15가족(총 56명)과 현대모비스 임직원 20명이 푸르메재단과 함께 특별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보낸 1박 2일간의 ‘호캉스’는 일행 모두에게 잊지 못한 추억을 남겼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여행 후기 공모전의 최우수작 2편을 소개합니다.
"앞으로 삶을 지탱할 힘을 얻은 시간이었어요”
유나경(최예연 어린이 가족)
(※유나경 님의 후기는 아는 언니와 동생의 대화 형태로 작성됐습니다.)
동생 : 언니, 카톡 프사 보니까 어디 좋은 데 다녀왔나 봐~ 수영장 좋다!
언니 : 응! 현대모비스 후원, 푸르메재단에서 주관하는 가족여행 다녀왔어. 재활치료비 지원받은 가정 중에서 15가정 뽑는다고 해서 신청했더니 선정돼서 1박2일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 다녀왔어. 말하자면 호캉스지!
동생 : 아, 나도 알아! 그 호텔 진짜 좋다던데!
언니 : 나는 이번에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알았어. 호캉스는커녕 결혼하고 여행 한번 못 가봤으니 내가 좋은 곳을 알 턱이 있나. 아이 둘 데리고 치료 다니느라 바쁘고, 시부모님도 편찮으셔서 외식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거든. 여행 간 1박2일동안 막내 시동생이 시부모님을 맡아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우리 남편도 그동안 간병하느라 우울감과 피로감이 심했고, 나도 아이 둘 데리고 병원이랑 발달센터 다니느라 너무 지쳤거든.
동생 : 그럼 넷이서 어떻게 인천까지 간 거야? 택시 타고 갔어?
언니 : 아니. 서울 종로에 있는 푸르메재단에서 모여서 간단히 행사를 하고, 전세버스 2대로 이동했어. 식구 수대로 미리 단체티셔츠도 맞춰주셔서 같이 입고, 다른 가족들과 인사하고 사진도 찍으니까 진짜 마음이 들뜨더라. 아침 일찍 가느라 식사도 걸렀는데, 김밥이랑 간식까지 푸짐하게 싸주셔서 출발 전부터 너무 행복했어. 오랜만에 잘 대접받는 기분이었지.
동생: 호텔은 어땠어? 어디서 뭐 하고 놀았어?
언니 : 호텔이 참 웅장하고 크더라. 인천이 그리 멀지 않으니까 애들 데리고 가기에도 적당했어.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수영장부터 갔는데 너무 쾌적하고 이뻤어. 수영장에 수건, 구명조끼도 다 있고, 거기서 점심으로 치킨과 피자도 먹었어. 집에서 먹는 치킨이랑은 또 맛이 다르더라고. 푸르메재단에서 아이들을 위해 죽이나 햇반도 준비해 오셔서 예연이는 죽을 먹었어. 세심하게 배려해 주셔서 더 감동이었지!
동생 : 근데 사진에 모르는 분이 계시던데, 누구야?
언니 : 현대모비스 직원분이셔. 이번 가족여행에 현대모비스 직원분들도 신청서 쓰고 선정돼서 오셨다고 하더라고. 직원분들이 가정당 1명씩 자원봉사로 수고해 주셨어. 난 이번 여행에서 이 부분이 제일 감동적이고 도움이 되었어. 6살, 2살 애들 데리고 나가면 항상 고생이었는데 여행 내내 직원분이 애도 봐주시고, 짐도 들어주시고, 필요한 거 챙겨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시고…. 온갖 수발을 다 들어주셨어. 이번 여행에서 평생 받을 배려를 다 받은 것 같아. 가족도 그렇게 잘 도와주긴 힘들 거야. 진짜 무슨 귀족 여행 다녀온 느낌이었어. 존중과 배려가 이렇게 따뜻한 거구나 싶더라.
동생 : 맞아, 맞아! 나도 애 데리고 어디 다녀오려면 짐이 너무 많고 힘들어. 애도 가만히 안 있잖아. 수영장은 애들이 좋아하지? 밥은 맛있는 거 먹었어?
언니 : 우리 의연이는 정말 마지막까지 수영장에서 안 나간다고 떼쓰고, 예연이는 수영장 물에 떠서 안긴 채로 잠들었어. 진짜 예연이는 천국에 와서 쉬는 표정이었지. 의연이는 물을 조금 무서워했었는데 이번에 완벽하게 적응해서 구명조끼 입고 혼자서 물에 떠 있더라고. 3시간 넘게 수영하고 객실로 갔는데, 방이 정말 넓고 좋았어! 편히 쉴 수 있는 큰 소파도 있고, 4명이 사용하기에 넉넉했어. 조금 쉬다가 저녁 먹으러 ‘송도갈비’에 갔는데, 지금껏 먹어본 갈비 중에 제일 맛있었어! 육회도 맛있고 반찬도 두 배로 푸짐하고…. 너무 잘 대접해 주시는 거 아니냐고 현대모비스 직원분에게 얘기했더니 “당연히 이 정도 해야죠!”라고 아주 자부심 있게 말씀하시더라고. 가족여행 사업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현대모비스가 한번 시작하면 제대로 한다면서 말이야. 그 말을 들으니 괜히 나까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던데? 우리 아직 자가용 없는데, 나중에 차 사면 꼭 현대자동차 사기로 결심했어.
동생 : 현대가 좋은 일 많이 하는구나! 호텔 조식도 먹었어? 그 호텔에 아이들 노는 공간도 있지 않아?
언니 : 호텔의 꽃은 뷔페잖아. 여행 이튿날 7시 30분에 조식 먹으러 갔지. 붐비지 않는 시간대까지 세심히 체크해 주셔서 좋은 자리에서 여유 있게 잘 먹고 나왔어. 음식이 다양하고 예쁘고 맛있어서 진짜 골고루 먹었네! 조식 먹고 나서는 ‘원더박스’라는 놀이시설에 갔어. 가족들이 즐길 수 있게 아기자기하게 잘해 놓았더라. 현대모비스 직원분이 예연이 봐주신 덕에 의연이랑 나, 남편이 신나게 놀이기구 탔지! 곤돌라, 범퍼카, 바이킹 같은 그네, 공중에 뜨는 발 자전거 등…. 붐비지 않아서 가족 단위로 가서 즐기기 좋았어. 사진 보면 내가 제일 신나 보이더라.
동생 : 전날 짐 싸고 여행 준비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가서 아프진 않았어?
언니 : 피곤했는지 편두통이 좀 있고 눈에 다래끼가 나려고 하더라고. 약도 안 챙겨 갔는데 푸르메재단에서 비상약도 챙겨오시고, 또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간호사분이 여행에 동행해 주셔서 밤 9시쯤 소염제 받아서 먹었어. 그 덕분에 다음날 개운하게 여행 일정 잘 다녔어!
동생 : 다른 가족들하고는 많이 친해졌어?
언니 : 장애 자녀 가진 엄마들 일상이 재활치료에 맞춰져 있다 보니 대화가 대부분 그 이야기였어. 우리 애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신경 안 쓰고, 우리 애가 돌발행동 하면 어떡하지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보낸 여행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이어서 동질감이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더 심한 장애로 인해서 이런 여행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가족들이 생각나더라. 집에서 얼마나 고생할까, 답답할까…. 나는 정말 감사한 거구나, 더 힘든 사람들을 돌아보며 살면 좋겠다 싶었어.
여행 후 전세버스를 타고 다시 서울 푸르메재단으로 돌아왔어. 기념품도 푸짐히 받고, 재단 관계자분들이 귀갓길 택시 타는 것까지 도와주셔서 끝까지 너무 따뜻하게 위로받고 왔다. 정말 천국 같은 감사한 여행이었어. 사람도, 장소도, 음식도 모두 따뜻하고 근사한 일생의 추억이 될 것 같아.
동생 : 언니~ 진짜 좋았겠다. 부러워!
언니 : 응~ 움츠림과 우울감, 무기력감 등이 조금씩 짓누르던 일상이었는데 푸르메재단이랑 현대모비스 덕분에 앞으로 삶을 지탱할 힘을 많이 얻은 거 같아. 제대로 위로받고 격려받은 기분,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야. 우리 애들이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잘 키워야겠어!
“행복을 선물 받은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강호경(현대모비스 임직원 자원봉사자)
처음 봉사활동 모집 포스터에서 활체어를 탄 아이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나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저는 작년에 결혼했는데, 장모님께서 지체장애인이십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활체어를 자주 밀며 생활했고, 자연스럽게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봉사자 모집은 선착순이 아니라 ‘신청 후 선정’ 방식이었습니다. 경쟁률이 제법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도움이 될까? 어색하진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결국 최종 선정이 되었고 용기를 내어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저는 황혜진 어린이의 가족과 매칭이 되었습니다. 처음 혜진이 가족을 만났을 때, 솔직히 조금 긴장했습니다. 7살 혜진이와 4살 서진이, 부모님까지 네 분이 함께 오셨는데, 제 머릿속엔 ‘가족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 보였습니다. 혜진이는 부모님이 많이 돌보셨기에 저는 서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서진이는 금세 제 손을 잡고 뛰어다녔고, 호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내내 함께했습니다. 그 웃음소리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습니다. 혜진이도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해서 조심히 다가가고 있었는데, 함께 수영장에 다녀오니 저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더군요. 기분이 좋았습니다. 혜진이의 부모님은 오히려 제가 힘들지 않도록 무척이나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감사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부모님과의 대화였습니다. “혜진이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곳에서 여행을 누리네요.” 그 말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제가 자원봉사를 하러 왔지만, 오히려 가족분들이 저에게 더 큰 선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저를 봉사자가 아닌 가족으로 대해주시는 것 같아 감동적이었습니다. 자녀 계획을 하고 있는 저에게 부모님은 현실적인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들지만, 그만큼 행복도 커요.” 그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부모의 마음, 장애아동의 삶, 그리고 자녀가 주는 축복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행복해졌습니다. 모비스가 추구하는 가치,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현장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걸 보며 큰 자부심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완벽한 일정과 좋은 숙소, 맛있는 식사, 선물까지 모든 것을 세심하게 준비해 주신 현대모비스와 푸르메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덕분에 혜진이 가족뿐 아니라 저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따뜻한 나눔의 기회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글=유나경, 강호경
사진=푸르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