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
[푸르메 책꽂이] 『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을 만듭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감동과 희망, 알찬 정보를 주는 푸르메 책꽂이.
푸르메 책꽂이에 새로운 책이 꽂혔습니다.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가족, 친구, 돈, 권력, 맛있는 음식 등…. 모든 사람은 저마다 삶의 원동력이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때로는 흔들리고 넘어져도,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푸르메재단이 만난 수많은 발달장애 어린이의 부모들은 ‘스무 살 이후의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는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실제로 발달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전국 주간 보호 센터 시설은 수요 대비 20분의 1밖에 되지 않고, 몇 안 되는 일자리는 중증 장애인을 반기지 않습니다. 발달 장애인의 약 80%가 집에만 머무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푸르메재단은 모든 발달 장애인이 꿈꿀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냥 일자리가 아닌, ‘누구나 일하고 싶은’ 일자리요. 이것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선택지보다는,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들어도 보람을 느끼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건강한 일자리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발달 장애인을 위한 최적의 일자리, ‘스마트팜 케어팜’
그 대안을 푸르메는 ‘농업’에서 찾았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스마트팜’, 자존감을 키우고 근무시간 외에는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케어팜’을 만들자고 생각했지요. 농업과 복지의 만남은 우리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농작물을 보살피고 수확하는 일은 기존 발달 장애인이 주로 수행하던 단순 임가공 노동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의 장경언 원장은 “농장은 실수가 실패로 직결되지 않는 너그러운 일터다. 농업에 종사하는 장애인은 자연스레 신체적 활동이 늘게 되고, 수확을 통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요.
돌봄을 받아왔던 발달 장애인이 돌봄을 주는 주체로 거듭난다는 점에서 농업은 특별합니다. 거기에 생산성은 높이고 직무를 단순화할 수 있는 ‘스마트팜’ 시설을 도입한다면, 보다 쾌적하고 경제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거예요. 푸르메재단이 이루기에 너무 원대한 꿈이 아닌가 싶으시다면 책의 2부로 넘어오세요. 푸르메재단 식구들이 직접 발로 뛰어 확인한 세계 곳곳의 사회적 농업 현장을 보여드립니다.
농업과 복지가 만난 일본에 가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농업과 복지의 연계, 이를 위한 지원 체계가 잘 정비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수경 재배로 유명한 교마루엔 농장에서는 장애인 고용 과정에서 현실적인 고민이 될 업무 분담, 급여, 사업 성과에 대한 내용을 배웁니다. 이촌향도의 문제를 농복연계로 해결한 무몬 복지회의 모습을 보며 ‘중증 장애인이 재배할 수 있고 판매가 쉬우면서 수익성까지 높은 작물에는 어떤 게 있을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푸르메재단이 가고 싶은 길의 모습은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이뤄내 수많은 일본 국민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물하는 ‘모쿠모쿠 농장’에서 찾았습니다. 농업과 가공, 관광 프로그램과 숙박이 자연스레 연결되며 직원과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이었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오사카부립대학교 식물공장연구센터와 다양한 일본 기업들을 방문하며 날씨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농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기술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재활과 치유, 유럽의 케어팜
푸르메재단이 발달장애 청년의 일자리로 ‘스마트팜’과 ‘케어팜’을 꿈꾸는 데에는 지속 가능성과 생산성만큼이나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일을 하며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는 것이지요. 3부에서는 케어팜이 1100여 곳이나 되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사회적 농업 시설을 방문하며 케어팜이 장애인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공부하고 온 푸르메 식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유럽에서 치유 농업이 이슈로 떠오른 것은 2000년대 초반입니다. 현재 유럽 전역에는 3000개가 넘는 치유 농장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스위스 후마누스하우스 농장에서 만난 운영팀장은 우리가 흔히 ‘도전적 행동’이라고 부르는 발달 장애인의 과격한 행동을 비장애인의 공격성 측면에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자연 친화적 환경의 농업 활동은 발달 장애인이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일자리 복지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일하며 자존감을 되찾고 힐링하는 과정은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치매 노인, 정신 질환자, 중증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모두가 농장에서 일하며 내일을 꿈꾸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죠. 푸르메재단 식구들이 유럽에서 확인한 ‘스마트팜’과 ‘케어팜’은 지구 환경과 인간, 생산성 세 가지를 한 번에 잡는 일을 충분히 수행해내고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의 크베케레이 보스크 농장, 토마토 월드는 버섯과 토마토를 재배할 예정인 푸르메소셜팜의 롤 모델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일하고 싶은 곳, 누구나 살고 싶은 세상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사회적 농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에 포함되는 등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지만, 정부의 지원 정책과 국민의 인식 등 아직 숙제가 많다고 합니다. 기존의 규제를 풀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등 멀고 지난한 과정이 선하게 보이지만, 불가능한 도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푸르메재단의 역할이기 때문에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발달 장애인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이 책은 국내 최초의 컨소시엄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인 ‘푸르메여주팜’의 부지를 기부한 장춘순 이사의 진심 어린 글로 마무리됩니다. 아들의 장애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난 후 한국에서 그려본 미래는 너무도 팍팍했습니다. 하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에 끝이 있을까요. 우연히 푸르메재단이 장애 청년을 위한 스마트팜을 구상한다는 정보를 접한 그녀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운영하던 농장을 기부하게 됩니다.
전 세계를 돌며 생산적이고, 건강하며, 상생 가능한 ‘스마트팜’과 ‘케어팜’의 모습을 공부해 온 푸르메재단이지만 한국에서 사회적 농업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농장 한 곳, 발달 장애 청년 농부 수십 명은 커다란 첫걸음이지만 최종 목표가 아닙니다. 누구나 일하고 싶은 곳, 누구나 살고 싶은 대한민국의 첫 번째 모델이 되겠다는 푸르메재단의 발걸음을, <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을 만듭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 오정윤 인턴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푸르메재단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