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삶이 시작되는 곳’ 출간
먹고 자고 씻는 일부터 원하는 곳을 가고 학교에 다니며 직업을 갖는 일. 비장애인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에게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아플 때 치료를 받고 일해서 돈을 벌며 살아가는 ‘보통의 삶’을 누릴 순 없을까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푸르메재단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 유럽, 일본의 우수한 장애인 재활시설 30곳을 둘러보고 기록해 <보통의 삶이 시작되는 곳>으로 묶었습니다. 외국의 직업재활시설, 생활시설, 재활병원을 통해 한국 재활시설의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외에서 찾은 보통의 삶
독일 카리타스 다하우 작업장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을 이뤄 일합니다. 장애인이 조립, 포장, 목공, 전기 등 분야별로 생산을 담당하고 마이스터가 교육 훈련과 기술 전수를 맡고 있습니다. 상품 판매 수익의 70%가 대기업에서 발주할 정도로 체계적인 직업 교육과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으로 조성된 일본 다카야마시 무장애마을은 시가 2005년 제정한 조례에 따라 누구나 접근하기 쉽고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차도와 인도의 높낮이차를 조정하고 화장실을 장애인뿐 아니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쓸 수 있는 다목적용으로 정비하기까지. 외부인으로 구성된 모니터투어를 통해 수시로 불편사항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민 기부로 건립돼 기부로 운영되는 미국 밸리 어린이병원은 외래재활센터, 입원병실, 신생아집중치료실 등 모든 공간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습니다. 보호자가 자녀 증상을 알아볼 수 있는 도서관, 장애로 굳어진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동물매개치료, 병원에서 퇴원한 청소년의 자원봉사, 환자 보호자를 위한 무료가족호텔이 특히 눈여겨볼 만합니다.
장애인이 행복한 사회를 꿈꾸다
한국의 장애인은 250만 명, 중증장애인의 수는 80만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장애인이 기본적인 활동을 지원받으면서 자립할 수 있는 재활시설의 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장애어린이가 제때 잘 치료받는 것을 넘어 세상에 당당히 나설 수 있으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장애인이 살아갈 토대를 갖춘 독일과 오스트리아, 지역사회와 민간단체가 적극 협력해 장애인을 사회로 이끄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말해줍니다. 장애인이 개개인에 맞는 재활치료와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입니다.
장애인이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합니다. <보통의 삶이 시작되는 곳>이 장애인과 그 가족, 정부‧복지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관심의 폭을 넓혀 장애인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함께 그려보게 되길 기대합니다.
*글=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푸르메재단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