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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색채로 행복을 물들이는 화가

[푸르메인연]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작품을 기부한 사석원 작가

 

화려한 원색의 물감을 입은 우람한 호랑이 한 마리가 정면을 응시합니다. 호랑이를 중심으로 닭, 거북이, 돼지 등 자연 속의 동물들이 모두 출동해 저마다의 색깔을 뽐내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듯 생동감 넘치는 동물들로 가득한 거대한 크기의 화폭이 시선을 붙들어 맵니다. 강렬한 색감과 대담한 붓질로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사석원 작가가 장애어린이를 위해 그린 작품입니다.


▲ 37마리의 정감 어린 동물을 통해 장애어린이에게 희망을 전하는 작품 ‘숲속의 합창’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석원 작가.

따뜻한 시선으로 강렬한 색을 입히는 화가

얼마 전 이 작품이 완성됐다는 연락을 받고 사 작가의 방배동 작업실을 찾았습니다. 온갖 색깔의 물감 튜브와 통 안 가득한 붓, 이젤 위에 놓인 캔버스가 ‘언제나 작업 중’임을 말해줍니다. 그는 독특한 안경테 너머로 작품 속 동물들만큼이나 해맑은 미소로 반겨주었습니다. 1984년 포장마차 풍경을 담은 수묵담채화로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사 작가는 서울, 뉴욕, 파리, 도쿄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월간 미술>에서 한국의 인기 작가 1위로 선정될 정도로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 매순간 작품 활동에 몰두하는 사석원 작가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작업실에는 물감 튜브와 붓, 캔버스로 가득하다.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동물의 모습부터 서울 토박이로서 경험한 서울의 거리며 시장을 꽉 채운 평범한 사람들의 면면, 옛 궁궐 배경에 왕실의 인물을 상징하는 동물들까지. 유화와 아크릴 같은 “서양 재료를 써서 동양화 기법으로 동물을 통해 그 무엇을 조형화하는 것, 여생을 거기에 목매달고자 한다”고 전시도록에서 밝힌 사 작가에게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자유롭고 통 큰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사 작가가 펴낸 어린이 그림책과 동화책 역시 상당해서 ‘당나귀는 괜히 힘이 셉니다’, ‘열두띠 이야기’, ‘고양이가 내 배속에서’ 등 책을 펼치면 따뜻하고 정감어린 그림들이 말을 건넵니다.


▲(왼쪽부터) 가면 쓴 사슴과 벚꽃, 2008 (출처 : 가나아트센터), 노량진 수산시장, 2012 (출처 : 문화일보)

장애어린이를 향한 ‘진심’을 그리다

“동물들이 합창하는 모습은 삶의 행복을 노래로 표현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장애어린이들이 치료를 받아 건강을 되찾아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자유롭게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다들 환호하고 있는 모습이죠. 다같이 어우러지고 함께하는 동물처럼 장애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7개월 정도 구상하는 기간을 거쳐 최근에 완성한 작품. 제목에 대해 궁금해 하니 “어떻게 해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울까요?”라고 의견을 묻습니다. 자신보다 푸르메재단이 장애어린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거라면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제목이 있으면 붙여도 괜찮다고 덧붙입니다. 그러면서 어린이재활병원 개원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는지 수시로 질문하며 깊은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림을 보고 좋아할 어린이들을 향한 사 작가의 사려 깊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습니다. 작품이 작가와 참 닮았습니다.


▲ 경복궁 향원정의 십장생, oil on canvas, 194×518㎝, 2015.

이미 한 차례 소중한 작품 한 점을 기부한 사 작가. 푸르메재단과의 인연은 수탉 그림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푸르메재단이 어린이재활병원 건립비 마련을 위해 책 1권당 수익금 일부를 출판사가 기부하는 ‘기적의 책’ 캠페인을 벌였던 지난해. 백경학 상임이사는 여기에 적극 동참해준 도서출판 푸른숲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김혜경 대표를 찾았습니다. 집무실에 걸린 위풍당당한 기운을 뽐내는 훌륭한 수탉 그림에 마음을 홀딱 빼앗긴 백 상임이사. 김 대표는 “동화책의 그림도 그리셔서 누구보다 어린이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신 분”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지인을 통해 어렵게 사 작가를 만난 자리에서 어린이재활병원에 작품을 꼭 걸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을 많이 넣어 그림을 그려주겠습니다. 장애어린이를 도울 수 있는 뜻 깊은 일에 함께해야죠”라고 흔쾌히 약속한 사 작가. 얼마 후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고궁보월(古宮步月)’에서 1,000호에 달하는 대작 ‘경복궁 향원정의 십장생’을 어린이재활병원에 걸겠다고 했습니다. 파란 하늘과 붉은 태양 아래 울긋불긋 물든 북악산이 보이는 경복궁 후원을 배경으로 다리를 건너는 순록과 공작새와 자라, 오래된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풍류를 즐기는 삶에서 전하는 ‘행복’

사 작가는 ‘독서광’입니다. 작업실 서가에 꽂힌 예술, 역사, 동물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방면의 책들이 이를 말해줍니다. “뿜어져 나오는 열정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인 피카소 관련 서적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기계치’이기도 합니다. 2G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가 없어 글도 원고지에 쓰는 터라 작업실 안의 최첨단으로 프린터기를 꼽을 정도.


▲ 사석원 작가가 제작한 인물 조각상(왼쪽), 다양한 분야의 책들로 빼곡한 사석원 작가의 작업실 한 켠(오른쪽).

그러다 술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니 두 눈이 반짝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풍류를 즐겨해 술 한 잔 기울이며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는 일이 일상. 그의 창작 활동은 캔버스에서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뻗어나갑니다. 명주가 있는 전국 방방곡곡 대폿집을 기행하며 맛깔난 글 솜씨로 버무린 글을 푸근한 그림과 함께 신문에 연재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을 살려 몇 권의 화문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왼쪽부터) 술과 낭만을 찾아 떠나는 대폿집 기행 ‘막걸리 연가’, 다양한 화풍의 그림에 글을 곁들인 에세이 ‘꽃을 씹는 당나귀’, 작가 권오삼의 동시에 정겨운 수묵화를 그린 동시집 ‘고양이가 내 배 속에서’. (출처 : 교보문고)

 사 작가의 작품 2점은 마포구 상암동에 건립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걸렸습니다. 오는 4월 개원하면 ‘동물들의 합창’은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에서, ‘경복궁 향원정의 십장생’은 로비 중앙 벽면에서, 장애어린이와 가족 그리고 지역주민을 반기게 될 예정입니다. 그림과 마주하며 신나게 뛰놀고 훨훨 날아가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어린이들의 환한 표정이 그려집니다. 사석원 작가의 작품은 그 행복한 기운을 힘껏 불어넣어줄 테니까 말입니다.

*글=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김준환 간사 (모금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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