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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고통을 끌어안은 밤

계속되는 외근….

외근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잔업과 야근…
지난 주부터 계속되는 외부 일정에 밀릴 대로 밀려버린 업무를 팽개치고 지하철 역을 향하는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수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음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 듯 바람은 세고 날씨는 차다. 아무리 좋은 토크콘서트고 그 주인공이 심지어 정호승 시인이어도 괜한 약속을 했나보다 싶다. 밀린 업무 생각, 업무와 얽혀있는 불편한 사람과의 관계,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버린 추위에 대한 불만, 그러고 보니 요즘 컨디션도 많이 안 좋았다는 생각까지… 문득 울적해지려던 무렵 푸르메센터에 도착했고 온화한 인상의 정호승 시인을 만났다.

평일 저녁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강당을 채웠다. 일터를 뒤로하고, 혹은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여기까지 찾았을 많은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까? 기대 가득한 눈빛의 사람들에게 정호승 시인은 자신이 시를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사람들이 시를 쓰지 않아 그들을 대신해 자신이 시를 쓰는 것이며, 누구나 시인이기에 시는 곧 읽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한없이 겸손한 인사. 그 짤막한 인사에 차가운 바람을 뚫고 달려오기를 잘했구나 하는 안심이 든다.

시인의 이야기는 ‘삶’이라는 주제로 계속되었다. 삶이라는 빵의 주재료가 되는 사랑과 고통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물었다. 그러고는 그의 시 속 수많은 시어를 통해 담아냈던 사랑과 고통의 의미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사랑의 가치와 힘, 그 본질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소중한 것들을 이야기하며 사랑의 깊이가 인생의 깊이가 될 수 있음을, 그러한 사랑이 타인의 존재와 함께 함을 기억하라고 했다. 또한 고통을 피하고 극복하는 것이 아닌 인생의 일부로 끌어안기를 권했다. 사랑과 고통이라는 재료를 잘 배합하고 반죽해서 숙성시켜 고소한 냄새와 풍미를 자랑하는 맛있는 인생의 빵을 완성해보라는 부드럽지만 힘이 실린 응원. 그리고 인생은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는 용기를 북돋는 인사로 한 시간 반 남짓한 토크콘서트는 마무리되었다.

정호승 시인이 던진 수많은 질문과 이야기를 마음속에 담고 돌아오는 길, 문득 나의 하루와 사람들과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것들을 나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묻고 싶어졌다. 그리고 시인의 물음대로 나는 어떤 삶의 여행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보았다. 물론 이 다짐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과 만나면 지금의 강도를 잃을 수도 있겠지만. 삶의 여행자로 기분 좋은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함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내 인생에 함께 하는 사랑과 고통을 기꺼이 끌어안는 법과 함께…..

오늘밤, 그러고 보니 제법 괜찮은 밤이다.

*글= 이수나 님

글쓴이 이수나 님은 지난 11월 12일 정호승 시인의 토크콘서트를 듣기 위해 바쁜 업무를 잠시 미뤄두고 온 참석자입니다. 사랑과 고통의 본질과 이해라는 주제를 진실되게 풀어나간 정호승 시인의 강연에 깊은 감명을 받고 바쁜 업무를 또 잠시 미뤄둔 채 마음을 담은 후기를 보내줬습니다. 고맙습니다.푸르메재단 기획강연 공共유有는 기부자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을 이어나가는 다양한 주제의 인문강연입니다. 앞으로도 관심과 애정으로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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