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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모습으로 같은 동화를 읽다

[일본 나고야·다카야마 장애인 천국을 가다] 8편 나고야시 츠루마이 중앙도서관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시민들의 공간. 고서들만큼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갖고 있을 것 같은 공간. 그 안에 담겨진 풍부하고 유용한 정보를 누리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오래된 책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지역주민과 장애인, 어린이들에게 열려있는 나고야시 츠루마이중앙도서관(名古屋市 鶴舞中央図書館)이다.


▲ 지역주민과 장애인, 어린이들에게 열려있는 나고야시 츠루마이중앙도서관.

오랜 시간 스며든 책의 향기

1923년에 설립된 나고야시 츠루마이중앙도서관은 건물이 소실되어 신축을 거쳐 1952년에 재개관했다. 나고야시 츠루마이(鶴舞)역 옆에 츠루마이 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 츠루마이 공원에는 도서관 이외에도 나고야시 공화당과 고분, 나고야대학 의학부 부속병원과 츠루마이 캠퍼스 등이 어우러져있어 무척 조용하고 아늑했다.

빨간 벽돌과 목재 구조의 단독 건물로 된 2층짜리 도서관 내부는 넓은 통유리로부터 햇볕이 쏟아져 들어와 밝고 따뜻한 느낌을 자아냈다. 입구에는 작은 조각공원처럼 곳곳에 오래된 조각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 입구에서 이용자들을 반기는 조형물.

도서관에 들어서자 낡았지만 깨끗한 카페트 바닥과 나무 책꽂이, 정갈한 인테리어가 한 눈에 확 들어왔다. 독특한 향기가 기분을 설레게 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형블록, 장애인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이 설치되어 있었고 대여할 수 있는 휠체어도 갖춰져 있었다.

1층에서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에 관한 읽을거리를 비롯해 각종 실용서와 아동도서, CD 및 비디오 등의 시청각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목적실과 전시코너도 운영하고 있다. 2층에서는 연구자료 열람 서비스를 중점에 두고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학·예술, 지역신문의 4개 주제로 나누어 조사와 연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자문고와 어린이도서실, 외국인을 위해 외국어로 일본과 나고야를 소개한 도서를 갖춘 코너도 살펴볼 수 있다. 하루 평균 약 2,500명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 나고야시 츠루마이중앙도서관의 조용하고 아늑한 내부.

어린이도서실에는 1만7천여 권의 아동도서가 소장되어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의자와 서가, 프로그램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넓은 소파가 눈에 띄었다. 장애어린이들은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나고야시 츠루마이중앙도서관의 오오사와 준코(大沢純子) 봉사과장은 “장애어린이의 이용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주말에 휠체어를 타고 오거나 병상침대에 누운 채로 부모와 함께 와서 책을 읽고 대출해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 어린이도서실에서 한 어린이가 원하는 책을 살펴보고 있다.


▲ 아이와 부모가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마련된 넓은 소파.


▲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장식물.(왼쪽)
여자 화장실뿐만 아니라 남자 화장실에서도 아기 기저귀를 교환할 수 있다.(오른쪽)

장애인을 위한 도서 1만 점

특히 인상적인 것은 도서관 내의 점자문고이다. 오오사와 준코(大沢純子) 봉사과장은 “점자문고는 1929년에 개설되어 현재까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열람실 안쪽에 위치한 점자문고로 안내했다. 점자와 CD 형태로 변환된 도서가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점자문고 전반을 관리하고 있는 직원이 인사를 하며 자신도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근무하며 점자도서가 필요한 이용자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 점자문고를 관리하는 직원이 CD 형태의 데이지 도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초기에 보유하고 있던 점자도서는 207점이었으나 현재는 점자로 변환된 도서와 녹음도서 1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점자문고에서는 점자도서와 녹음도서를 대여할 수 있다. 녹음도서는 카세트 테이프 도서와 텍스트를 음성으로 CD에 녹음한 형태인 데이지(DAISY) 도서의 2종류이다. 데이지 도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플레이어 또는 PC가 필요하다고 한다. 대여할 수 있는 도서는 점자도서와 녹음도서를 합해 20권으로 기간은 1개월이다. 점자문고에서 소장하고 있지 않은 도서에 대해서도 전국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목록을 조사해 대출할 수 있도록 한다. 직접 찾아가 대여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자원봉사자의 열정… 모든 아이들에게 책 읽을 권리를

점자문고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협력과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점역 그룹 6개, 음역 그룹 4개를 포함해 약 150명의 자원봉사자가 등록되어 있다. 자원봉사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목표로 책의 내용과 사진·이미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강좌도 실시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가장 큰 역할은 이용자들로부터 의뢰가 들어온 점자도서와 녹음도서를 직접 제작하는 것이다. 연간 200여 점의 도서를 완성한다. 시각장애어린이들이 동화 속의 병아리와 나무 등의 소재를 만져서 느낄 수 있도록 부직포나 털실 등을 이용해 책을 만든다. 실제 활자 그림책과 다르지 않게 만들어진 촉각 그림책을 보며 자원봉사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을지 상상된다. 자원봉사자들의 열정과 정성 덕분에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같은 동화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어린이들이 공평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지속되어왔다고 생각하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 관계자가 원본 그림책이 촉각 그림책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대면낭독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대면낭독은 자원봉사자가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해 원하는 책을 소리내서 읽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점자문고 안에 따로 마련된 대면낭독실에서 이뤄진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예약제로 운영된다. 한 권의 책뿐만 아니라 여러 책이나 신문 혹은 잡지의 필요한 부분만 읽을 수 있으며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질문하며 확인할 수 있다.


▲ 자원봉사자가 시각장애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면낭독실.

점자문고 소식과 점자문고 신간안내를 매월 교대로 발행해 풍성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홀수 달에 발행하는 신간안내는 새로 수입한 활자도서의 일부를 소개한 것으로 카세트테이프 버전과 데이지 버전이 있다. 짝수 달에 발행하는 점자문고 소식은 점자문고가 새로 제작하고 수입한 점자도서와 녹음도서의 내용을 소개한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시력이 약해 활자 도서를 읽기 어려운 이용자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점자문고 홈페이지를 개설해 점자문고 자료 검색과 공지 사항, 이용 안내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사회는 장애어린이에 대한 어떠한 배려를 하고 있을까? 어린이는 그저 청소년 시기를 거쳐 어른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나는 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 인식해 온 것이 보통일 것이다. 최근 들어 인식이 변화하며 많은 어린이들이 다닐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이 생기고 있다. 단순히 어린이도서관을 만드는 것을 넘어 성장기에 있는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도서를 구비해야 할 것이다. 점차 늘어가는 어린이도서관에 장애어린이에 대한 배려가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어린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길 희망해본다.

*글= 유현정 간사 (기획사업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신혜정 간사 (나눔사업팀)

<나고야시 츠루마이중앙도서관>
· 주      소 : 名古屋市昭和区鶴舞一丁目1番155号
· 전      화 : 052-741-9811
· 홈페이지 : http://www.library.city.n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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