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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가 만드는 무료병원

무료병원의 감동이 기부와 봉사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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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스윙 골프대회를 제안한 벤 세이터 군

어린이가 만든 자선골프대회

“저는 왜 치료비를 내지 않은 거죠?”
2002년 텍사스 스코티쉬라이트 어린이병원(이하 TSRHC)에서 손가락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은 벤 세이터(Ben Sater) 군이 퇴원을 앞두고 던진 질문이다. 당시 11살 꼬마였던 벤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른 어린이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었다. 벤이 NIKE 골프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 제안하여 2003년 키즈스윙(KidSwing) 대회가 만들어졌다. TSRHC의 어린이 환자들이 주도해서 이끌어가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골프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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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텍사스주 미키니(Mickiney)에서 열린 키즈스윙 대회에서는 통산 1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달성했다.

벤을 비롯한 키즈스윙 대회에 참가하는 7~18살의 선수들은 자신의 가족, 친구, 지역에 있는 회사를 찾아간다. 어린 선수들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골프대회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후원이 왜 필요한지, 모여진 기부금은 어떻게 쓰이는지를 이곳저곳에 알리고 100달러씩 내도록 설득한다. 병원에서는 이들이 대회에 즐겁게 참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할 뿐이다. 이렇게 9년간 이어온 키즈스윙 대회는 텍사스주 3개 지역을 돌면서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500여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했고, 120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이 모였다.

기부하러 축제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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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결핍증을 가진 라이앤 카 양은 TSRHC에서 재활을 하면서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였다. 지역 예술가, 봉사자들이 마련한 아트쇼. 작품 활동과 함께 기금 마련을 위한 경매도 진행되었다.

텍사스에서는 골프대회 뿐만 아니라 마라톤대회, 테니스대회, 아트쇼, 패션쇼, 전시회, 지역 내 소매상, 음식점과 함께하는 이벤트 등 매년 200여개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린다. 이 모든 것이 병원을 찾는 어린이와 그 가족이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어져온 TSRHC의 기부 행사다.
TSRHC 홍보책임자인 마이크 베이트먼(Mike G. Bateman) 씨는 “행사는 대개 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현장이 곧 기부의 현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50년 간 이어온 자원봉사단

90년의 역사를 가진 스코티쉬라이트 어린이병원은 소아정형외과 중심의 100병상을 둔 입원병동과 읽기장애 및 학습장애 어린이를 위한 치료센터, 근․골격계 질환의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센터를 운영하면서 교재 발간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직원 수만 732명. 놀라운 것은 자원봉사자 등록을 한 사람이 무려 3,400여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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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중인 어린이의 만들기를 돕고 있는 봉사자. 진료대기실에서 만난 문서담당 봉사자

이 가운데 800명으로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는 TSRHC 자원봉사단은 14세에서 94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평균 연령은 60세로 퇴직자들이 많다. 회사 동료, 가족 단위 봉사도 일상적이다.

자원봉사단은 1960년대부터 이어온 것인데 그 역사에 걸맞게 운영도 체계적이다. 바자회, 채용-오리엔테이션-투어, 스페셜 이벤트, 주니어리그 등 분야별 위원회가 있고, 각 위원회 대표, 봉사자 교육 등을 담당하는 코디네이터 역할도 봉사자가 맡고 있다. 자원봉사 신청서는 성인과 청소년용으로 나뉘는데 적절한 업무배치를 위해 상세한 정보를 요구하고, 활용에 대한 동의를 받는다. 신규 봉사자들의 편의를 고려해 매월 두 차례 아침과 저녁에 오리엔테이션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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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코디네이터 데이비드 김 씨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데이비드 김(David Kim) 씨도 자원봉사자라고 믿기힘들 정도로 병원에 대한 해박하고 깊은 이해를 자랑했다. 병원에 대해 여느 직원들보다 상세히 안내했고 병원 이곳저곳을 열정적으로 뛰어 다닌다.

“봉사자들은 1주에 8시간씩, 저와 마찬가지로 50명 정도는 주당 40시간씩 활동하고 있다. 업무는 진료 지원, 문서배달과 분류, 방문객 안내, 환자 활동 지원, TSRHC의 상징인 팝콘 판매, 병원 안팎 이벤트 진행 등 40개 영역으로 세분화 되어 있다. 오늘 오후에도 봉사자들과 함께하는 특별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

봉사자 600명이 준비한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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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꾸미기에 참가한 51개 자원봉사팀. 행사의 흥을 돋우는 실버 관악대

2011년 11월 29일 오후 5시.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 관악대가 신나게 캐럴을 연주하고, 빨간색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춘 무리가 커다란 트리가 설치된 병원 로비로 모여들었다. 지역 은행의 직원들, 인근 학교 교사와 학생들, 가족 모임, TSRHC 환자 모임 등 51개의 자원봉사팀은 1만평에 달하는 어린이병원 곳곳에 놓인 51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기 위해 일과가 끝나는 시간에 이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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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점등을 하는 엘리 양과 댈러스 시장 부부. 감사패를 받고 기념 촬영 중인 자원봉사팀

내반족(안쪽으로 휘는 발)으로 치료 중인 엘리 스티어네이글(Ellie Stiernagle) 양이 댈러스 시장 부부와 함께 커다란 트리에 불을 밝히며 행사가 시작됐다. 백발의 한 봉사자는 몸이 불편한 딸과 함께 행사에 20년 동안 참여해왔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20년 간 어린이병원 트리 꾸미기에 참여한 3개의 봉사팀에게 활동사진을 담은 감사패가 전달됐다. 봉사자들이 직접 준비한 소품들로 특색 있게 꾸며진 51개의 트리는 한 달여 동안 어린이 환자들에게 선보이게 되는데 최고의 트리로 뽑히면 아이들이 직접 만든 멋진 상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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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직원과 가족들이 함께 트리꾸미기 행사에 참여했다

TSRHC 직원들의 일거리에 그쳤을 수도 있었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파티는 2시간 동안 즐거운 지역 축제로 무르익었다. 각기 다르게 생긴 트리를 보며 좋아할 어린이들을 상상하며 600명의 봉사자들과 함께 한 어린이병원의 크리스마스 준비는 모두에게 행복감을 안겨줬다.

“매년 기부금 220억원”… 기부자가 만드는 병원

1971년 3,500만 달러가 모아져 현재의 모습을 갖춘 TSRHC는 기부의 힘으로 운영된다. 병원 곳곳에는 기부의 취지, 기부자 이름과 사진이 붙어있다. 병원에서 치료 받은 많은 어린이와 가족들 또한 본인이 받은 것을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기부에 동참하고, 더 많은 기부를 끌어내기 위해 홍보대사를 자청한다.

진료비를 받지 않고 100% 비영리로 운영되는 TSRHC의 연간 운영비는 무려 1억 달러(한화 약 1,100억 원)에 달한다. 이중 순수 기부금이 2천만 달러이다. 그밖에 조성된 기금 이자가 2천만 달러, 기부 받은 토지 사용료 및 연구로 인한 저작권료가 5천만 달러, 주식 투자로 인한 배당금이 1천만 달러다. 정부 지원은 전혀 없다. 의료 보험수가 청구 역시 적자인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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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 로 씨

TSRHC는 기부자가 만들어 온 병원이다. 전체 기부의 70%는 개인 기부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밖에 기업 15%, 기부단체 15%) 기부 개발팀장 캐럴라인 로(Caroline Law) 씨는 병원과 기부자 사이의 신뢰와 공감대 형성을 강조한다.

“우리 병원과 관계를 맺은 기부자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한다. 첫 기부자에게는 3일 이내에 맞춤형으로 감사카드를 보내고 있다.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병원을 알리고 소통을 하며 신뢰를 쌓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만남이 어려운 기부자와는 2개월에 한 번씩 통화를 하거나, 지역 기부자 모임을 열어 그들이 병원 운영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한다.”

기부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시스템과 제도적 지원 또한 TSRHC의 나눔 운영을 지속하기 위한 동력이다. 국가에서는 현금, 축의금, 유서, 신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를 하면 25~30%의 세금공제 혜택을 준다. TSRHC에서도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기부자가 1천만 달러를 기부하겠다는 유서를 신탁하면 병원에서는 상속세의 일부를 미리 연금 형태로 돌려주고 있다. 고액기부자를 위한 공동체를 만들고, 재정 상담, 법률 상담, 스케줄 관리까지 한다.

한국형 나눔 운영을 꿈꾸다

텍사스 스코티쉬라이트 어린이병원은 장애어린이들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기부와 나눔의 힘으로 운영되는 병원으로, 미국에서 세 번째로 손꼽히는 소아정형 전문센터다. 병원을 설립한 미국의 자선단체 메이슨 그룹의 철학 위에 쌓여온 텍사스 주민들의 관심과 나눔 릴레이가 이어져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선순환 나눔 운영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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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트리 장식 파티 행사장에 600명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기부와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병원의 나눔 운영이 가능하다.

이곳이 90년의 세월 동안 기적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강력한 기부문화가 한몫 하고 있다. “통장에 많은 돈을 남기고 죽은 사람처럼 치욕적인 인생은 없다. 재물은 남을 위해 사용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미국 기부문화의 선구자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가 남긴 말이다.

TSRHC에서의 감탄과 감동의 순간에서 우리가 만들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의 미래를 떠올려본다. 어린이재활병원 의료진들은 장애어린이들에게 시기적절하고 수준 높은 재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곳은 장애어린이들 뿐 아니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나눔의 현장이다. 우리네 아들, 딸의 손을 잡고 놀러가듯 병원을 찾아 병원의 관계자들과 친구가 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곁에서 시간과 재능을 나눌 수 있다.

장애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해 내가 만드는 병원.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은가.

[ 1편: “나눔으로 무료병원 기적 만들다” 보기 ]

*글/사진 = 김수민 기획홍보팀 간사

 

Texas Scottish Rite Hospital for Children

주 소 : 2222 Welborn Street, Dallas, Texas, U.S. 75219
홈페이지: www.tsrhc.org
전 화 : +1-214-55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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