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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작업장, 유럽에서 배우다

 재활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

얼마 전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무엇이 제일 재미있느냐 묻자 “빵을 만드는게 재미있다”고 대답하는 그의 표정에 생기가 넘쳤다. 빵을 만드는 작업장에서 일하던 그가 한 보호작업장에서 머물 수 있는 기간은 2년. 지금은 기업 하청작업을 하는 다른 작업장에서 화장솜을 포장한다. 빵과 화장솜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그가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가지고 독일과 스위스 두 나라의 작업장을 다녀왔다.

단순 임가공에서 개성이 살아있는 작업으로

독일 뮌헨 서북부에 있는 다하우지역 ‘까르따스 장애인작업장(Caritas Werkstatt Dachau).
전형적인 공업단지에 자리한 이 작업장은 전체수익의 70% 이상을 대기업에서 받은 물건을 가공처리하는데서 얻는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상품이 각 작업분야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교육과 비장애인들의 협력으로 우수한 질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장 좋은 상품을 생산하기위해 120명의 지적장애인과 20명의 정신장애인, 40명의 비장애인이 팀을 이루어 함께 일한다. 금속, 목재 가공, 전자제품 생산, 포장과 운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에는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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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분담하여 함께 수행하는 모습. 적성에 맞게 배치된 작업을 하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표정이 밝다. 작업장에서 교육한 목재가공 능력을 토대로 만든 다양한 주문제작 자체생산품을 로비에서 전시하고 있다.

이곳의 책임자 로타르 나튀쉬(Lothar Natusch)씨는 자체생산품의 종류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작업 성과를 얻기위한 가장 좋은 열쇠는 각자의 개성을 살려 발전시킬 수 있는 작업 내용의 개발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이유는 전체 수익의 75%에 달하는 바이에른 주정부와 노동청의 지원에 있다. 작업장의 다양한 시도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사회적 지원이 있기에 카리타스 장애인작업장의 작업내용은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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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한 목재 가공 능력을 활용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접목한 상품 소개자료(왼쪽). 로비에 전시된 테이블(오른쪽)은 인근의 맥도널드에 판매되었다.

 

단순 생산품을 넘어 상품성있는 작품으로

스위스의 라우티 장애인작업장(Werkstatt Rauti in Zurich)은 하나의 공예작업실이나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근로능력을 기준으로 중증장애인은 주문생산 작업장에서, 전문작업이 가능한 장애인들은 자체생산품 작업장에서 일한다. 주문 생산품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세밀하게 작업된다. 크리스마스 카드 제작, 판촉물 포장 등은 기업이 만족하는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제공한다.

동시에 기부를 강제하는 국가의 제도는 기업으로 하여금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하게 한다. 또한 장애인작업장에서 생산했다는 사실을 제품에 표시하여 홍보하면 소비자들이 더 선호하는 제품이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회공헌과 마케팅, 세금 혜택을 모두 얻어낼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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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한 은행의 크리스마스카드 제작 모습. 기업의 주문에 의해 제작된 작업물은 고가에 납품된다. 장애인들의 낙서와 그림들이 벽면 가득 붙어있다. 전문인력은 무의미한 낙서에서 예술적인 면을 발견해내고 아이디어를 더하여 장애인들과 제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라우티작업장에 고수익을 안겨주는 분야는 자체 생산과 판매이다. 자체생산품의 비율은 70%에 달하고 이중 70%는 어떤 도움없이 장애인의 창의력으로 완성된다. 미술을 전공한 비장애 전문인력은 장애인 근로자의 소질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적합한 작업내용을 찾는다. 하루종일 그려내는 장애인의 똑같은 낙서와 오려붙이기는 창의적인 예술품으로 거듭난다. 생산 활동이 곧 취미이자 치료이자 작업인 셈이다. 이렇게 탄생한 예술품은 고가의 상품이 되어 팔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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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내부의 판매장 내부 모습. 장애인들의 낙서와 그림 등이 접목된 메모지, 직물, 접시 등 수많은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창의적 제품과 제도적 안전망으로 두 마리 토끼 잡기

보호작업장의 주 고객이자 고용인인 지적장애인은 노동능력의 측면에서 볼 때 중증장애에 속한다. 단순히 ‘생산력’을 보면 경쟁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익을 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생산력이 곧 수익의 바로미터가 되는 작업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직업재활시설의 87.5%는 제조업에, 이 중 40%는 단순임가공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재활과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 54.7%, 중증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 26.1%, 직업재활 시설 수 394개, 월 평균 임금 277,000원. 이 수치들이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보여준다. 장애인 직업재활은 생활이 가능한 적정수준의 임금, 괜찮은 일자리 개발, 운영이 가능한 수익, 장애인과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스위스 라우티 작업장의 책임자 마르코 브리트(Marco Britt) 씨는 힘주어 말했다. “모든 스위스인은 직업을 가질 권리가 있다.”라고.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장애인이 직업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뒷받침 하는 다양한 제도가 필요하다. 새로운 작업장과 장애인의 시도를 안전하게 뒷받침해주는 제도적 안전망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국가에서는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작업장 수를 늘려가고, 작업장에서는 장애인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기 위한 소질 개발과 이에 맞는 창의적인 작업 내용을 개발해야 한다.

그것이 장애인의 재활과 작업장의 수익을 모두 얻어낼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원치 않게 작업장을 떠나야 하거나,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으로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렵거나, 개인과 가족이 장애인의 삶을 떠맡지 않도록 말이다.

*글/사진 = 이예경 기획홍보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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