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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건축(2부)-㈜ 간삼건축 오동희 사장

호숫가 최고급 휴양지 같은 회헨리트 재활병원

뮌헨에서 남서쪽으로 50킬로 정도 떨어진 곳 암머제에 아름다운 스탄베르그 호숫가의 회엔리트 성이 있던 자연 속 휴양지에 그 유명한 회엔리트 재활병원이 위치하고 있다. 한참 동안이나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저절로 시심이 떠올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언뜻 나무숲 사이로 3층 높이의 건물이 나타난다. 첫 인상은 연구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유리 커튼월의 외형을 가진 단정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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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도로에서 보이는 병원의 모습

바로 이곳이 회엔리트 재활병원인데 전체 88헥타르의 부지에 병원을 비롯해서 고성, 박물관, 학교 등 여러 시설이 숲 속에 띄엄띄엄 놓여있고, 외부공간은 자연 그 자체인 듯 아름답다는 느낌이 마음 속으로 밀려들어 최고급 휴양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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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병원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민연금 같은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성인들을 위한 재활병원으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장애에 대한 재활을 담당하며 보통 3주, 길게는 4~6주 정도의 재활을 통해서 사회에 복귀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주된 기능인 재활병원은 부지의 서쪽에 위치하고 모두 일곱 동 정도의 건물이 중앙의 연결통로에 의해 이어져 있다. 이 병원은 소위 호스피탈 코리도(Hospital corridor)라는 개념을 아주 충실하게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인데, 모든 동선은 일종의 나무줄기와 가지, 잎이 구성된 원리와 같이 중앙의 큰 줄기를 통해서 환자나 의사들의 동선이 이루어지고, 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제반 설비들이 공급된다. 각각의 건물로 이어지는 작은 통로를 따라 이동을 하면 병원의 핵심이 되는 각 병동이 나타난다.

사람으로 치면 복도공간이 혈관, 각 건물은 장기에 해당된다. 각각의 건물은 또 건물마다의 특성에 따라서 동선의 위계와 공간체계를 가지고 중정형, 일자형, 혼합형의 건물로 디자인되었다. 가령 두 개의 병동은 ㅁ자의 구조를 가진 중정형 건물로, 중정에 면해서는 복도와 공용시설을 두고 바깥쪽으로는 병실을 배치하여 병실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전망을 갖게 하였다. 또 자연스럽게 생긴 중정에는 헬스룸과 운동치료를 혼합한 전문적인 재활과 휴식의 공간을 만들어 주었는데, 이것은 재활병원에서 하나의 표본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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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별 조닝 안내도와 병동평면

특히 회엔리트 재활병원은 건물 어디에 들어서나 밝게 햇빛이 들어올 수 있는 아트리움과 같은 개념을 호스피탈 코리도에 적용했다. 리셉션홀에서 카페를 거쳐 각 연결복도에서 좌우로 보이는 자연조망을 따라가면서 물 흐르듯 동선이 이루어진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형성된 마당은 아름다운 정원과 휴게공간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다양한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건물 또한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짐으로써 밝고 건강한 환경을 이루는 데에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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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출입구에서 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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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탈 코리도에서의 알기 쉬운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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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의 휴게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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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의 휴게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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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전경

특히 회엔리트 재활병원에서는 사인(sign)체계를 아주 쉽게 구성하고 또 색상에 따라 구분해 눈에 잘 띄게 했다. 병원이 일반적으로는 흰색 위주의 차가운 느낌을 주는 것과는 달리 다양한 색채와 자연소재의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환자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있었다. 환자들 또한 일상복으로 착용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서 재활에 임하는 환자들의 심리적인 안정과 병원에서의 활력이 크게 향상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건물의 각각의 특성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연결복도 부분은 석재와 타일 등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을 사용하고 각 동에 들어서서는 소음을 방지하며 유지에도 편리한 제품을 적용하였다. 벽과 천정에는 기능적으로 편리하고 유지가 쉬우면서도 가격 또한 저렴한 제품을 사용했으나 레스토랑이나 수영장, 헬스룸 등 인테리어의 효과를 통해 안락함을 필요한 곳은 집중적으로 디자인을 통해 각 공간마다 개성을 갖도록 하였다. 마침 견학을 마치고 나오는 도중 들러본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장면은 여기가 병원이라기 보다는 마치 놀러 온 사람들이 즐겁게 식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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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사용하기에 가까운 중정 속의 헬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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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테리아의 자유로운 모습

회엔리트 재활병원의 또 하나의 장점은 외부환경인데 환자들은 여름에는 여름대로 야외에서 유산소운동을 하거나 호수에서 요트를 즐긴다. 겨울이면 눈이 온 나지막한 언덕에서 노르딕 스키를 즐기며 건강을 되찾는 재미있는 재활, 능동적인 재활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병원이다. 이미 노령인구의 증가속도가 대단하고 또 그들의 기대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은 우리나라에서 또한 재활이라는 프로그램과 리조트의 개념을 함께 혼합하는 것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귀국한 후 회사에 돌아와 회의를 하는 도중 강원랜드에서 현재의 카지노와 스키리조트를 종합리조트로 발전시키려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머지않아 정부나 민간의 보험체계가 질병 자체의 치료 외에도 재활과 건강관리라는 개념을 통해 휴양리조트의 체계와 접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애어린이를 위한 A to Z’ 슈피탈 어린이재활병원
스위스 취리히 근교에 위치한 슈피탈 어린이재활병원은 원래 요양을 위한 호텔로 사용됐던 것을 제2차 세계대전 후 어린이재활병원으로 개조하여 지금까지 사용해오고 있는 오래된 병원이다. 건물 자체가 일종의 문화재로 지정되어서 외관을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1980년대에 내부의 구조는 거의 다 새로 고쳐 지금의 골격을 유지하게 되었고 지금도 필요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리모델링을 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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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건물에 자리잡은 병원의 전경

이 병원은 취리히대학병원 소아과에서 관할하는데, 주로 뇌손상을 입은 영유아부터 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테라피와 학교를 결합한 형태로 일반학교의 교사가 아닌 전문치료사가 그 교육을 담당한다. 특히 학생 하나하나마다 치료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그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도 다른데 여기에서는 이런 세심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의 구성은 모두 여섯 개의 층으로 되어있는데 경사지에 지어져서 지하층으로부터 지상 2층까지는 부분적으로 직접 외부공간과 연결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지하1층, 지상5층의 건물인데 슈피탈 어린이재활병원은 층의 구분에 있어서 숫자의 개념이 아니라 이미지의 개념을 도입하여 장애어린이가 쉽게 기억을 하도록 색과 그림으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최하층을 A층으로 위로 가면서 B, C, D, E, F층으로 구분하였는데, 가령 E층 하면 Elephant로, 그리고 색상은 Yellow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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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어린이의 식별성과 흥미를 위한   층의 표시

모든 기준은 ICF, 즉 국제장애인등급기준에 따라 세심하게 적용했는데, 현재 병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하임 박사는 어린이재활병원의 계획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ICF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특히 치료진 각자 역할의 전문성을 존중하여 의사에게만 의존하여서는 안되며 치료사의 의견이 정말 중요하다고 몇 번을 이야기하였다. 특히 색채와 관련해서는 심리상담사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병원의 기준층은 T자의 형태로 엘리베이터 코어(core)를 중심으로 3개의 존(zone)으로 구성되는데, 개별병실존, 집단병실존, 그리고 치료실존으로 나누어진다. 개별병실존은 중복도의 형태로 한쪽이 병실이 4개의 모듈이 있고 그 반대쪽으로는 화장실, 목욕실, 도구실 등의 지원실이 배치되어있어 일반 병원의 형태와 같다. 그 반대쪽에 위치하는 집단병실존에는 중앙에 집의 거실과 같이 식사테이블도 놓이고 소파와 TV, 그리고 주방을 놓고 그 주위로는 3개의 병실을 보통 침실과 같은 느낌으로 배치했다.

이것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듯이 치료를 받는 효과를 얻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각각의 방도 모두 조금씩 다른 구성인데, 그 중 한 방에 들어가니 방안에 또 다른 격리된 방을 두고 있었다. 어떤 경우에 혼자 있고 싶은 아이가 그 이유를 문에 붙여놓고 들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는 치료법이라고 생각되었다. 병실은 C, D, E층에 배치되어있는데 특히 C층의 경우에는 거동이 거의 어려운 환자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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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병실의 구성

개별병실존과 집단병실존에는 사이에는 치료사를 위한 방이 있고 엘리베이터 홀을 지나 반대편에는 치료실이 있다. 치료실은 층마다 서너 개의 전문치료실을 두어서 어린이로 하여금 각자의 프로그램에 의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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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 복도의 모습

특히 E층의 경우 특수 장비를 이용한 치료실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뉴로싸이콜로지스트, 테라피에라움, 로코마트 등의 특수 장비를 집중 배치하여 최고의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상층은 대부분 의사와 치료사를 위한 공간인데 상대적으로 협소한 면적을 무척 실용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기존 건물을 개선해서 사용하는 데에 따른 한계 때문에 만족스럽지는 않을 텐데도 그다지 불만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본받을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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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마트 치료실

1층인 B층은 리셉션홀과 행정실 및 상담실, 그리고 작업치료, 언어치료, 동물치료실 등이 있는데 복도를 사이에 두고 몇 개의 개별실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을 일반적인 사례와 같다. 최하층인 A층의 공간에는 별동의 건물에 교실 두세 개의 학교가 있다. 학교는 장애어린이들이 사회에 복귀해서도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병원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일반 학교와 비교했을 때에도 전혀 손색이 없고 오히려 더 우수한 시설을 가지고 있다. 본 건물의 최하층에는 수 처리실, 그리고 70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테리어, 세탁실과 건조실, 린넨을 비롯한 제반 물품의 창고가 있는데 특히 수납공간을 모빌랙으로 설치해 수납효과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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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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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테리아와 학교의 교실 모습

유럽 장애인 재활의 인간존중, 자연주의, 합리주의

유럽지역의 어린이재활병원에 대한 사례는 위에서 설명한 것들 이외에도 무척 많은 사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한국의 병원보다 우수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더 나은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장애인들을 보는 시각에서 우리에 비해서 훨씬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장애인이 사회의 한 구성원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인 합의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라도 생각한다. 이런 배경에서 건축시설에 대한 이해를 가져간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제 글을 마무리 하면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중부유럽의 재활병원에 대해 몇 가지 시사하는 점을 정리하려 한다.

첫째, 장애인 재활병원이란 의료기술적인 면에 인간적인 사랑을 더하여 만들어지는 건축환경이다. 따라서 병원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일상공간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편안한 집과 같은, 또 보통의 학교와 같은 환경을 가꾸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어떤 경우는 나라에서 또 어떤 경우는 개인의 노력이나 기부를 통해서, 또 특별한 재단이나 보험회사를 통해서 건립 되어지다 보니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을 통해 고쳐 재활병원, 장애인작업장 등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신축을 통해서 새로운 설비와 깨끗한 환경을 가진 건물이 공급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리의 경우도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그리고 뜻있는 독지가들의 참여가 동참이 된다면 장애인 복지의 수준 향상에 큰 발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셋째, 자연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러나는 환경이 바로 재활치료를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들은 수많은 재활병원을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장소에 두고 있다.

이것은 재활치료에 있어 의료적인 치료에 더해서 자연환경 속에서의 치유가 장애인의 재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병원시설의 내용적으로 측면에 있어 멋지고, 화려한 시설보다는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또 성인의 경우 그들의 필요성에 적합하게 매우 실용적인 건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높은 천정, 화려한 마감재, 멋진 외관보다는 내실 있고 편리한 공간들을 필요에 따라 활용하되 장래의 변화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융통성이 있는 건축계획이 필요하다. 다섯째, 병원의 계획에 있어서는 특히 동선계획의 명료함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사인 및 색체계획을 세심히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어린이의 경우 사회적인 교류를 많이 할 수 있도록 공동공간에 대한 계획과 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섯 가지로 중요한 점을 정리해서 말했지만 이외에도 꽤 많은 것들을 일일이 세심하게 보아야 할 것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본 기내지에서 핀란드의 건축과 디자인에 대하여 무척 인상 깊은 글을 마주쳤다. 그들의 디자인의 바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Design for Living
In Love with Nature
Just Sitting and Being

항상 생활을 위한 디자인,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냥 그 속에 있는 디자인, 자랑하지도 않고 명품이 되려고 하지도 않는 실용적인 태도. 이것은 바로 비단 핀란드의 건축과 디자인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고 우리에게 있어서 또한 장애인 재활을 위한 시설을 바라보는 데에 매우 중요하게 지켜나가야 할 기준이 되어야 한다.(끝)

* 오동희 사장과 간삼건축은 2014년 완공되는 마포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사회공헌
차원에서 재능기부로 설계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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