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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각장애인 학교

직업은 ‘사회통합’ 열쇠, 단순해도 기술 익혀야 독일 뷔르츠부르크시 시각장애인학교를 다녀와서

지난 9월,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현황과 발전방안을 선진국의 특수교육 제도와 비교해보고자 9박 10일의 일정으로 독일에 방문해 특수교육 시스템과 장애인 직업재활 및 작업장을 둘러봤다.

장애인 특수교육 제도와 직업재활이 잘 되어 있다고 들어온 독일에 직접 간다는 것에 대한 설렘과 함께 ‘우리나라 교육체계와 복지수준이 많이 다른 나라인데 얼마나 현실성 있을까’라는 고민을 안고 출발했다.

12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이번 일정동안 통역과 코디네이터를 맡아줄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하는 김승룡 씨와 그의 동료 에밀을 만났다. 외국 중에서도 문화와 언어가 익숙지 않은 유럽, 독일에서 만난 한국인 코디네이터는 반가움에 앞서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약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뷔르츠부르크시는 시 전체에 뷔르츠부르크 대학 캠퍼스가 있는 교육도시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때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된 후 재건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통양식의 주택과 교회 건물이 눈길을 끌었으며, 시 한가운데로 마인강이 흐르고 시 둘레를 포도밭이 둘러싸고 있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첫 방문지는 시각장애인학교였다. ‘시각장애인 연구소 재단’으로 불리는 이 학교는 다른 4개의 도시 (뤽커스도르프, 레겐스부르크, 뮌헨, 슈말칼덴)에 있는 시각장애인 연구소재단들과 연합하고 있으며 우리가 방문한 학교가 중심 연구소재단이다.

비장애학생에게도 인기좋은 특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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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하는 모습

이 학교의 교장인 푹스(Eberhard Fuchs)씨에 따르면 “지난 1969년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로 설립되었으며, 1994년에 비장애아동에게도 개방하여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고.
전체 학생 정원은 3백명인데 직원이 8백명(교사 80명, 치료사 40명, 행정사무 담당 150명, 보조원 400명 등)이라고 하는데 믿기지 않아 통역을 통해 다시 물어보니 사실이라고 하였다.
초등학교와 중등학교가 함께 있는데, 초등학교는 지적장애가 없는 시각 장애인(약시)과 비장애인 통합교육과정이고, 중등학교는 지적장애를 동반한 시각장애인 등 중복장애인 실업계 학교다.
폭스 교장에 따르면 “이 초등학교는 비장애학생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아 입학을 위해서는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교사와 학생 비율이 1:1이고, 교육 질이 높아 비장애학생들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입학하고, 짝꿍이 되는 것도 아직은 꺼려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특수학교에 비장애학생이 입학하기 위해 줄을 선다는 것은 낯선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중고등학교 과정은 기본 인지학습, 사회적응 훈련과 더불어 16~21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준비 교육을 실시하는 실업계과정이 있었다.
직업교육은 3년간 훈련하는데 각자의 적성과 능력을 찾고 기술을 익힐 뿐만 아니라 졸업 후 사회생활에 대비해 잘못된 습관을 수정하고, 직업인의 태도를 가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직업반은 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생 27명을 기준으로 지도자 12명(특수교사, 장인, 보조원, 실습 단순보조원)이 교육을 지도하는데, 작업기술은 전문 기술자인 ‘장인’이 지도해주며, 보조원은 필요 시간에 이동 지원만 한다.
주요 교육내용은 가정생활훈련, 읽고 쓰기 등 기본 교육과 카페테리아 매점 목공 도자기 금속 제빵 등 기술반이 있었다.

‘가정생활 훈련’은 옷을 빨기 위해 세탁기 사용법, 옷을 건조대에 널고 개는 방법, 다림질, 주방기구 사용방법 등을 교육하는 데 수영, 야외학습, 요리수업과 연계해 학교생활의 일부로 실시되고 있었다.
또 카페테리아와 매점은 분식과 커피, 차를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데 주문받기, 주문물품 내주기, 셈하기 등을 훈련하며 지도교사와 보조원이 함께 지도했다. 직접 카페테리아에서 커피와 차를 주문해 마셨는데, 지도교사가 옆에서 주문을 받을 때마다 주문 확인, 계산, 음료 제조 및 예절법에 대해 지도해주었다.
학생들은 정기적으로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면서 교육을 받으며 오후에는 목공반, 금속반 등 기술반에서 기술교육을 받는다.
금속반, 목공반 수업은 장애학생들이 절단부터 용접까지 장애특성과 능력에 맞게 기술을 익히는 훈련이었다. 장애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중에서 본인이 원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기술을 익힌다고 한다.
금속반에서 만난 베스닉 씨는 18살로 졸업 후 장애인공장에 취업하고 싶으며, 장래에 금속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한 여학생은 나무 끌에 촛대의 둥근 받침대를 둥글게 만드는 일을 계속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손의 촉감이 뛰어나 그 일을 잘 할 수 있어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이처럼 직업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인 학교 졸업 후 일반 노동시장 또는 장애인 공장에 취업해 소득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애특성을 고려한 작업과정을 찾고, 이에 맞는 지도를 하고 있었고, 취업을 위해서는 단순기술 습득과 적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기술을 익히도록 지도한다는 것이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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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의 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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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학생과 보조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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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 수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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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베스닉)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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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모습

시각장애인 학교에는 기숙사가 있는데 타 지역에 사는 학생들과 뷔르츠부르크에 살지만 가정형편상 또는 교육 목적으로 2백여 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마친 후 기숙사에서 숙제를 하고, 산책, 음악, 운동치료, 놀이지도 등을 받는데 전문보조원과 단순 보조원이 지도하고 있었다.

기숙사에는 방, 주방, 거실, 운동공간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으며 보조원, 교사 등 관련자들이 북적거렸다. 기숙사이므로 교육과 생활지도 체계가 잘 잡혀 있었으나 학생들이 숙식을 하는 생활공간이므로 가정과 같이 운영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아 있어 인상적이었다.

기숙사에는 특히 보조원이 많았는데 크게 전문보조원과 단순보조원으로 구분되고 있었다.  단순보조원들은 등하교, 교실 이동, 기숙사 이동, 식사지원 등 단순 업무를, 전문보조원은 장애학생의 학습, 생활지도를 하는데, 전문보조원은 2년의 실습으로 적성여부를 판단한 후 ‘아카데미’라 불리는 국비 지원 직업훈련학교를 2년간 마친 후 1년의 정식 실습을 거친다.

단순보조원은 고등학교 졸업 후 학교, 병원, 시설 등에서 실습을 하는 사람으로 평균 2~4주간의 교육 후 투입되며 전문보조원의 수퍼비젼을 받는다.

시각장애인 학교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물리치료와 교육이 접목된 프로그램인 ‘컨덕티브 파라담’이라는 ‘종합운동장려제도’였다.

‘컨덕티브 파라담’은 헝가리 의사이자 교사인 안드레아시 페데가 개발한 운동치료인데 뇌와 척수 지체장애인의 운동감각, 인지감각 등을 높이기 위한 교육으로 매일 1시간씩 치료수업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고 하였다.

헝가리 출신 교사 2명이 직접 운동치료를 지도하는 데 운동감각을 최대한 개발하여 보조구 도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4명의 중중장애학생들에게 2명의 교사가 단계별로 지도하고 있었으며 매우 힘든 운동치료라 수업 후에는 휴식을 취한다고 하였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술교육 반드시 필요해

떠나올 무렵 푹스 교장에게 “중증장애인의 기술교육이 과연 장애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냐”는 물음을 던졌다.

이에 대해 푹스 교장은 “모든 사람은 장애, 인종, 민족과 관계없이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통합이며, 통합을 위해 장애인의 교육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업이 개인의 삶과 사회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이 아무리 잘돼 있다하더라도 직업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단순한 기술이라도 익히는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 글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발행 ‘함께걸음'(http://www.cowalknews.co.kr/)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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