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시립 니시요도가와 양호(특수)학교-장애학생에 학교를 맞추다

일본 연수 둘째 날 영상 37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지적, 신체 중복 장애 학생들을 위한 소(초)중고 학교인 오사카 시립 니시요도가와 양호(특수)학교를 방문했다. 7월 19일 방학을 맞아 이미 학생이 빠져나간 학교는 조용했다. 헐레벌떡 중년의 남자 두 분이 학교 정문으로 급하게 나오시며 허리를 깊이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하신다. 니시요도가와 양호학교의 니시오카 교감선생님과 나가오 교감선생님이었다.


“니시요도가와 양호학교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일본의 오사카에는 양호학교가 총 10곳이 있다. 지체장애 및 중복장애 학교가 3곳, 지적장애 학교 4곳, 시각, 청각, 병약장애 학교가 각각 1곳씩 있다. 자폐 등 발달장애는 지적장애로 구분해 지적장애 양호학교로 배정을 받는다.


일본은 과거 장애인들의 취학이 면제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1979년‘중학교 의무교육제’가 시행되어 중증 장애인도 무조건 학교에 입학 해 교육을 받게 되었다. 오사카시립 니시요도가와 양호학교는 의무교육제가 시행된 1979년 4월 1일 문을 열었다.


 


“학생 수<선생님 수”…중증장애 학생은 가정방문 수업도



니시요도가와양호학교는 현재 초등학교 32명, 중학교 27명, 고등학교 41명 등 총 100명이 재학 중이다. 이 중 고등학생 1명은 학교 통학이 힘든 고도의 중증장애로 선생님이 1주일에 세 번 학생의 집으로 직접 방문해 한 번에 두 시간 씩 1:1로 수업을 받고 있다.


나머지 99명의 학생은 6대 셔틀버스을 이용해 통학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학교의 교사 수이다. 학생 수보다 더 많은 무려 110명의 교사들이 학생들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1:1 수업이 이뤄지는 것은 기본이고 수영재활, 자립재활 등 정규 학습과정 외에 취업 및 재활치료를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니기요도가와 양호학교 학급수 및 학생 재적수>









































































































































































































































































































통학


방문


합계


일반


중복


학급수




















학급수








학급수










1


6


1


7


6


1


7


2


2


2


4


2


2


4


3


3


3


6


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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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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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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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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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


4


7


6


4


1


5


4


1


5




19


13


32


19


13


32








1


2


0


2


6


4


10


8


5


13


2


1


0


1


3


6


9


4


6


10


3


0


0


0


2


2


4


2


2


4




3


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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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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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7










0


0


0


10


8


18


10


8


18


1


1


2


4


8


12


5


9


14


0


1


1


5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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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9


1


2


3


19


19


38


20


21


41








1


2


6


49


44


93


0


1


1


1


53


47


100


학생의 나이에 따라 학년은 나누지만 학년 안에서도 학생들의 장애정도에 따라 저, 중, 고 3등급으로 구분해 수준에 맞는 학습을 지도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등급이 올라가지 않고 같은 수업을 받기도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학기가 끝나면 누구다 다 졸업을 해야만 한다. 물론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취업훈련 작업장으로 간다. 하지만 이곳들은 학교와 달리 만약의 상황에 장애인에게 의료적인 처치가 불가능 한 곳이 많아 학교 측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진로가 늘 고민이라고 한다.


 


교육에 의료를 더하다


두뇌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보통 목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중증의 신체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이들은 섭식 장애로 인해 튜브로 음식물을 삽입해야하고, 가래 흡입을 누군가 해줘야 하는 등 다양한 의료적인 케어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일본 문부성에서는 학교에서도 간단한 의료적인 처치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곳 니시요도가와 양호학교에서는 의료적 케어가 필요한 장애학생의 부모님이 ‘의료처치 의뢰서’를 학교에 신청하면 학교에서는 ‘의료검토위원회’를 열어 그 사항에 대하여 검토하게 된다. 만약 그 신청이 합당하다고 인정이 되면 학교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그 의료처치에 대한 연수를 받게 된다.


연수내용 등을 부모님이 납득하면 학교에서는 학생에 대한 의료처치를 최종 확정한다.


연수내용 등을 부모님이 납득하면 학교에서는 학생에 대한 의료처치를 최종 확정한다.


확정된 의료처치를 그 학생이 교실 또는 학교 내에 어느 곳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사는 교사에게 교육하게 된다. 그런 일련의 절차를 통해 현재 27명의 학생이 의료처치를 받고 있다.


가래흡입, 음식 튜브삽입 등 간단한 의료처치 외에도 이곳은 간호사 3명이 교대로 1주일에 80시간 상시 근무를 하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다. 또한  보바스병원 등 전문 의료진이 연 42회 학교에 방문해 전문적인 검진 및 치료를 지원하는 등 교육 외에도 의료적 케어를 더해 항상 학생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장애학생 개인을 위한 맞춤식 시설



니시오카 교감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학교 시설을 둘러보았다. 넓은 너비의 복도 한 켠에는 학생들의 휠체어가 한 줄로 길게 늘어서있다. 길게 늘어선 휠체어는 우리가 흔히 보는 같은 모습의 규격화된 것이 아니었다. 등이 굽은 장애에 맞춰 휠체어 등판의 안쪽을 둥글게 들어간 휠체어, 팔걸이를 높이 올려 턱 위치쯤 조정스틱을 설치해 턱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제작한 휠체어 등 다양한 모습이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휠체어와 같은 사례는 니시요도가와 양호학교 곳곳에서 볼 수가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어른 50명이 충분히 타고도 남을 정도로 넓었으며, 모든 교실과 복도에는 턱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이는 휠체어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휠체어를 맞추기 때문이다.



화장실에는 높낮이가 다른 3종류의 세면대가 있었고, 교실 안에는 일반 학교 교실과 달리 병실에나 있을 법한 침대와 세면대가 자리해 있다. 또한 책상은 앞쪽이 둥글게 파여 있어 몸을 가누기 힘든 학생이 책상과 밀착해 고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의 모든 시설과 집기는 장애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맞춤식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졸업생이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학교


이 날 우리 연수에는 특별한 한 사람이 동행했다. 바로 이곳 졸업생인 후지이 노리유끼(33) 씨. 그는 일본판 ‘잠수종과 나비’(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는 장 도미니크 보비의 책)의 주인공이다.



 


눈썹과 발가락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그는 눈썹을 치켜 올리는 것으로 대화를 하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현재 이 학교를 졸업하고 장애인 지원 단체인 ‘보람보람(일상생활지원센터)’에서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 학교 졸업생 중 몇 되지 않는 취업생이다.


활동보조인 기쿠 히로유키(35) 씨의 입을 통해 우리에게 학교를 알려주려고 애쓰는 후지이 노리유끼 씨를 지켜보며 학교에 대한 그의 뜨거운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아마도 노리유끼 씨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생활한 장애학생들 모두 딱 맞춘 옷처럼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교육과 의료 중심의 배려 시스템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글/사진=어은경 푸르메재단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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