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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히코 중증심신장애인 데이서비스센터-생활 속의 가까운 복지를 꿈꾸다!

깔끔하게 정돈된 소박한 일본 주택가의 아침 9시. 가벼운 산책을 하는 동네 주민들 속에 한 청년이 목에 두른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힘차게 휠체어를 민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장애인은 목도 가누기가 힘들지만 벌려진 입에는 웃음을 한가득 머금고 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중증심신장애인 데이서비스(주간보호)센터 유메히코(꿈비행).

일본 주택가 속에 자리한 유메히코

중증심신장애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취업도, 취업을 위한 훈련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시내와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있는 시설에 입소 또는 집에서 가족의 보살핌을 평생 받아야 한다. 시설이든 집이든 그 공간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에서 지역과의 고립된 삶은 매한가지다.

가족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든 케어는 오롯이 가족이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며, 일본의 1990년대 초 모습이었다. 유메히코는 1990년대 초 이런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유메히코의 초창기 멤버이자 현재 대표이사로 계신 스가노 씨는 유메히코의 설립배경과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증심신장애인도 지역 내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살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 문제는 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중증장애인이 지역 안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가족은 낮 시간동안 편안하게 쉬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중증심신장애인을 위한 데이서비스(주간보호센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유메히코입니다.”

 

유메히코의 하루

 매일 아침 8시면 30여명의 개호보조인은 출근과 동시에 유메히코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집으로 직접 장애인을 데리러 간다. 9시 유메히코 도착, 장애인과 개호보조인 1:1시스템으로 담당 보조인은 보호자가 메모한 수첩을 통해 전날 장애인의 건강과 기분 등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곳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중증의 신체, 지적 중복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항상 건강을 체크해야하며, 프로그램도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진행을 하게 된다.

한 장애청년은 본인의 상태를 유메히코에 있는 모든 개호보조인이 알기를 원해 담당보조인은 항상 아침에 보호자가 수첩에 적어준 메모를 마이크를 이용해 큰 소리로 읽는다. 메모는 저녁식사는 몇 시에 어떤 메뉴로 했는지, 잠은 몇 시간 잤는지 등의 소소한 생활에 대한 내용이다.

이곳의 장애인은 고도의 지적, 신체장애로 스스로 어떤 활동을 하기가 힘들고, 의사소통도 어렵기 때문에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은 진행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2회 목욕, 시장 또는 인근 공원 산책 등 생활의 연장으로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유메히코에 방문한 날 오전시간에 남자 목욕 프로그램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자동화시스템 개발에 앞장서는 일본인만큼 장애인의 목욕을 돕는 다양한 목욕 기계가 개발 되어 장애인 단체 또는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유메히코의 최첨화 된 목욕 시설을 기대하며 목욕시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동네 목욕탕보다도 열악한 환경이었다. 커튼으로 가려진 목욕탕에는 바닥에 매트가 깔려 있고 그 위에 욕조와 샤워기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목욕기계가 있으면 훨씬 덜 힘이 들겠죠. 그렇지만 따뜻한 물과 사람의 손으로 근육을 일일이 부드럽게 마사지 하면서 하는 목욕은 그들의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사람의 살결과 살결이 닿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주고요. 힘들더라도 앞으로도 장애인 케어에 기계를 사용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대표이사 스가노 씨의 목욕철학은 단호했다.

12시 점심시간, 개호보조인은 각 배식 판에 밥과 국, 반찬을 담더니 가위로 반찬을 일일이 잘게 자르기 시작했다. 대부분 섭식 장애를 갖고 있어 음식물을 씹고 소화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면 인근 시장 또는 공원을 산책 하며 지역 안에서의 일상적인 생활을 한다. 고개를 가누지 못해 뒤로 고개가 젖혀진 채 휠체어를 타고 산책하는 그들 모습은 지역 주민과 한데 섞여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오후 4시. 이제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담당 보조인은 장애인의 가방을 꾸려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 장애인은 유메히코에 오는 순간부터 집에 도착할 때 까지 담당 개호보조인이 1:1로 항상 옆에서 함께 한다.

 

이용을 원하는 장애인은 누구나!

유메히코는 18세 이상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중증심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이곳을 이용하길 원하는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가 있다.

“만약 이용공간이 부족하다면 증축을 해서라도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 어떤 이유든지 장애인의 이용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메히코 초창기부터의 확고한 원칙이다. 그렇게 조금씩 공간을 넓혀 2층 규모의 유메히코가 되었다. 현재 이곳에는 총 30명의 장애인이 이용하고 있는데, 57세의 한 여성 장애인이 가장 고령자이고 대부분의 연령은 20대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곳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대부분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 데이서비스(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한다. 그렇다고 시간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원하면 오후 4시 이후에도 시간 연장은 가능하며, 때로는 집에 가지 않고 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생활공간과 자는 공간의 분리를 위해 저녁에 인근에 있는 숙소로 이동한다.

유메히코는 초기에 법인설립 없이 소규모 단체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다보니 운영비 등 행정적으로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더 많은 장애인이 지역 내에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메히코는 사업을 조직화해 사회복지법인 유우노유를 설립하였다.

하지만 사회복지법인은 정부 보조금 지원으로 재정이 안정 된 반면 감독, 감시 등 정부의 간섭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에 유메히코는 비영리법인(NPO; Non-Profit Organizations) WING을 설립 해 오사카 시 전역에 자택간호 지원사업, 워킹홀리데이를 통한 국제교류사업, 그룹 홈 사업 등을 현재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한 장애인에게 데이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직원들은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사회복지법인, 그 이후에는 비영리법인 소속으로 활동하게 되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바로 장애인 개인에게 한층 충실하고 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인 것이다.

 

<조직도>

비영리법인(NPO; Non-Profit Organizations) WING

우리가 찾아간 날 개호보조인들 속에 장애인 옆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란머리와 흰 피부의 두 청년이 눈에 띄었다.


“워킹홀리데이로 온 호주 분들이세요. 서로 다른 언어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 불편함은 크지만,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경험은 뜻 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많이 왔다가셨어요.”

현재 유메히코에는 워킹홀리데이로 온 외국인 10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하루 8시간 일을 한다.

급여는 일본인과 같은 대우로 시간당 1,250엔을 받는다. 현재까지 한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호주 등 각국에서 모두 60여명의 외국인이 소중한 땀을 흘렸다.

비영리법인 WING의 사업 중에는 프리스페이스라는 독특한 방식도 있다. 프리스페이스는 말 그대로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장소를 대여해 사용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역 주민들은 그 공간을 파티 장소, 어린아이들의 재활용품 마켓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 한다.

건물 1층에 위치한 이 공간은 역시 장애인 접근성을 철저하게 고려하는 등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다. 그러나 이용자격에 제한은 없다. 비장애인들 역시 각종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이 날도 지역주민들이 어린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텅 빈 공간이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인간애로 가득찬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간 운영비 3억엔

사회복지법인 유우노유와 NPO 윙(WING) 두 법인의 총 연간 운영비는 3억엔으로 다른 비영리단체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다. 데이서비스 사업을 하는 사회복지법인 유우노유는 ‘장애인자립법’에 의해 정부로부터 운영비를 보조받는다.

‘장애인자립법’은 장애인의 장애 정도에 따라 6단계 등급으로 나눠 개호보조서비스 지원하는데 등급이 높을수록 자립도가 낮아 개호보조서비스 지원금이 높아진다.

유메히코의 장애인은 대부분 6급인데, 이 경우 낮에는 시간당 1,200엔을, 이후에는 시간당 1,700엔을 행정청에 청구하게 된다.

직원은 정규직 40명, 워킹홀리데이로 온 외국인 10명, 생활활동보조인 20명, 차량 이동서비스 직원 10명 등 총 80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주5일 근무제이지만 집에 돌아가지 않고 남는 장애인들을 위해 직원들은 교대로 숙직 근무를 한다. 비영리단체가 그렇듯 인건비에 비해 노동의 강도가 높아 대부분의 직원들은 20~30대로 젊은 편이다. 이곳에서 근무를 원하면 필기, 면접시험을 치러야 한다. 필기시험은 사회, 수학, 영어 등 일반적인 과목을 보게 되지만 필기시험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면접이다.

“사회복지법인이나 NPO를 쉽게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절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오는 직원은 우리는 원하지 않습니다. 면접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의식이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는 사람만을 직원으로 받아들입니다.”

현재 사무국장을 근무하고 있는 스즈끼 씨가 내세우는 유메히코의 직원상이다. 그렇게 채용된 직원이라 그런지 이곳의 직원들은 근속년수가 평균 6~7년으로 다른 비영리단체에 비해서 이직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사무국장 스즈끼 씨는 유메히코의 사업에 대해 설명을 끝내며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화려하지만 거리가 멀어 쉽게 갈 수 없는 백화점보다 규모는 작아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편의점 같은 센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 속의 복지제도가 구현되어야 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어울릴 수 있는 ‘생활복지’를 향해 유메히코는 오늘도 쉼 없는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글/사진=어은경 푸르메재단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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