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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애인 작업장(2) – 로쿠유,메이유

지적장애인의 작업장 <로쿠유(綠友)>와 신체장애인 작업장 <메이유(明友)>는 행복촌 안에 있는 대표적인 복지시설이다. 1987년 행복촌 개장 당시에 개설된 곳으로 행복촌에서 가장 오래된 시설이다.

잘 꾸며진 도시공원인 행복촌에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는 로쿠유와 메이유는 작업장의 환경으로만 따지자면 일본에서 최고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잔디밭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흰색 단층 건물을 보면 작업장이라기 보다는 펜션 같은 느낌이다. 로쿠유 측에서도 보호자들이 이 곳을 선택한 이유가 아마 환경 조건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메이유 건물. 작업장과 숙소,목욕탕,식당 등이 갖춰져 있다. 로쿠유의 외관도 거의 비슷하다.

메이유 건물. 작업장과 숙소,목욕탕,식당 등이 갖춰져 있다. 로쿠유의 외관도 거의 비슷하다.

로쿠유의 작업장 정원은 50명으로 고베 시내에 사는 장애인들이 행복촌으로 출근한다. 문을 열 당시에는 취로시설을 목표로 했지만 취업 실적은 0%에 가깝다. 가능한 작업이 워낙 제한돼 있어 일반적인 직장에서 일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로쿠유와 같이 지적장애인에게 특화된 작업장을 벗어나면 사실상 일할 곳이 마땅치 않다. 현재 로쿠유에서 일하는 이들의 평균연령은 30대 후반. 20년 전 로쿠유가 설립됐을 때, 특수학교를 마치고 이 곳으로 온 사람들 가운데 60% 정도가 계속 이 작업장에 다니고 있다.

로쿠유의 하마다 아키오 주임은 “설립 당시엔 직업 훈련을 내세웠지만 취업이 가능한 사람들은 모두 나갔다. 지금 있는 이들은 다른 곳에 취직하기가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 로쿠유의 실질적인 목표는 지적장애인들이 낮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적당한 일감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로쿠유의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아침에 간단한 조례를 하고 휴식을 취한 뒤 10시15분부터 12시까지 작업장에서 일한다. 1시까지 점심시간이 있고 오후 3시까지 두 시간 더 작업시간이 이어진다. 3시45분에 앞마당에 모여 종례를 마친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게 하루 일과다.

로쿠유 작업장에서 만든 수예품들

로쿠유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의 실외 작업은 주로 행복촌 관리사와 계약한 일감이다. 제초작업, 체육관과 풀장 청소, 숙소의 시트갈기 등이다. 민간 버스회사와 계약해 버스 정류장 청소도 한다. 이런 작업으로 장애인들이 받는 돈은 시급 680엔(약 5000원)으로 효고현 제정 최저임금이다.

실내 작업은 종이가방 제작과 수예가 대표적이다. 종이 가방(쇼핑백)을 만들기는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다. 한 사람은 모양을 접어 넣고, 다음 사람은 구멍을 뚫는다. 이것을 받아 든 사람은 구멍에 손잡이를 끼운다.

한 군데서 일이 밀리면 작업 지도원이 나서서 흐름을 조절해준다. 앞치마, 손수건, 주머니 같은 간단한 수예품도 만드는데 재단이나 시침은 지도원의 몫이다. 장애인은 정해진 선을 그대로 박음질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일본의 전통 베틀인 사오리로 직물을 짜기도 하고 부적으로 인기가 높은 말 편자도 만든다.

사오리로 직물을 짜는 모습
봉투제작. 서 있는 사람은 작업 지도원이다.

기계적인 작업 형태를 보고 과연 일하는 장애인들이 만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마다 주임은 “지적장애인들은 똑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는 것에 오히려 안도한다. 새로운 작업이 주어지면 익숙해질 때까지 굉장히 불안해한다”면서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출석률은 100%”라고 설명했다. .

작업을 마치고 종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다. 옆 사람에게 장난을 걸기도 하고 머리를 맞대고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정다웠다. 20년 동안 같은 작업장에서 일했고, 같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 사이에 형성된 편안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반복되는 작업을 선호하고, 익숙한 환경을 원하는 지적장애인들에게는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과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쿠유의 하루 일과는 종례로 끝난다.

신체장애인들의 작업장인 <메이유(明友)>는 로쿠유 옆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비슷한 규모지만, 출퇴근 작업장인 로쿠유와는 달리 메이유는 기숙사 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신체장애인이 50명, 출퇴근하는 사람이 10명이다. 메이유의 이마이 카즈오 시설장도 “졸업 후 취업이 안되니까 이런 시설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기술을 익혀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평균 입소기간이 10년이 넘는다.

메이유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일감을 확보하는 것. 수예품과 쓰레기봉투 생산과 같은 간단한 생산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코니카, 미놀타 등으로부터 어렵게 따낸 카메라 리사이클링 작업도 디지털카메라의 부상으로 3월 이후 중단됐다. 여기에 중국, 동남아 인력과의 가격 경쟁까지 겹쳐 일감을 얻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메이유의 작업장. 로쿠유에 비해서 좀 더 정교한 작업이 이뤄진다

메이유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이 받는 평균 공임은 1만7천엔. 여기에 장애연금 8만엔을 더한 것이 이들의 총수입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은 시설이용료 6만엔을 내야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손에 쥐는 돈은 약 2만7천엔이다.

이마이 시설장은 “여기 있는 장애인들은 가족과의 왕래가 끊어진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진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용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메이유 기숙사에 있는 목욕탕. 휠체어 장애인이 혼자 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로쿠유, 메이유와 같은 장애인작업장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일본의 ‘장애인자립지원법’에 따라 2년의 유예기간 안에 일터와 생활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메이유처럼 일터와 생활터의 개념이 혼합된 시설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일터를 선택하면 국가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취업 목표율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직장에 취직할 수 있도록 해서 장애인의 임금을 높인다는 것이 법의 취지이지만 현실을 무시하고 장애인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법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로쿠유와 메이유 같은 장애인 작업장이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시설로서의 작업장에서 생활터의 개념을 제외해버리고 취업 실적만을 따지게 된다면, 중증장애인들이 하고 있는 일은 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장애인들에게 최소한의 자립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는 로쿠유, 메이유의 기반을 자립지원법이 오히려 흔들어놓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전미영/푸르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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