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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아이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40분, 종로장애인복지관 6번 프로그램실에서 시각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언어-작업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우리는 언제부터 오감(五感)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 태아는 엄마 뱃속에 머문 지 24주 쯤이 지나면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의 다섯 가지 감각을 모두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오감을 통해 세상을 배우기 시작했겠지요.

그런데 선천적으로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어떨까요? 인지 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에 부모의 도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손을 떠나야 할 때는 오고야 맙니다. 어엿한 초등학생이 된 것입니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힘을 길러야 할 시간,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워야 할 시간 말입니다.

아이들의 성장에 지지대가 되어주는 시간

‘어떻게 하면 시각장애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질까?’, ‘다른 친구에게 말을 걸고 다가가게 할 수 있을까?’

언어재활사와 작업치료사는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눴습니다. 고민 끝에 기존의 언어치료, 작업치료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치료사와 아이가 1:1로 치료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는 언어치료와 일상생활 동작을 배우는 작업치료를 동시에 하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교구(왼쪽). 손의 감각으로 모양을 맞추는 게임을 진행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치료 시간은 치료라기보다 재미있는 놀이에 가깝습니다. 다양한 교구를 활용해 손의 감각을 발달시키고 친구들과 대화도 나누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언어재활사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언어적인 자극을 주고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줍니다.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모두가 성장하는 시간


▲또래친구들과 함께 하는 재밌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성장한다.

3월 첫째 주, 부모 간담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서로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호기심을 갖고 서로에게 다가갔습니다. 이제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고작 3주, 올해 말까지 계속될 프로그램에서는 첫 발을 내딛었을 뿐입니다.

변화는 느리지만 분명히 시작됐습니다. 한 아이는 학교 반장선거에서 “나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반장이 될 수 없어.”라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세 번째 시간에 “제가 반장이 되고 싶어요.”하고 용기 있게 나섰습니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음 한 구석에 싹을 틔운 것 같아 기특해 보였습니다.

재미있는 놀이 같은 활동에 빠져 있으면 한 시간이 금세 흘러갑니다. 아이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집에 돌아가면 담당자들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심층 사례회의입니다. 아이들의 활동 결과를 공유하고 더 나은 프로그램을 위해 의논합니다. 사례회의를 바탕으로 매주 더 성장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아이들도 성장하고 담당자도 성장하는 9개월 동안의 여정이 기대됩니다.

두근두근, 아이들과의 다음 만남이 기다려집니다.

 

*글: 강윤하 언어재활사 (종로장애인복지관 운동기능팀)
*사진: 김지영 사회복지사 (종로장애인복지관 기획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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