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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푸르메 기획강연 공公유共 후기>

 

“인생이라는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랑과 고통이라는 재료가 꼭 필요합니다.”

정호승 시인은 잔잔한 미소를 띄며 청중에게 말했습니다. 사랑과 고통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었는데 인생의 동반자처럼 둘은 서로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것입니다. 지난 11월 12일 푸르메재단에서는 사랑과 고통의 본질과 이해라는 주제로 정호승 시인의 토크콘서트가 열렸습니다.


▲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정호승 시인이 인생의 사랑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시와 명언을 통해 들려주었다.

42년 900여 편의 시… 끊임없는 노력으로 쓰다

 

정호승 시인의 시는 교과서에 실리고 노래로도 불리며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등단한 지 40년 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분. 이번 ‘공유’도 예상했던 인원을 초과해 좌석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시를 열심히 쓰는 존재이지 인기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고 겸손하게 대답하는 정호승 시인. “모든 사람은 시인이에요. 저는 다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시를 쓸 뿐입니다.”

 

시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정호승 시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시를 쓰는 일은 완성보다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평소에 ‘쓰고 있는 시’라는 노트북 폴더명에 모아놓은 온갖 메모들이 시로 탄생한다고 하는데, 시 한 편당 30번은 고쳐 쓴다고 합니다. 초고가 완성될 때까지 읽다가 고치고 시집을 만들다가도 고칩니다. 끊임없이 고쳐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를 비롯한 친필 작품들이 참여자들을 맞이했다.

“시는 우리 현실에 뿌리를 내려요. 내 삶을 외면하고서는 시를 쓸 수가 없어요. 시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 우리 시대의 삶 속에 있다고 말합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시구들은 지금 이 곳의 삶에 대한 애정과 끊임없는 성찰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사진 왼쪽)가 청중들을 대신해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며 정호승 시인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기에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라는 시구로 고달픈 마음들을 위로하고 힘이 되어 주는 것이 아닐까요. 2008년 장애청소년들의 손을 잡고 백두산 정상에 올라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낭독했던 자작시 <백두산의 눈물>도 우리 삶의 눈물을 백두산 천지의 깊은 눈물샘으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선택하라

인생에서 사랑은 소중한 가치라고 정호승 시인은 강조합니다. 프랑스 ‘빈민의 아버지’ 피에르 신부의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를 언급하며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삶이 무가치하게 흘러가 버린다고 말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찾기 위해 여행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 “사랑의 본질은 책임지는 것입니다.” 사랑의 깊이가 인생의 깊이를 만든다는 깨우침을 준 정호승 시인의 강연.

그래서 인생의 성공이란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것. 가까운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고 진정 한 사람이라도 사랑할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인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은 <탕자의 귀향>을 쓴 헨리 나우웬 신부의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선택하라.”는 말을 매일 가슴에 새긴다고 합니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모두가 관계로 맺어져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관계가 힘든 순간에 미움이 아닌 사랑을 선택할 것을 일깨웁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고통을 껴안는 사람

사랑하는 것만큼 고통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에서도 나와 있듯, 정호승 시인은 자기의 눈물과 그늘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눈물과 그늘이 없는 인생은 없다며 고통이 없는 상태를 바라는 것은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 강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정호승 시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왼쪽)
행운권에 당첨된 청중에게 최근에 출간된 산문집을 포함해 선물을 전하고 있는 정호승 시인.(오른쪽)

고 박완서 작가는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견디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견딤의 자세가 곧 인생의 힘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고통에서 나오며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정호승 시인은 힘주어 말합니다. 아무리 좁은 길이라도 대로와 연결되고 소나기도 오다가 그치기 마련입니다. 고통이 찾아올 때 절망이 아닌 희망을 바라보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당신이 있으니까 내가 있는 겁니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는 것이지요.” 우리는 항상 자기 존재만을 중요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나의 존재는 타자에 의해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타자의 존재 가치를 폄하하고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풍경 달다>라는 시에서 풍경은 바람이 있기에 존재의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고 바람은 풍경이 있기에 존재의 의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누군가로 인해 나의 삶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 오랫동안 시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호승 시인과
그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자기만의 방식대로 사랑하고 고통을 받아들일 때 자기 존재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 비로소 정호승 시인의 표현대로 나는 나대로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대로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토크콘서트가 마무리될 즈음, 강연장은 청중들 저마다의 색깔로 그득하게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푸르메재단 기획강연 공共유有는 기부자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을 이어나가는 다양한 주제의 인문강연입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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