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모리유치원 어린이들의 아픈 친구 돕기

“우와! 선생님 여기가 어디예요?”

“선생님 저건 뭐예요? 만져 봐도 되요?”


평화롭던 세종마을 푸르메센터가 한 순간에 왁자지껄 아이들 목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궁금한 것이 많은지 연신 질문입니다. “꿈모리를 부르면?”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면 “네~ 네~ 네네네~”하고 대답합니다. 그 대답 바로 뒤, 딱 한 순간에만 다시 평화를 맛볼 수 있습니다.



40명의 꼬마 기부자들, 푸르메센터에 오다


지난 29일, 기분 좋은 소란으로 푸르메센터를 들었다 놨다 한 주인공은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꿈모리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평균 나이 6세, 무려 40명입니다. 한참 궁금한 게 많을 나이의 이 기부자들은 시종일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푸르메센터를 살펴봤습니다.




▲ 어린이들은 사회복지사로부터 ‘어떤 친구를 돕는지’에 대해 배웠다.

‘앞이 보이지 않거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친구, 몸이 아픈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표정이 절로 심각해졌다.


하긴 그럴 만합니다. 이 아이들이 6세 평생 고사리손에 직접 번 돈을 쥐어본 게 지난 9월 말이 처음이랍니다. 게다가 돈을 벌게 된 이유가 ‘아픈 친구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하니, 기부하기 위해 방문한 푸르메센터가 궁금할 법 합니다.


우리가 벌었어요!


아이들은 지난 9월 27일 토요일, 유치원 바자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꿈모리어린이집’에서도 참여하고 부모님도 재능기부 형태로 손을 보태 주셨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준비한 음식이나 물건을 판매했습니다. 엄마가 만들어서 보내주신 머리핀이나 비누도 팔았습니다.




▲ 꿈모리유치원을 대표해 가장 나이가 많은 7살 세 아이들이

바자회 수익금 496,000원을 백경학 상임이사에게 전달하고 있다.

(왼쪽부터) 두 번째 이민혁 어린이는 비누방울을 구입했고 세 번째 황서윤

어린이는 엄마가 만들어 준 비누를 판매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하루 동안 이 바자회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무려 49만6천 원입니다. 판매한 물건이 하나에 1백 원에서 2백 원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금액입니다. 아이들은 노력해서 돈을 버는 법을 배우는 동시에 의미 있게 사용하는 즐거움도 배웠습니다. 이정은 선생님은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다른 친구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라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봤습니다.


‘기부’가 뭔지는 몰라도 친구들을 도와줄 거예요


한 아이에게 “몇 살이에요?”하고 물으니 나이에 맞게 손가락도 제대로 못 폅니다. 혹시나 하고 “여기 왜 왔어요?”하고 물으니 “도와주려고요.”라고 또박또박 대답했습니다. 꿈모리유치원이 아이들에게 기부의 즐거움을 가르쳐주기 시작한 것도 벌써 3년 째.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기부’라는 말은 몰라도 “친구를 도와주는 게 재미있어요.”하고 제법 진지하게 말합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마포구 상암동에 지어지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 모형을 살펴보고 있는 어린이들.


이 유치원 이혜정 원장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기부를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몸이 아픈 친구를 돕고 싶어 해서 제대로 쓰일 수 있는 곳을 찾아온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서 잘 모르더라도 나중에 어린이재활병원이 지어지면 ‘내가 저 병원을 지었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습니다.


고사리손도 함께 짓는 병원




▲ 어린이들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장애어린이들이 치료받고 있는 푸르메재활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열심히 치료받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조용히 둘러보자고 하니 의젓하게 따라주었다.


장애가 무엇인지, 아픈 친구들이 치료받을 병원은 어떤 곳인지 한참을 둘러보고 배운 아이들은 푸르메센터에 올 때보다 한 뼘은 자란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란 몇 년 후를 상상해 봅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과연 어떤 표정일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법을 배운 40명의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글= 이예경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이예경 선임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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