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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정원에서 집시와 춤을

 

[푸르메 공유 후기] 

“저기 보이는 산이 에펠탑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여기는 프랑스 파리입니다!”

가수 하림이 첫 번째 여행지를 소개했습니다. 관객들은 어느새 배낭을 멘 여행자가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낭만의 도시에 앉아 있습니다. 하림과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세계 음악 여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지난 10월 11일, 푸르메재단 옥상정원에서는 자유롭고 감미로운 선율의 집시 음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 가수 하림과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집시 음악의 세계로 관객을 안내했다.

하림은 푸르메재단의 ‘재능기부 러브콜’을 단박에 수락했습니다. 소외된 이들의 인권을 지키는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음악으로 아름다운 어린이재활병원을 짓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세느강변이 되었다가 유러피안 펍이 된 옥상정원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바뀔 때마다 옥상정원은 집시들이 흥겨운 춤을 추는 유럽의 마을들로 변했습니다. 낭만의 도시 파리를 거쳐 그리스에 도착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여신이 나타난 듯 보헤미안 풍의 원피스를 입은 아티스트 미유가 한 손에 탬버린을 들고 그리스어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스에서는 신나는 음악을 들을 때 우리말의 ‘아싸’와 같은 의미로 ‘오빠’라는 추임새를 곁들인다고 합니다. 민속악기인 부주키 소리가 흘러나오자 활기차고 유쾌한 목소리로 다같이 ‘오빠’라고 외쳤습니다.


▲ 그리스 노래로 옥상정원을 뜨겁게 달군 아티스트 미유

여행을 하는 데 음식이 빠질 수 없습니다. 관객들은 넉넉히 가져온 떡, 빵, 김밥 등은 풍성한 ‘포트럭 파티’를 만들었습니다.


▲ 관객들이 갖고 온 음식들을 한데 모으니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포트럭 파티 상차림

그 다음 여행지인 아일랜드로 가볼까요? 옥상정원은 이제 유러피안 펍으로 변신합니다. 아일랜드 민속음악이 빠른 템포로 경쾌하게 연주되는 가운데 웃고 떠드는 펍의 기운에 흠뻑 젖어듭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싶어집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떠난 세계 음악 여행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음악에 매료되었습니다. 무대 앞에 앉아 노래가사를 수화로 전달하던 부부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국경을 넘고 경계를 맘껏 넘나듭니다.


▲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비추는 가운데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왼쪽)
평소에 하림을 좋아한다는 한수진 씨는 어머니와 함께 공연을 즐겼다.(오른쪽)

문득 하림은 “저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데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어떻게 여행할까요?”라고 넌지시 묻습니다. 장애인에게 여행은 쉼이 아닌 장벽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버스를 탈 때도 음식점에 갈 때도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SPC그룹의 후원으로 생애 처음 제주도를 다녀온 김경민 씨와 어머니가 말합니다. 여행할 때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버스에 오르고 내리느라 힘들었다고. 저상버스가 있다면 장애인과 가족 모두 편안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어릴 때 교통사고로 중도 장애를 입은 김경민 씨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상버스 집시 트레일러를 만들어야겠어요.”라고 말한 하림. 평소에 여행을 좋아해 어디든 가고 싶다는 김경민 씨와 같은 장애인들이 먼 곳으로 자유롭게 다니며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무대와 관객석이 경계 없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모두 음악에 매료되었듯 누구나 제약 없이 여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다른 집시, 장애인을 생각하다

아쉽지만 여행 출발지인 파리로 다시 돌아올 시간. 아름다운 사랑을 달콤하게 노래하는 샹송인 ‘메닐몽땅(Menilmontant)’을 들으며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낭만적인 음악과 맛있는 음식을 음미한 사람들은 그사이 눈매가 부드러워져 있습니다.

여행자들에게 아름답고 낭만적인 음악을 선물하는 집시들은 오랜 역사 동안 유랑생활을 하며 극심한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하림 씨는 유럽여행을 하면서 만난 로마족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력 앞에 놓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편견의 울타리에 갇힌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다른 집시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 특히 장애어린이들은 아파도 꾸준히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해 치료시기를 놓치고 치료비도 무거운 짐이 됩니다.


▲ 공연을 마치고 다같이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하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 속 내 표정이 뿌듯해 보이는 걸 보니 진짜 좋았나봐.”라고 소감을 밝혔다.
(출처 : 하림 페이스북 www.facebook.com/hareem76)

이번 공연의 참가비 전액은 장애어린이들이 치료를 받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을 짓는 데 사용됩니다. 하림과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 관객들 덕분에 장애어린이들이 치료를 받고 꿈을 키울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애어린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과 함께해 더욱 잊지 못할 최고의 여행이었습니다.

 푸르메재단 기획강연 공共유有는 기부자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을 이어나가는 다양한 주제의 인문강연입니다. 올 11월 12일에는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정호승 시인의 강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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