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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아이와 지친 아버지, <달나라 소년>

<푸르메책꽂이 제7권> 달나라 소년

한 아버지의 황량하고도 아름다운 여정

심각한 지적 장애가 있는 이들을 보며 우리는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갖는다. ‘저 사람에게도 과연 내면의 삶이 있을까? 온전한 영혼이 있는 걸까?’ 그러곤 어쩐지 죄스런 마음에 얼른 물음표를 털어 낸다. 그런데, 이런 물음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는 이가 있다. 놀라운 것은 그가 다름 아닌 장애를 지닌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워커를 보고 있자면 달을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달에서는 가끔 사람 얼굴 비슷한 것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거기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워커가 정말로 공허한 존재라면, 왜 그 존재가 이렇게 중요하게 느껴질까? 워커가 내게 보여 주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기묘하게 생긴 머리 안에서, 빠르게 뛰는 심장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정말로 알고 싶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아들한테 설득당하고 만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본문 14쪽)

이 책의 저자 이언 브라운은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통렬하고 깊이 있는 기획 기사로 명성이 높다. 2007년 <글로브 앤드 메일>에 희귀성 유전병을 안고 태어난 자신의 아들, 워커의 이야기를 ‘The Boy in the Moon’이라는 타이틀로 연재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뉴욕 타임스>는 이 책을 2011년 올해의 책 TOP 10으로 선정했다.

삶에 닥친 거대한 난관(가령 장애아의 부모로 산다는 것), 그 공포와 절망의 심연을 이성으로 무장하고 건너기란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그것을 해 낸다. 경탄과 경악을 동시에 일으킬 만하다. 이 책은 원초적으로 솟는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독할 정도로 솔직하게 대면하는 태도를 고수한다. 저자는 워커와 가족이 처한 현실, 자신의 감정, 세상의 시선을 냉정하리만치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그 결과물, 치열하고 처연한 13년 분투의 기록은 독자를 울리고, 할퀴고, 생각하고, 느끼게 한다.

고장 난 아이와 지친 아버지
‘달나라 소년’ 과 인간의 의미를 찾아서

워커가 신문을 읽는 저자의 무릎에 앉아 웃고 있다. ⓒ 이언 브라운

워커의 진단명은 CFC 증후군
(심장-얼굴-피부 증후군, cardiofaciocutaneous syndrome)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CFC 환자는 100명 남짓뿐, 무작위로 발생하는 이 병의 원인은 아무것도 규명되지 않았기에 의사들은 CFC를 ‘고아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워커는 심각한 발달 장애를 동반한 탓에 24시간 누군가 돌봐야 생존할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시점인 13살이 될 때까지도 1살 아이 정도의 지능에 머문 채다. 평생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슬픔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한 아버지의 초상은 읽는 이의 마음을 적신다. 이 가슴 아픈 모색이 사실상 답이 없는 질문이기에 더욱 애잔하다. 아버지는 아이의 내면에 깊이 몰입하는 동시에 그 아이를 세상 한가운데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두 간극을 오가며 한없이 휘청거리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거나 타협을 도모하지 않는다.

끝내 아무 답도 찾지 못한 이 아버지의 황량한 여정이 오히려 읽는 이들에게 어떤 자각을 주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이다. 가장 낮고 약한 곳에서 던진 삶에 대한 의문이 ‘고장 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안위하는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묵직하게 두드리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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