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자립을 꿈꾸는 자! 떠나라 <장애인 복지 천국을 가다>

 



소수자이되, 소수가 아닌 장애인


2012년 12월 19일. 투표하는 데 지장 없도록 임시공휴일인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번 대선에서 장애인들 문제가 공약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길 바란다. 아직까지는 어느 후보의 공약에서도 장애인들을 집중 대상으로 삼은 대선 정책을 찾기 힘들다. 특히 최근 연달아 있었던 장애인 사고 소식(2012년 10월 1급 뇌병변장애자 김주영 씨 질식사, 2012년 9월 1급 근육장애를 앓고 있는 허정석 씨가 인공호흡기 빠지는 사고로 숨짐)을 접할 때면,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한 당연한 요구가 외면 받은 듯해서 대선 주자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게 된다.


201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2011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장애인 수는 전 국민의 5.61%이다. 등록장애인이 장애인 중 공적지원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일부임을 감안할 때, 실제 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10% 근방일 수 있다. 국민 10명 중 1명이 장애인이라면, 이들은 소수자임에 분명하지만 소수라고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장애인으로 태어났으나,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된 중도장애인의 수가 전체 장애인 중 차지하는 비율이 90.5%로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장애인에 대한 집중과 관심은 국가의 제1역할임과 동시에, 모든 국민의 이웃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해외 재활기관이 궁금해요!!!


장애란 인류가 존재하면서 늘 함께였다. 그렇기에 해외에서도 장애는 꾸준히 사회적인 주목 대상이고,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재활시설이 발달해왔다. 타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은 어떤 환경에서 인간적인 삶을 얼마만큼 보장받으며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푸르메재단의 백경학 상임이사, 김수민 간사, 김미애 팀장 등 재단 직원들과, 세종마을 푸르메센터의 건립 과정에서 CM을 맡았던 한미글로벌의 최연희 차장 등 외부인사가 함께 해외재활시설을 둘러보고 탐방 후기 형식으로 그 기록을 남겼다. 이 탐방기들을 모아 책 <장애인 복지 천국을 가다-행복한 자립이 있는 해외 재활 시설 탐방기>가 탄생했다. 이 책에서는 유럽, 미국, 일본 등에 있는 재활병원과 작업장의 모습들, 지역사회에서 장애를 보듬어 나가려는 움직임들이 장애에 관심 있거나, 푸르메재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23곳의 재활기관 중 독일 호크리트 어린이재활병원을 찾은 방문자(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방문하기 전 아이들이 장애를 가졌기에 병실에 누워있지 않을까를 예상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5만 제곱미터가 넘는 재활병원 내 숲길을 돌면서 과다지방을 없애고 팔과 다리 근육을 키우는 재활치료를 하고 있었다. 광활한 자연 자원이 이들의 재활을 돕고 있는 것이다.


체중 조절과 근육 단련을 위해 걷기 운동하는 소년들(독일 호크리트 어린이재활병원)
체중 조절과 근육 단련을 위해 걷기 운동하는 소년들(독일 호크리트 어린이재활병원)

스위스척수마비센터에는 전 국민의 1/5이 기부를 한다. 이렇게 엄청난 민간 기부가 가능한 것은 스위스 국민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레포츠를 상당히 즐기기에 언제라도 이들은 운명적으로 척수 장애를 가질 수 있고, 이때 이들의 기부는 일종의 보험이 된다. 센터의 후원자가 척수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 센터로부터 돈을 지원받고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장애’를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보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생각하는 국민 정서가 있기에 국민 5명 중 1명이 후원하며 민간 영역에서 공적인 지원체계 역할을 하는 재활기관이 발전할 수 있었다.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스위스척수마비센터)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스위스척수마비센터)

행복한 자립!! 같이 만들어 보아요.


우리나라에는 공적인 장애인 정책과 민간 재활 여건 중 선진적이지 못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소득보장, 의료보장, 고용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장애인등록을 하여야 하는데, 2011년 국내 장애인등록률은 93.8%로 2005년 77.7%에 비해 엄청난 증가를 하였지만 이로써 장애인들이 살아가기에 충분한 사회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공적인 지원 체계만으로 장애인들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기는 어렵고, 다만 그들이 기본적인 수준에서 보다 나은 오늘을 살 수 있도록 할 뿐이다. 그리고 아직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주 도움제공자는 가족이 84.2%로 가장 많다. 비장애가구와의 상대적 소득격차도 현저하다. 장애인이 가족 및 이웃과 함께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향후 굉장히 많은 정책적 시도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 미국, 일본은 한국과 역사가 다르고, 지리적 조건 등 많은 차이를 가진다. 장애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임을 생각한다면, 국내 장애인의 현실과 미래를 계획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인류의 보편적 문제 ‘장애’와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해외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한국이 되기를 간곡히 바란다.


*글 = 기획사업팀 손기철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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