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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탄생과 성장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신성하고 존경스러운 일이자, 많은 희생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자녀에게 하염없이 쏟아지는 비를 막기 위해 자신의 어깨는 흠뻑 젖어가면서도 큰 우산이 되고자 애쓰는 엄마들의 고군분투 이야기는 바로 우리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흔 아홉 해를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인한 지체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김효진 작가는 같은 장애를 가진 남편을 만나 자신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던 결혼을 하고, 마흔둘에 사내아이를 낳았다. 엄마가 되고 나서 비로소 ‘엄마’라는 존재, 특히 자신과 같이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가 닿은 그녀는 12명의 장애 아동 엄마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내용을 묶어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부키출판사)가 탄생했다.

지금까지 장애를 이겨낸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에 세상의 관심이 집중되었다면 저자는 그들 뒤에서 묵묵히 세상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 준 ‘엄마’라는 존재에 주목하고 있다. 드라마로 제작하거나, 책 몇 권으로 담아내기에도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우여곡절과 기쁨, 눈물이 뒤범벅된 ‘엄마들’ 이야기 속에서 그들 또한 엄마로서 ‘태어나고’, ‘성장해 간다’.

엄마 되기- 엄마 되기 쉽지 않아요!!

자녀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라기를 원하는 마음은 모든 엄마들의 바람이다. 자녀가 태어나는 순간, 또는 성장하면서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가 느끼는 고통은 타인이 공감하기 불가능한 절절한 절망일 것이다. 세상이 자신을 오로지 장애아동 엄마로만 바라본다고 느껴지고 아이를 키우면서 부닥칠 성가시고 힘든 일들이 먼저 떠오르는 참혹한 심리 상태가 모든 장애 아동 엄마들에게 찾아오는 첫 번째 시련일 것이다. 모든 엄마들이 겪는 일들 속에서 유독 장애 아동 엄마들은 소외되고 왠지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 쉽다. 산후조리원에서 다운증후군인 지영이 엄마가 겪은 외로움은 이를 잘 드러낸다.

“다른 산모들이 거실에서 수유하며 즐겁게 수다 떠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영 엄마는 혼자였다. 모두들 아기(지영이)와 엄마에 대해 걱정스런 눈빛을 보냈다. 그게 참 부담스러웠다.”

다운증후군인 승민이 엄마는 본인의 상황을 힘겨워하며 인터넷을 통해 막막함을 해소하려다 공감되는 이야기 하나를 듣는다.

“우리도 이십 년 동안 이 아이 때문에 울었어요. 하지만 그 울음은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더군요. 울 힘이 있거들랑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세요.”

장애아동 엄마들은 자녀의 장애를 슬퍼하는 엄마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준비를 함께 할 엄마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아프게 체득해 나간다. 장애아동의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출산과 함께 엄마 또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상의 시선과 잣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사랑하는 아이를 키워 나가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으며 긴장하게 된다. 그들의 다짐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장애아면 어때?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가는 거야!”

엄마의 성장 – 놓쳐왔던 소중함과 아름다움에 위로받기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겪고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는 이전과 많이 달라진다고 한다. 특히 장애아동의 엄마인 경우, 비장애아동 엄마와는 달리 순간순간 사회생활에서 갈등의 순간을 마주하고 아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이 보장되지 못한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기에 자신감 없던 상황에서 적극적이고 때로는 핏대 올리며 싸울 수밖에 없는 강한 엄마로 변화해 나간다.

결국 젊고 적극적이어서 여기저기 수소문해 찾아다니는 엄마가 아니라면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없기에 엄마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자녀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다름을 인정받지 못해 생기는 소외를 어떻게든 극복하기 위해 때로는 싸우고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주변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는 이들의 모습이 대단하다.

많이 가슴 아파하며 절절하게 눈물을 쏟은 다음에는 이전에 한 번도 의식된 적이 없는 다른 사람의 눈물이 느껴지고 그동안 못 느꼈던 것들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들이 과거에는 받아본 적 없는 위로를 건네며 삶을 보듬어 안아 준다. 추돌란 작가는 “엄마는 아이의 몸을 자라나도록 돕지만, 아이는 엄마의 영혼을 키우는 것” 같다고 이를 표현했다.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미성숙함을 느끼고, 겸손함을 다시 배우며, 자신이 부족한 사람임을 끊임없이 느끼면서 엄마가 ‘성장’한다. 자신이 모자란 존재라는 인식 속에서, 저자의 표현대로 엄마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 대한 공감과 배려, 책임을 절감하며 한없이 낮아지고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힘내라 우리 엄마!!!

저자 김효진은 본인이 장애를 가지고 자라면서 겪은 경험들이 여전히 변하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장애 자녀의 재활과 교육이 사십 년 전처럼 부모의 몫으로 남아 있는 서글픈 현실이 아직 많은 부분 그대로인 것이다.

또 ‘장애아’라는 일관된 딱지 속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가진 각자의 개성과 성격을 하나하나 구별해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본다. 장애 때문에 고통스럽고, 슬픈 일만 가득해 모두들 우울하고 모가 난 성격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모든 엄마의 꿈은 같을 것이다. 그들은 자녀가 세상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장기를 보내며 더디고 많은 준비가 필요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기를 원할 것이다.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밝히듯,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장애아동 엄마들의 삶을 직접 쓰기란 쉽지 않다. 거리두기를 하며 이들의 삶을 감동적인 글로 표현한 저자의 바람대로 이것이 “절실하게, 치열하게 오른 산 중턱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 나머지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전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홀로 너무 무거운 짐을 지게 하는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바뀌길 바란다.

*글=손기철 기획홍보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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