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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열정의 원순씨

야트막한 건물들이 더 넓은 하늘을 선사하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얼마 전 조계사 앞에서 이 동네로 이사한 희망제작소를 찾았습니다. 푸르메재단 이사이신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서 입니다. 열린 문틈으로 보니 진지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고 박 이사께서 무언가 열정적으로 말씀하시고 계셨습니다.

박원순 이사는 시간 단위로 미팅이 잡혀있고, 전국을 돌며 강연하는 한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으로 통합니다. 대통령이 더 바쁘지 않냐구요?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손님을 맞지만 박 이사는 몸소 찾아다니며 만나기 때문에 더 바쁘다고 농담합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원순씨’로 통하는 한국 최초의 Social Designer를 기다린 지 20분만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깨끗하고 시원한 사무실 가장 안쪽에 있는 그의 방 한 켠, 온갖 자료가 수북한 테이블 앞에서 한없이 착한 웃음을 짓는 ‘원순씨’와 인사를 나눴습니다.

“일은 잘 되어 갑니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최근 ‘사건’ 탓에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을 텐데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몇 마디 이어서 나누기도 쉽지 않을 만큼 휴대폰과 사무실 전화가 울려댔지만 오히려 ‘활력’으로 느껴졌습니다.

“안팎으로 어려운 사정이 겹치면서 얼마 전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도리어 참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요. 탄탄하게 받쳐주는 후원자들의 중요성도 한층 절감했고요. 최근에는 후원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후원자 700명으로 출범한 희망제작소는 올들어 후원자 확보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3,000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멸종위기 동물이 그려진 짝궁명함 만들어주기 같은 발랄하고 흐뭇한 서비스도 한몫 했습니다.

그가 쏟아지는 스케줄 속에서도 매달 열리는 후원자 모임에 반드시 참석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열정인지 짐작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후원자 사이의 네트워크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실제로 매달 한 번 씩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후원자들끼리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익히는 과정에서 더 큰 기부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푸르메재단 사정도 꼼꼼히 묻습니다. 움추려든 경제와 기업들의 사회공헌 여력이 화제가 되자 답답한 표정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모금된 기부금의) 배분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요즘 일회성 이벤트 같은 곳에 쓰이는 돈이 너무 많아요. 푸르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재활전문병원이 참 좋은 모델인데…….”

박원순 이사는 특히 기업들이 요즘 어렵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돈이 마른 건 아닌 것 같다면서 불투명한 미래 등에 대한 ‘경계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했습니다.

또 장애가 사회 현실과 밀접한 만큼 장애 문제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정부, 기업, 사회복지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병원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재활병원 건립을 목적사업으로 정해 앞장서야 한다며 이 사업이야말로 본질적이고 장기적으로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박원순 이사는 만지작 거리시던 작은 디카를 갑자기 쳐들어 우리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립니다. 열혈 블로거(wonsoon.com)인 그는 이렇게 순간을 포착해 맛깔스런 글을 올리는 것입니다. 사소한 구석에서도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푸르메재단처럼 아름다운 존재들을 모아 놓고 사람들한테 기부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사이트를 하나 만들어야 겠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돈을 제대로 쓰기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죽으면 아무 것도 가져갈 게 없는데 왜 그리 돈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박원순 이사. 억지로 물려준 돈이 자식을 망치는 것도 모른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자신도 시골에 물려받은 땅이 네 마지기 있는데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해 내놓을 작정이랍니다. 박원순 변호사의 주름지고 웃는 얼굴에서 강한 결의가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곧 이십일 남짓 일정으로 유럽 여행을 떠나는 박원순 이사에게 건강을 기원하며 악수했습니다. 우리를 배웅하시겠다며 계속 따라 나서는 ‘원순씨’를 뒤로 하고 계단을 내려서는데 조금 전에 들었던 그의 한 마디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이 세상에 아무 것도 남긴 것 없이 떠나야지요…….”

*글,사진=정태영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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