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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민간단체&주정부 보건복지부 [독일재활시설연수-제7편]

2 Nov. 2005
V D K (장애인 민간단체) & 바이에른 주 정부 보건복지부 방문

쉔브룬을 떠나 뮌헨 시내로 들어와서 먼저 VDK라는 장애인 민간단체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 VDK 부단체장 파우스터 씨와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 한국 전통문양이 새겨진 작은 선물을 드렸는데 아주 기뻐하더군요. 이 분의 사무실 한쪽에는 서툰 한자가 쓰여진 족자도 걸려 있었습니다. 그 글씨가 서툰 글씨인지 잘 쓴 글씨인지 모르니까 그렇게 고급 족자로 해서 걸었겠죠? ^^

VDK는 독일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 단체로서, 장애인과 관련된 법적, 행정적인 문제를 나서서 해결해 주는, 말하자면 회원들에게 법률상담, 행정대행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단체입니다.

2차 세계대전 후 전쟁 상이군인들이 정부로부터 정당한 보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1946년에 설립한 단체라고 합니다. 출발은 상이군인으로 시작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장애인, 노인, 극빈자 등 정부로부터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변모해 온 거죠.

가장 많은 업무는 장애인 개개인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보조금이나 혜택들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즉 더 받을 수 있는데도 몰라서 못 받고 있는 혜택이 있는지 알아봐주고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일, 장애인이 고용된 회사나 거주하고 있는 지자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대행해 주는 일입니다.
두번째는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정부를 감시하고 압력을 가하고, 협상하는 역할이라고 합니다. 노동자들의 노조와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을 하네요.

이 단체의 단체장이 독일연방 전체에서 매우 지지도가 높은 정치인이라고 하면서 그것이 바로 이 단체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여러 번 강조하더군요. 자부심이 굉장한 것 같습니다.

이 단체의 재원은 회원들이 내는 회비라고 합니다. 장애인 1인당 한 달에 5유로(약 6,500원)를 회비로 내면 언제든지, 무슨 일이든지 행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회원은 바이에른 주에만 55만 명이라고 해요. (얼른 계산해보니, 한 달에 회비로 걷히는 것만 275만 유로, 우리 돈으로 36억 원 가까이 되네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데 주로 장애인이나 오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 또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연금혜택이나 복지혜택을 잘 받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한다고 합니다.

VDK는 회원들로부터 받는 회비 외에도 또다른 수익사업을 하고 있는데, 호텔,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여행사, 보험회사 등 10여 개의 유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우스터 씨도 다음 일정이 있고 우리 역시도 다음 일정이 빡빡해서 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대략 한 시간 정도 인터뷰를 한 후에 바로 일어서서 다음 방문지로 향했습니다.

파우스터 씨 사무실에서 있었던 한가지 재미있었던 장면이 기억나네요…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부랴부랴 사무실로 들어갔더니 테이블 위에 사람 수대로 접시와 냅킨, 음료수 잔이 놓여 있고 테이블 가운데에는 뮌헨 지방의 전통 빵이 차려져 있었어요.

처음에는 늦게 도착한 것이 미안해서 다들 빵에는 손도 대지 않고 진지하게 파우스터 씨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한 30분쯤 지났을 때 통역을 해주시는 선생님이 “다음 일정에 맞추려면 아무래도 오늘 점심은 걸러야 될 것 같으니 여기서 빵을 먹어두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일행 모두가 동시에 갑자기 적극적으로 빵을 먹기 시작했어요. 무슨 시트콤에서처럼요…^^

우리는 그렇다 치고 한국말을 모르는 파우스터 씨는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네 명의 동양사람이 동양사람 특유의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를 빤히 쳐다보면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독일어를 열심히 듣고 있다가,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하더니 갑자기 자기 얘기는 아무도 듣지 않고 다들 미친 듯이 빵을 뜯어먹기 시작하다니…
나중에 두고두고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더라구요. ^^

바로 이어서 방문한 곳은 바이에른 주 정부 보건복지부 국장 바우만 박사와의 면담입니다.
현지 코디를 해주신 통역 선생님이 약속을 잡을 때에 바이에른 주의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이 보건복지부 국장님이 글쎄 두 시간짜리 대학 강의를 준비하셨지 뭡니까… 우리는 강의 내내 열심히 노트필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강의를 들었답니다. ^^

그 요점 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장애인은 기본적인 4대 사회보장보험, 즉 의료보험, 연금보험, 개호보험, 고용보험 등 모든 보험의 지급대상자가 된다.


장애인 판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 신체, 정신, 심리적 기능 중 일부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로, 더 이상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채로 6개월 이상이 되면 장애인으로 판정한다. (→ 그러니까 어떤 질병이든 6개월 이상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 상태로 머물러 있게 되면 무조건 장애인으로 간주하고 거기서부터는 국가가 보살핀다는 거죠.)

장애인 복지정책의 목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다. 즉, 장애인이 능동적으로, 자기 의지와 결정에 따라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이다.
(→ 그러니까 장애인이 “나는 오늘 영화관에 가서 저 영화를 꼭 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으면 아무 방해요인 없이 그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사회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장애인이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여건이 안되니까 그런 마음 자체를 먹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 무척 감동받았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다음과 같다.

I. 장애아동을 위한 정책
장애아동이 30세가 되었을 때 일반인과 똑같은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1.

0~6세 아동
장애아동이 있는 유치원이나 시설에는 장애아동 1명 당 4.5명의 전문인력이 있어야 한다. 바이에른 주에는 7개 도, 75개 군이 있는데 각 군마다 장애아동 전문인력 팀이 있어서 장애아동이 있는 모든 유치원에 파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2.

6~15세 아동
이 연령의 아동들은 반드시 학교에 다닐 법적 의무가 있다. 장애아동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교도 있지만 점차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이 더욱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도록 추진하고 있다. 통합교육이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는 신체장애부터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정신지체, 정신장애 아동이 나중이 될 것이다.

3.

15세 이상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1년에서 5년 정도의 직업교육을 한 후 각자 능력과 적성에 맞는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장 좋은 것은 일반 기업에 정식으로 취직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자조회사 등에 취업하는 것, 그 다음은 장애인 공동작업장에서 일하는 것이다.

II. 장애인의 거주에 있어서의 원칙
장애인 시설에 입소할 것인가, 가족과 함께 있을 것인가는 장애인 자신의 선택권을 존중한다. 장애인 자신이 정부시설에 들어가기를 원할 경우는 당연히 무료로, 비정부 시설에 들어가기를 원할 경우는 모든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며, 자기 집에 거주하기를 원하되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없는 경우는 생활보조원 비용을 정부가 부담한다.

III. 공공장소에서의 자유
장애인이 집 밖에서의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모든 시설을 갖출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도로의 턱, 대중교통 수단, 공공장소의 경사로 및 엘리베이터 등의 의무화.

 

강의가 끝난 다음, 질문과 답변을 통해 듣게 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이에른 주 정부 전체예산의 약 3~4%가 장애인 관련 예산으로 책정된다.


전신마비 등 24시간 케어해야 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최대 월 6천 유로(약 780만원)까지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바우만 박사와의 면담은 여기까지였습니다. 다른 분의 카메라로 함께 기념촬영도 했는데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나봐요. 아쉽네요.
다음날 일정은 장애아동 통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반 유치원 방문, 그리고 프랑스 국경 근처의 대규모 재활병원 타운인 메디안클리닉 방문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다음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