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마흔이 되면

김주혜 (부산시 수영구)



20대 중반의 어느 날 갑자기 부어오른 손가락. 류마티스 관절염이란 진단을 받고 병원이 처방해 준 약으로 나아지겠지 하고 지나쳤었지만 다른 관절 부위로 통증이 전이되고 증상이 악화되었습니다. 무릎과 팔을 포함한 관절이 굳어지는 증상과 함께 갈수록 심해지는 통증을 견디어 내면서 지체 1급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계십니다.


마흔 살이 되던 해에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 보면서 적으셨던 글을 푸르메재단에 전자우편으로 보내 오셨습니다. 아픔과 희망을 나누는 여러분들의 답시를 구합니다.


내 나이 스물 살 때에


나는 생각했었다.


내 나이 마흔 살이 되면

넉넉해진 마음과 넉넉해진 몸매


세상에서 부러울 것 없는

알토란 같은 아이와

인생의 진미를 만끽하며

불혹(不惑)의 강을 건너고 있을 것이다.


내 나이 스물 살 때에


나는 생각했었다.


내 나이 마흔 살이 되면

생의 중간에 서서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고

살아갈 세월을 내다보며

인생의 모난 부분은

동그랗게 깎여지고

넓어진 혜안으로

인생의 바다를 건널

것이다.



그런데


내 나이 마흔 살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거센 풍랑을 만났다.


내 인생에 계산되어 있지 않은 풍랑에


육체는 비틀어지고 굳어지고

정신은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 너덜너덜해졌다.

왜!

왜! 하필 나이어야 합니까?

하나님께 절규하며 부르짖었을 때

왜! 너는 아니어야 하느냐 하는 응답에

하늘의 뜻을 순응해야만

하는.....


그러면서도 또 부르짖는 동안에



내 나이 마흔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고

온전한

것도 없는

불혹지년(不惑之年)의 봄을 맞고 있다.


내 나이 스물 살에 가졌던

마흔 살의 모습은 그렇게

흑백 영화의 슬픈 이야기처럼

외롭고 슬픈

인생의 길을 걷고 있다.

창 밖은 화사한 계절이 왔건만

내 방은 계절이 없다.

영원히 없을 것 같다.


내 나이 마흔 살이 지나고 쉰 살이 되고

끝없는 세월 속에

견디고 살아야 할 외로움은

한 잔의

술로도

한 잔의 커피로도

가끔 찾는 친구들의 얼굴로도

결코 외로움을 달랠 수 없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청바지를 입고 빗속을 거닐고 싶다.

결코 어렵지 않는 일조차 하지

못하는...

조그마한 소망조차 이룰 수 없는, 그러면서도

세끼 밥을 악착같이 먹어야 하는 본능은

나를 더욱 슬프게 한다.


내 나이 지금 마흔 살

인생의 고해를 건너고 있다.

결코 ... 싶지 않는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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