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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끌어야 사회 봉사인가요?” [오마이뉴스]

유영인씨. 사무실 인근의 한 찻집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하루하루 자기 일상을 챙기며 살기도 바쁜 세상. 결혼 3개월 차인 유영인(32)씨는 일요일인 9일 낮에도 바삐 집을 나선다. 아직 신혼인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신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푸르메재단에서 주최하는 콘서트 준비를 돕기 위해서다.

올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은 교통사고와 뇌졸중 등 후천적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전문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SDS에서 근무 중인 그가 재활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현 푸르메 재단의 상임이사인 백경학씨의 글을 읽으면서였다.

“작년 <샘터>를 보는데 거기에서 ‘미치지 않고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어요. 내용은 기자 생활을 박차고 나와 맥주제조사업을 벌이는 분에 대한 얘기였는데 그 이유가 또 흥미로웠어요.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가능한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거였고 그 바탕에는 재활전문 병원을 설립하려는 목적이 있었어요. 작은 일에 고민하며 아옹다옹 사는 자신을 보다가 느끼는 바가 있어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예요.”

흔히 장애인을 위한 봉사 활동이라고 하면 몸을 씻기거나 이동 등을 보조하는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가 주로 하는
활동은 IT 영역의 지원이다.

▲ 푸르메 재단 홈페이지 일부.

“봉사 활동이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건축업자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집을 지어 주듯이 각자 전문화된 분야를 통해서 얼마든지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지금 그는 재단의 홈페이지 관리와 재단을 지원하는 후원자들을 위한 카페 ‘푸르메재단'(http://cafe.naver.com/purme.cafe)을 운영하고 있다. 재활이 신체적 재활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활, 인식의 재활도 필요하지 않냐는 지적에 그는 IT 업종이야말로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일이라며 반색했다. 신체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활도 필요… 기부는 사회적 보험

그는 기자에게 봉사 활동과 더불어 기부 문화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지금까지 봉사 활동은 사내에서 추진하는 활동 외에는 특별히 없었어요. 하지만 의무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조금씩 변화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봐요. 보다 관심을 갖게 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거죠. 저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얘기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예전에 몇몇 단체에 기부를 했는데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더군요. 비영리 단체들도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할 때 기부 문화에 대한 신뢰가 생겨날 거라고 생각해요. 푸르메의 경우 그런 지출 내역이 공개되어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그는 각자 전문화된 분야를 통해서 얼마든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영업(?)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인들에게 기부를 권하기도 하고 사내에 봉사 활동을 하는 소모임을 만들어 회사 측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한다.

“전 기부가 사회적 보험이라고 봐요. 당장 자신을 위해서는 쓰이지 않겠지만 만일을 위해 암이나 기타의 보험을 들듯이 말이죠. 이렇게 남을 위하는 것이 결국은 자신을 위하는 거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 가운데서 특히 장애는 당사자만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극복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법정 스님이 말한 것처럼 베푸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나눔의 수평적인 견해에 더 공감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그는 꼭 푸르메가 아니어도 좋으니 함께 나누는 일에 동참할 것을 잊지 않고 당부했다.

푸르메 재단은 어떤 곳?

▲콘서트 <희망으로 한 걸음>

유영인씨가 주목한 그 남자는 국내 최초로 하우스 맥주 전문점인 ‘옥토버페스트’를 연 백경학(40)씨다. CBS, 한겨레, 동아일보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그는 영국에서 연수 중 아내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는 비운을 겪게 된다.

한국에 돌아와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을 알아보던 그는 국내 병원의 장애인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낙후성을 뼈저리게 느꼈고 곧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간 재활전문 병원을 구상하게 된다.

미친놈 소리를 들으며 친구와 지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맥주양조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사업이 자리를 잡자 자신의 회사지분과 부인의 보험금을 바탕으로 재단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그리고 지난 3월 이에 뜻을 같이하는 많은 이들이 참여해 정식 재단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다.

이렇게 시작된 푸르메재단(http://www.purme.org)은 현재 김성수(성공회대 총장) 이사장과 공동대표로 강지원 변호사(어린이청소년포럼 대표), 김용해(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예수회 신부), 김성구(샘터사 대표)씨를 비롯, 박원순(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원택 스님(조계종 중앙위원), 이정식(CBS 사장), 안국정(SBS 사장), 이상기(한국기자협회장), 조인숙(다리건축 대표), 백경학(상임이사)씨 등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8년 첫 민간 재활전문병원 설립을 목표로 기금 마련과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재단 측은 지난 9월 5일부터 10일까지 서울갤러리에서 ‘세상을 만나는 또 다른 시선’전을 통해 장애인의 일상을 담은 사진전을 개최한데 이어 오는 14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희망으로 한걸음’ 콘서트를 연다.

재활 치료를 통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장애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이 공연에는 테너 최승원, 피아니스트 이희아, 클론의 멤버 강원래 등 장애인 음악인들과 더불어 인순이, 마야 등 일반 가수들이 참여한다. 재단 측은 평소 문화
혜택을 받을 기회가 없는 장애인을 중심으로 초청해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