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을 녹이는 이웃들의 연탄나누기 노컷뉴스

찬바람을 녹이는 이웃들의 연탄나누기

서울 25개 지역에서 사랑의 연탄나누기 행사 열려

'전달, 전달~', '다섯 장', '세장 더', '두 장 더 보내주세요~'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웃을 위한 연탄나눔 행사가 벌어진 지난 7일 아침, 서울 노원구 월계동 판자촌에는 훈훈한 기운이 돌았다.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일렬로 늘어서 쌓인 연탄을 쉴새없이 열 일곱가구 창고에 나눠 쌓고 있다. 같은 시간 서울시내 25개지역에서도 동시에 총 3만 여장의 연탄이 저속득층 가정에 배달됐다.

이번 행사는 푸르메 재단과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그리고 국민은행 임직원이 함께 했다. 푸르메 재단과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의 행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연탄을 일렬로 늘어서 두 장씩 던지는 푸르메재단 봉사자들의 솜씨가 처음 참가하는 국민은행 직원들보다는 확실히 노련해 보였다. 추운 겨울 연탄 한 장 없이 서너 개월을 지내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많다.푸르메재단 백경학 이사에 따르면 아직까지 연탄 지원이 필요한 가구가 전국적으로 25만 가구에 이른다.

연탄의 시가는 100장 당 3만원. 오늘 각 집에 배달되는 연탄이 300장씩이니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이다. 그렇지만 이 곳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돈이 없어 추운 겨울을 냉방에서 지내고 있는 형편이다.

20만원짜리 월세 방에서 막내 아들과 살고 있다는 78살의 이득순 할머니는 연탄을 나르는 사람들 옆에서 연신 눈물을 닦으며 ‘고맙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봉사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오늘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눈에 띄는 사람들도 여럿있었다. 강지원 변호사를 비롯해 강정원 국민은행장, 김동원 부행장도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처음 연탄을 나르느라 진땀을 흘리면서도 나이 60을 바라보는 강지원 변호사는 "연탄 나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한 번에 넉 장까지 나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끔씩 동문회를 통해 자원봉사에 참가한다는 오성근(33, 국민은행)씨는 ‘이 곳 주민들을 보니 주위를 좀 더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느낌을 말했다. 하덕일(44, 국민은행)씨 또한 "정부가 분배정책을 잘 펴서 소외된 사람들이 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오늘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쉬는 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왔지만 "봉사할 수 있어 오히려 행복하다"는 그들의 말은 연탄불의 열기 만큼이나 훈훈하고 따뜻했다.

* 사랑의 연탄나누기 운동에 동참하실 분들은 푸르메 재단 홈페이지(http://www.purme.org/)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CBS사회부 김중호 기자/ 심나리 기자

 

[노컷뉴스 200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