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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짓는 병원 [프레시안]

 강지원 푸르메재단 대표 인터뷰
  

“푸르메병원은 온 국민에게 ‘인성교육의 장’이 될 것”

강지원 푸르메 재단 이사. ⓒ프레시안

프레시안 : 현재 어린이청소년포럼 대표이시기도 하고 그간 청소년 사업 분야에서 적극 활동해 오셨는데, 푸르메재단의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강지원 : 나의 외조카 둘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그러나 청각장애자라 해서 의사소통 기능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스물다섯, 스물여섯이 되도록 언어치료 등 끊임없이 재활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는데, 매일매일이 다를 만큼 상당한 효과가 있다. 귀로는 안 들리지만 입모양을 보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 듣는다. 이렇게 재활치료를 받으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그 기능을 개발해줘야 하는데,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을 방치하고 그냥 살라고 하는 것은 죄악이 아닌가.

나도 처음에는 선진국형 재활병원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이 없었지만, 백경학 상임이사를 만나고 여러 사람들과 구체적으로 의논을 하면서 지금은 치료를 하는 병원 하나가 아니라 삶의 현장이며 재활의 훈련장인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프레시안 : 지금 푸르메재단에서 그리고 있는 재활전문 병원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강지원 : 중환자실을 연상케 하는 병실이 아니라 직업훈련과 작품활동이 가능하고 수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건물도 높은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자연에 둘러싸인 2층 정도의 목조건물이 어떨까 싶다. 장애인들에게는 단순한 치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운동치료와 정서치료 등 많은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와 함께 식사하고 운동하며 지낼 수 있는 공간이자 주말에는 가족들을 만나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야 한다.

나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치매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다. 나는 늘 그분들의 방에서 자고 밥수발과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을 도맡아 했다. 그럼에도 아침에 출근할 때는 노인이 혼자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 있을 것을 생각하니 늘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장애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분들이 친인간적이고 친자연적인 시설에 가서 지낼 수 있다면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도 할 수 있고, 낮 시간을 무미건조하지 않게 지낼 수 있지 않겠는가.

프레시안 : 현재 지자체에 땅을 무상대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 반응은 어떠한가?

강지원 :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현행법상 공익 목적의 사업에는 대지를 무상으로 대여하거나 제공할 수 있으며, 건축비의 상당부분도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누구도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서 오히려 먼저 나서서 어서 지으라고 해도 모자랄 판인데, 민간에서 이렇게 나서서 하겠다는데 오리발만 내밀고 있다. 이는 엄연한 책임방기다.

특히 재정적으로 지원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현재 놀고 있는 땅에 병원을 지어 기부채납하겠다는데도 거절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번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부속 고등학교를 용인에 만들었는데, 경기도는 학교건립 자금으로 40억 원을 지원하고 땅도 대주었다. 물론 그 운영은 외국어대학교에 맡겼다. 이런 지원은 나서서 하면서도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사업에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기업들에도 기부 요청 등 많은 제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강지원 :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많은 기업들로부터 사회공헌 자문 요청을 많이 받는다. 나는 그들에게 주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각각 특색 있는 공헌을 하라고 충고한다. 그냥 나눠주는 형식으로 하다 보면 기부하는 쪽도 보람이 적고, 여러 군데를 지원하다 보면 돈은 언제나 부족하기 마련이다. 각 기업이 자신이 연관된 분야를 찾아내 공헌을 하면 사회공헌 활동의 질이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나는 사회적으로 신망이 높은 기업들에 푸르메재단의 이 사업에 기부해줄 것을 제안하고 싶다. 기업이 한 동을 맡아 짓고 운영을 한다면 그 기업의 이미지와 도덕적인 가치도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입사원 등 자기 회사의 종업원 등이 찾아와 자원봉사까지 한다면 그들에게 인성교육의 장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피드백이 되면 그 기업의 생산성도 브랜드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푸르메재단에서 생각하고 있는 병원의 병상 수는 150개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요에 비해 너무 작은 규모 아닌가?

강지원 : 재활치료가 필요한 140만 명을 다 수용하는 병원을 짓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불가능하다. 일단 이 정도의 수준에서 시작한 뒤 이것이 모든 이의 생활과 관련된 것이며 얼마나 좋은 삶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모두에게 보여주게 되면, 머지않아 많은 이들이 제2, 제3의 병원을 나서서 짓게 될 것이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늙으면 장애가 생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면 지자체나 기업 등에서 스스로 땅을 대주기도 할 것이다.

프레시안 : 현재 한국의 재활시설은 비리나 폭력 등 문제가 많다. 푸르메재단에서 운영하게 될 병원은 다른 장애인 재활시설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

강지원 : 재활전문 병원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지어지면 그것은 투명할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들어온 기부금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할 것이며,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가면서 병원의 운영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또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국민교육의 현장, 자원봉사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나는 1987년에 서울보호관찰소 소장을 맡았는데, 그때 처음으로 비행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를 하도록 했다. 특히 비행 청소년 20명이 종로에 있는 라파엘의 집에 있는 장애인을 만나 수영장에서 같이 물놀이를 했던 것을 잊을 수 없다. 그때 자원봉사를 한 비행 청소년들이 소감문을 썼다. 그 중에 “이렇게 몸이 불편한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에게 매달리고 열심히 사는데, 나는 사지가 멀쩡하면서도 생각이 삐뚤어져 보호관찰이나 받고 있구나. 어머니 죄송합니다”라고 쓴 글이 있었다.

해외에는 이런 대인 봉사를 ‘커뮤니티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넣어놓은 나라도 있다. 봉사에서 얻게 되는 감동은 인성교육에 매우 좋다. 이제까지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봉사하고 싶어도 적당한 시설이 없었는데, 우리가 추진하는 재활마을이 만들어지면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온 국민을 위한 교육장의 역할을 하게 될 시설을 만들자는 것이다.

 

2006-02-21 프레시안 채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