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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재활 전문병원 짓는 데 초석 됐으면 [주간한국] 2006-06-05

“재활 전문병원 짓는 데 초석 됐으면…”

[주간한국 2006-06-05 14:12]

[금주의 인물] 황혜경씨,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 잃은 보상금 10억 푸르메 재단 기부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여인의 미소가 어찌 저리 해맑을 수 있을까. 또한 그 같은 고통을 당하고도 어쩌면 마음 씀씀이가 천사와도 같을까.

황혜경(40) 씨. 전 서울시 전문직 공무원이었던 그는 남편 백경학(42) 씨의 해외 연수를 따라 독일에 체류 중이던 1998년 가족과 함께 영국 스코틀랜드로 자동차 여행을 떠났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잠시 자동차를 세워두고 트렁크에서 물건을 꺼내던 중 두통약 과다 복용으로 정신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에 그만 받히고 만 것.

사고의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황 씨는 두 달 반 동안 혼수상태를 헤맸을 뿐 아니라 세 번에 걸친 대수술 끝에 결국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3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 때였다.

황 씨는 당시의 감내하기 힘든 아픔을 한 인터뷰에서 “다섯 살 난 딸 아이를 이제는 번쩍 들어 안아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때부터 황 씨의 기나긴 두 갈래 싸움은 시작됐다.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재활 치료가 하나라면, 가해자측 보험사와 벌인 보상금 줄다리기가 다른 하나였다.

황 씨는 다리 절단 수술 후 독일의 한 병원에서 1년 동안 재활 치료를 받고 99년 말 귀국했지만 국내 재활병원의 현실은 너무 열악했다. 입원하는 데 3개월을 기다려야 했고 그나마 2개월 이상 입원을 할 수도 없었다. 재활 환자 숫자에 비해 병원 수용 능력이 턱없이 모자랐던 것.

그렇게 재활 과정에 부대끼면서 황 씨는 외국의 선진적인 재활 시스템이 그리워졌고 국내에도 그런 병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자연스레 들었다.

황 씨는 남편 백 씨와 함께 자신처럼 불의의 사고를 당한 장애인들이 재활을 돕는 비영리 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 창립을 주도했다.

그러는 동안 8년에 걸친 지루한 법정 공방이 끝나고 얼마 전 가해자측 보험사는 황 씨에게 107만5,000파운드(약 19억원)의 피해 보상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황 씨는 보상금을 받자마자 그 절반이 넘는 10억원을 재활 전문병원 건립에 쓰라며 남편이 상임이사로 있는 푸르메재단에 기부했다.

황 씨는 “가난과 장애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하루 빨리 세워지길 바랄 뿐”이라며 소박하지만 절실한 희망을 밝혔다.

이런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진 황 씨는 8년간의 재활 치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을 조금 더듬는 장애가 남아 있다. 하지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또렷하고 얼굴 역시 너무나 환하다.

한편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재단 사무실에서 기부금 전달식을 가진 푸르메재단은 황 씨의 기부금으로 ‘황혜경 기금’을 조성, 민간 재활 전문병원 건립비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이 문을 여는 날은 황 씨의 소중한 마음이 재활 환자들의 새 희망으로 꽃피는 날이 될 것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