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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뉴스] 1천만원 기부, ‘재활병원 걸립에 써달라’ [위드뉴스] 2006-07-06

1천만원 기부, ‘재활병원 건립에 써달라’

‘KAIST 연구실 폭발사고로 두 다리 잃은 강지훈 씨’
‘장애극복상’ 상금 1천만원, 재활병원 건립기금으로 기부

[위드뉴스]     입력시간 : 2006. 07.06. 15:33

지난 2003년 KAIST(카이스트)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강지훈(30세, 남)씨는 연구실 폭발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강씨는 그 후 재활을 통해 의족과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지만 KAIST와의 소송으로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됐다.

6일, 푸르메재단 사무실에서 강지훈씨가 연구실 폭발사고와 재활병원 건립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지훈씨와 푸르메재단 강지원 변호사<왼쪽부터> ⓒ위드뉴스

학교를 그만 둔 이후 한 컨설팅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강씨는 지난 4월 20일(장애인의 날)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다.

강씨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소재 푸르메재단 사무실에서 ‘장애인 재활 전문 병원 건립에 써달라’며 이때 받은 ‘장애극복상금’ 1000만원을 재단에 기부하고 학교측과의 소송 내용과 재활병원 건립의 필요성에 대해 밝혔다.

지난 2003년 5월 13일 카이스트 실험실에서 실험에 쓸 질소 가스를 찾던 강씨는 길목을 막고 있던 50리터 들이 회색 가스 용기를 옮기던 순간 가스가 폭발해 두 다리를 잃게 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조사결과 내용물은 폭발력이 큰 수소와 공기의 혼합 기체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당시 밸브에도 결함이 있어 가만히 두어도 언젠가는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강씨는 연구실 폭발사고에 책임이 있는 카이스트를 상대로 지난 3년간 피해보상소송을 진행해 왔으며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학교측의 무책임한 태도와 주변 시선으로 인해 더 힘들었다”

“연구실 사고로 두 다리를 잃게 되었지만 장애 자체가 좌절은 아니었다. 이로 인해 나를 보는 학교의 시선이 더 힘들었다. 국가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다 사고가 났음에도 학교와 국가는 책임을 회피했다.”

강지훈씨는 장애 자체보다 학교의 태도와 주변 시선으로 인해 더 힘들었다고 한다. ⓒ위드뉴스

1년간의 재활훈련을 통해 의족과 지팡이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게 된 강씨는 사고로 인해 두 다리를 잃게 된 것 보다 ‘학교측의 무책임한 태도와 주변 시선으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강씨는 “가스 용기는 내용물의 종류와 안전성에 따라 눈에 띄게 표시를 해야 하고 특히 위험 가스일 경우 실내에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그 상태로 두었다는 것은 가스 용기가 언젠가는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씨는 “학교측은 사고 직후 언론의 관심이 높을 때 치료와 진로에 대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정당한 보상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학교측의 부실한 안전관리를 인정하지 않는 등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씨는 또 “학교 실험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며 “아무리 우수한 인력이 있어도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냐. 사람 한 두명 죽고 다치는 것보다 돈이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간 재활 병원 건립으로 부족한 병상 확보되어야 해’

강씨는 지난 2003년 사고를 당한 후 1년간 병원에서 생활하며 재활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부족한 병상으로 인해 3개월마다 한번씩 병원을 옮겨야 했다.

강지훈씨가 재활병원 건립에 써달라며 푸르메재단에 1천만원을 기부했다. ⓒ위드뉴스

푸르메재단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중 지속적인 재활치료나 교육이 필요한 장애인은 140만명을 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은 전국 병의원을 통틀어 4000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강씨는 “부족한 병상과 의료수가 문제, 전문인력의 부족, 환경 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와 가족모두 지쳐가고 있다”며 “민간 재활 병원 건립으로 부족한 병상이 확보되고 안정적인 재활치료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씨는 “장애인이 되고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된다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민간 재활 병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며 “민간 재활 병원 건립에 대해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강씨는 장애인은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사회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함은 물론 임시방편적 정책이 아닌 장애인의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주는 탄탄한 사회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장애인은 활동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조차 지원받지 못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이동하지 못하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현재의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장애인이 재활과 치료가 필요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두 다리를 잃고 난 뒤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갖다보니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장애인에 대한 문제는 국가의 경제적 상태와 사회 정책, 시스템 등 많은 부분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푸르메재단은 강씨의 뜻을 기려 ‘강지훈 기금’을 조성해 현재 푸르메재단이 준비하고 있는 민간 재활 전문병원 건립비로 사용할 예정이며 현재 강씨가 다니고 있는 컨설팅 회사에서도 강씨의 기부에 호응해 1000만원을 재단에 기부키로 했다.

김지숙 기자 mjs0413@wit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