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잇는 사회복사자들

2019 지역복지 이야기 마당


 


‘사람살이.’ 사람이 세상을 살아 나가는 일을 말합니다. 사회복지사는 장애인과 노인, 어린이가 동네 안에서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가꿔갈 수 있도록 든든한 다리가 되어주곤 합니다. 지난 11월 8일, 현장에서 불철주야 애쓰는 3명의 사회복지사들이 펼쳐낸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내가 내일의 걱정이 없는 이유”

종로장애인복지관 홍윤우 사회복지사


뇌병변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어르신이 살고 계십니다. 주변에서는 요양병원을 권했지만, 어르신은 완강히 반대했습니다. “난 지금 아무런 문제가 없어. 이곳이 내가 평생 있던 곳이고 아는 사람도 많거든.” 정든 공간과 익숙한 사람들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어르신을 위해 홍윤우 사회복지사는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동네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이웃과의 관계를 다져나갔습니다.



마을 통장인 치킨집 사장님은 혼자서 목욕하기 힘든 어르신과 목욕탕에 가서 등을 밀어주고, 집주인인 야채가게 강씨 아저씨는 어르신이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게 지낼 수 있게 판넬공사를 지원했습니다. 집 문제가 생겨 이사할 수밖에 없었을 때 동네에서 새집을 구한 것도, 중환자실에 입원한 어르신을 살뜰히 챙겨준 것도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선 이웃들이었습니다.


어르신은 이웃들에게 어떻게든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쌀 10kg 1포대로 만든 떡을 직접 스쿠터를 타고 동네를 돌며 나누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힘들 때 사람들이 기억해주고, 어렵거나 좋을 때나 함께 해줘서 좋아! 내가 사는데 내일의 걱정이 없어.” 이웃들 또한 어르신을 만나 자신의 것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매일 복지관에서 운동도 하고 밥도 먹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즐거워.” 홍윤우 사회복지사는 어르신과 이웃들의 관계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입니다. 지역주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기쁜 일은 널리 알리고 어려운 일은 서로 도울 때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을 얻었답니다.


“당사자 지역 수영장 이용 거드는 이야기”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박유진 사회복지사


“들어가고 싶어요.” 멀리서 수영장을 바라보던 민순희(가명) 씨. 자신이 원할 때 집 가까이에서 마음껏 수영을 하고 싶지만 장애인에게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박유진 사회복지사는 장애인을 위한 수영장을 별도로 두는 게 아니라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이를 위해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만한 시설인지 강동구와 송파구의 수영장들의 물리적 환경을 조사했습니다. 휠체어 접근이 어렵고,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주차장이 없는 등 개선할 점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시설만큼 중요한 게 또 있었습니다. 매일 만나게 될 시설 직원과 회원 등 사람들과의 관계였습니다.


박유진 사회복지사는 민 씨가 수영장을 탐색하고 이용 방법을 직접 묻는 등 자신에게 맞는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거들었습니다. 한참을 고심하다 선택한 수영장은 서울곰두리체육센터. 그 이유는 “직원이 친절해서요.” 상점 주인의 추천을 받아 괜찮은 가격대의 수영복을 고르고, 자유수영을 신청한 민 씨는 한 달 동안 사회복지사와 함께 수영장을 다녔습니다.



민 씨는 수영장을 함께 갈 수 있는 이웃을 찾는다는 안내문을 돌렸습니다. 변화는 가족 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남편이 같이 다니기로 한 것입니다.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은 관계 안에서 해결하도록 훈련한 결과입니다. “대신하지 않을 것. 지역사회에서 당당히 누리도록 거들 것. 당사자의 물리적, 사회적 환경을 잘 살필 것.” 장애가 있어도 누구나 살만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박유진 사회복지사가 세운 이 원칙을 새겨야겠습니다.


“어서와 이런 여행은 처음이지?”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조석환 사회복지사


낮 동안 돌봄을 받는 주간보호센터의 발달장애 청년들은 여행을 가더라도 이미 짜여진 일정에 참여하는 게 전부입니다. ‘장애청년들이 직접 여행을 기획하면 어떨까?’ 조석환 사회복지사는 바로 행동에 옮겼습니다. 권익옹호활동가와 자원봉사자 등 발달장애인을 잘 이해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합류했습니다.



당사자 여행을 위한 준비의 첫 단계는 주제 정하기. 사진을 곁들인 여행 코스를 보며 먹는 여행, 보는 여행, 편안한 여행 중에서 고민하던 장애청년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드넓은 바다가 있는 강원도로 가고 싶어요!” 여행지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강원도 속초. 1박 2일 ‘보는 여행’으로 결정하자 교통수단과 먹거리, 구경거리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상의했습니다.


고속버스를 타는 건 모두 처음이었던 터라 예행연습은 필수. 과천역에서 고속터미널역으로 환승하고, 티켓을 예매해 탑승구를 찾아가는 방법을 숙지한 장애청년들은 여행 당일 한 명도 늦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설렘을 안고 도착한 속초 바다. 해변을 여유롭게 거닐며 사진도 여러 장 찍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고, 먹고 싶은 음식을 사고, 식당 직원에게 부족한 반찬을 요청하는 전 과정을 알아서 해나갔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지원했던 여행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준 여행입니다.” 한 지역주민의 소감이 이번 여행의 의미를 명확히 말해줍니다. 처음엔 막막했던 조석환 사회복지사도 ‘내가 친구들과 어떻게 여행을 다녀왔지?’를 떠올리니 결코 어렵지 않았다고. “내년에는 부산 해운대를 가고 싶어요!” 여행을 마친 장애청년들은 벌써 다음 여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 사진= 정담빈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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