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뉴스] 장애인 부부의 토지문서

<칼럼>백경학과 차 한잔을

2007-02-14

 

◇이재식 양남수 부부가 푸르메재단 이사장인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사진 왼쪽)에게

장애인 재활병원을 짓는데 써달라며 시가 3억원 상당의 토지문서를 전달하고 있다.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괄괄한 경상도 분이었습니다. 대뜸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주부가 피해보상금을 기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 부부도 푸르메재단에 작은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투박하면서도 신뢰가 느껴지는 목소리였습니다.

까마득히 잊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초로의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재단 문을 들어섰습니다. 이재식(63).양남수(54) 부부였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두 분 모두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재식 씨는 1968년 군대에서 훈련 도중 발목인대가 파열되면서 다리를 제대로 굽히지 못하는 3급 장애인이 됐습니다. 부인마저 2년 전 중풍으로 쓰러졌습니다. 현재는 남편 이 씨가 가사 일을 돌보며 부인의 재활을 위해 부인과 병원을 다니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마을 뒷산을 부인과 함께 산책한다고 합니다.

부인 양 씨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며칠 전 TV를 보다 한 주부가 영국 보험회사와 8년 간의 소송 끝에 받은 보상금 10억 원을 기부하는 것을 감동 속에 지켜봤습니다” 이들 부부가 누런 봉투 속에서 조심스럽게 내놓은 것은 노후에 쓰려고 마련한 시가 3억 원 상당의 토지 문서였습니다. 양 씨가 말했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할 때 아픈 사람이 안 보였는데, 남의 불행을 깨닫게 됐습니다”라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재활병원을 짓는 데 사용해 주십시오.”

아직 중풍이 회복되지 않아 입술이 많이 떨리고 발음조차 정확하지 않았지만 마음을 담은 목소리는 너무 고왔습니다. 사무실이 숙연해졌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은 왜 이렇게 선한 사람들에게 불행을 내리시는지’하고 말입니다.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장애가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갖게 했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부부는 사무실을 떠났습니다.

앞서 한 달 전에는 미국 콜롬비아 대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떠나는 이현아(27) 씨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보내왔습니다. 1년 동안 외국계 은행에서 꼬박 고생해 번 알토란같은 1000만원이었습니다. 갑자기 재단 구좌로 이 큰 돈이 입금돼 있었습니다. 이름을 추적해 어렵게 만난 이 씨는 “800㎞가 넘는 피레네산맥 길을 혼자 걸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까’ 고민하다, 우연히 가톨릭 월간지 「야곱의 우물」에서 ‘푸르메재단’ 기사를 읽고 기부를 결심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구릿빛으로 검게 그을린 얼굴이 빛났습니다.

할아버지가 암으로 입원한 뒤 비로소 할아버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는 여중생부터 한 해 동안 가족이 건강한 것에 감사한다고 편지를 보낸 주부까지 매일 아름다운 사람을 만납니다. 세상 살기가 험해지고 무섭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지만, 뒤돌아보면 그보다 몇 배, 몇 십 배 아름답고 선한 사람들이 우리주위에는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나보다 약한 사람,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고,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눈다면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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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뉴스도 “살맛 나는 세상 만들기 위해 노력”

이런 차원에서 비영리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의 백경학 상임이사가 코카뉴스의 필진으로 합류합니다. 앞으로 백 이사가 만들어 갈 코너는 ‘백경학과 茶 한 잔을’입니다. 백경학 이사와 함께 잔잔한 삶의 여운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