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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영어마을 안에 재활촌 두면 어떨까

[기고/성용욱]영어마을 안에 재활촌 두면 어떨까

경기 파주 영어마을에 다녀왔다. 베이지색 석조건물과 분수대가 있는 광장은 중세도시를 옮겨다 놓은 것 같았다.
영어마을 한쪽의 상점에서는 외국인 점원이 손님을 맞았다. 커피전문점과 서점에서는 영어로 대답해야 했고 책값이 달러화로 표시됐다.

영어마을을 관통하는 작은 전차를 타고 상가와 시청, 도서관을 돌아다니고 고딕식 박물관과 강의실, 병원을 둘러볼 수 있었다. 8만 평이 넘는
영어마을을 산책하며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건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먼 길을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아름다운 시설과 쾌적한 주변 환경과는 대조적으로 참가자가 거의 없고 무엇보다 특별한 점이
없는 체험 프로그램을 보고 놀랐다. 입국심사와 병원, 은행에서 간단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체험의 대부분이다. 강의는 일반 학원과 별 다를 바
없었다.

재정상태는 더욱 문제라고 한다. 파주와 안산에 있는 영어마을의 적자를 위해 경기도가 매년 220억 원을 부담한다. 경기도는 파주, 안산
영어마을의 성공(?)에 힘입어 양평 화성 용인 등 10여 곳에 새로운 영어마을을 세우려 하고 있다. 인천시도 9개 영어마을 조성을 추진 중이다.
적자가 심각한데 우후죽순으로 영어마을을 세우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일본 고베 시의 ‘행복촌’이 생각났다. 62만 평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노인과 장애인의 재활을 위해 조성한 종합복지마을이다.
운영비를 자체 수익으로 충당하고 부족분은 고베 시가 담당한다.

행복촌에는 장애환자와 노인을 위한 재활병원, 사회 복귀를 위한 직업교육시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연수원과 호텔, 온천이 들어섰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일본 전역에서 자원봉사자가 몰려온다. 기업도 신입사원 연수를 자원봉사활동과 겸하니 사회공헌의 체험장인 셈이다. 연간
방문객이 200만 명이어서 나눔을 실천하는 교육장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마을을 이런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이 어떨까. 영어마을 한쪽에 재활복지마을을 짓는 것이다. 몇 마디 영어만 배운 뒤 떠나지 않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과 건강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정신을 배우는 곳으로 말이다. 세상을 배우는 인성교육장으로 영어마을을
업그레이드시키자.

성용욱 푸르메재단 간사

2007.03.23 03:0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