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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서구재활시설 기획연재

[기획연재 ①] ‘배려의 기술’은 끝이 없어라

 

공원, 양로원, 요양원에서 휴식 같은 치료, 치유받는 휴식을 즐긴다

▣ 빈·도른비른·메르겐트하임=글 구둘래 기자anyone@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오스트리아 빈, 화창하게 맑은 5월1일 노동절, 취재가 비어버렸다. 맞아줄 노동자가 없다. 전세계의 노동자가 쉬니 동양의 ‘이주노동자’도 예외 없이 쉰다. 그래도 취재 목적에 맞게 ‘재활’ 냄새가 나는 ‘쿠어파크 오버라’(Kurpark Oberlaa)를 찾았다. ‘쿠르’파크는 투르크파크? 터키인들이 공원에 많이 보인다. 유럽의 것으로는 한국과 가장 유사할 음식을 담은 도시락이 밥 때를 알리고 풀밭에서는 히잡을 쓴 여성이 사정없이 세게 공을 던진다. 그러고 보니, 도심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았는데 걸어도 걸어도 풀밭이다. 어린아이들은 꺾은 꽃을 손에 쥐고 마음껏 달음박질한다. 갖가지 이름의 정원이 이어지고 작은 동물원까지 있다.


△ 독일 메르겐트하임의 요양공원 내에는 절대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0분이 더 걸려 오리가 노는 호수에 도착했다. 저 멀리로 병원과 호텔이 보이니 여기가 공원의 끝이다. 86만㎡에 조성된 이 쿠어파크 오버라 말고도 빈에는 16개의 크고 작은 공원이 있다. 알레르기 정원이나 쿠어 정원이 모여 있으나 뭔가 치료한다는 ‘쿠어’파크란 이름은 거창해 보이는 게 사실. 하지만 ‘쿠어파크’가 은유로서는 그럴듯하다. 휴식 같은 ‘치료’. 날이 날인 만큼 이런 말도 어울리겠다. 노동절에 얻으려던 것이 여기 펼쳐져 있다. 치유받는 휴식을 즐겨라.

화장실과 방 사이 유리가 있는 이유

오스트리아 도른비른의 양로원(Pflegeheim Dornbirn)은 2005년 10월 신축된 ‘최신식’ 건물이다. 건물은 낡아가겠지만 건물 구석구석에는 영원히 최신식으로 머무를 배려가 숨어 있다. 믿음직하게 생긴 양로원의 행정관 마르틴 뫼서의 설명에 홀딱 넘어가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배려의 기술’로 지어진 건물의 비밀은 벗겨도 벗겨도 끝이 없다. 건평 740㎡의 건물을 들어서면 있는 로비는 ‘품격 있는 호텔’에 산다는 느낌이 들도록 꾸며져 있다. 한쪽 벽을 덩굴이 타고 내려와 있는데 로비의 홀은 5층 건물의 지붕까지 이어져 하늘이 보인다. 가운데가 뻥 뚫린 구조가 층층이 이어지는 것인데,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모든 층의 노인들이 동네 한 바퀴를 돌듯이 운동할 수 있다. 2층에 11실, 3층부터 5층까지 각층 32실로 총 107개의 방이 있다. 아래층의 방 11개는 치매나 뇌졸중이 있는 노인들이 사용한다. 한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이 25㎡가 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방 크기가 그만큼이다. 건물의 내벽은 나무와 벽돌, 두 가지 재질로 꾸몄다. 노인들이 묵는 방은 나무로,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나 세탁실, 요리실, 간호사실 등은 벽돌로 꾸몄다. 노인들이 “나는 좋은 곳에 사는 사람, 너는 우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바닥재는 양탄자를 깔아 집 같은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각 층마다 식당이 있고, 만남의 장소로 두 가지 타입의 방을 두었다. 하나는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방이고, 하나는 벽난로를 둔 편안하게 쉬는 방이다.

△ 오스트리아 도른비른 양로원 건물 곳곳에는 노인들을 편안하게 모시기 위한 작은 배려가 숨어 있다. 간병인 40명이 입주자들을 돌본다.

 

식당은 베란다가 보이는 식당과 없는 식당이 두 가지로 나란하다. 기분에 따라 고르라는 것이다. 현대적인 건물에 고풍스런 가구들을 두어 편안함을 느끼게 한 점도 돋보인다. 각 방의 방문 가로 길이가 아주 길다. 휠체어나 가구의 이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문에서 거실까지의 공간이 중요한데 노크를 하고 문으로 들어와 바로 볼 수 없도록 하여 사생활을 보호한다. “누구세요” 묻고 문안 인사로 방문객을 확인하는 것이다. 각 방의 화장실과 방 사이 벽의 윗부분은 유리로 되어 있다. 절약이 몸에 밴 노인들은 화장실에 갈 때 불을 켜지 않는데, 방의 불이 화장실로 스며들어서 과히 어둡지 않고, 불 끄는 걸 깜빡깜빡 잊는 경우에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바닥 쪽에는 빨간 버튼이 있어 넘어지면 누를 수 있다. 눈이 잘 안 보이는 노인들을 위해 문은 굴곡이 져 있다. 창을 아래까지 내려 침대에 누운 노인들도 밖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병원, 공원이 세트로 구성된 휴양도시

나중에 이 ‘양로원’은 양로원이 아니라는 놀라운 비밀이 밝혀졌다.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오스트리아 국민 4단계에서 7단계로 분류된 사람들이다(전혀 보호가 필요 없는 사람이 1단계, 100% 의지해야 하는 사람이 7단계). 이 분류는 나이와 자립 정도에 따라 이루어져서 현재 이 ‘시설’에는 45살인 사람도 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에는 적어도 “노인이 되어 길거리에 있는 사람은 없다”고 뫼서는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으며 80%가 국가 보조다. 나머지는 연금보험으로 충당된다. 하지만 이발, 발마사지 등의 서비스는 개인 돈으로 한다(용돈은 안 주는 모양이다).

이런 ‘배려의 기술’을 축적하고 설계한 당사자가 궁금하다. “시의회에서 1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양로원이 필요하다고 2년 반 전에 결정이 내려졌다. 결정 뒤 워킹 그룹이 만들어졌다. 그룹에는 노인들과 건설회사 사회복지사, 간병인 대표, 건축가 코디네이션 담당자가 포함됐다. 2년 전부터 노인 인구 구성비가 높아져서 이런 시설을 많이 지었다. 그래서 수용 분류 체계에 속하는 사람은 100% 수용할 수 있다.” 다른 양로원도 이렇게 좋은 것일까. 겸손한 행정관의 대답. “가장 좋은 양로원이기를 바라지만 좋은 양로원 중 하나일 것이다.”

독일인은 1년에 열흘 정도 병가를 내는데 이때 주로 가는 곳이 요양원이다. 온천 지역 바트 메르겐트하임은 요양원 쿠어하우스 쾨니히(Kurhaus Ko-움라우트-nig), 요양공원, 재활병원이 세트로 구성된 도시다. 요양원에서 척추운동이나 정신이완을 위해 치료를 받으며, 음식 교육, 수면 교육, 심신이완 훈련을 하고 병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마사지와 수중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 요양원과 이어진 요양공원에는 나무 2천 그루, 튤립·수선화 100만 송이가 심어져 있다. 여름이 되면 50만 송이의 꽃이 공원을 덮게 된다. 기찻길이 옆으로 지나는데 이쪽 편의 내부 공원이 15만㎡, 기찻길 아래로 뚫린 터널로 연결되는 외부 공원이 14만㎡이다. 공원을 걸어가면 야외 음악당과 이 모든 시설의 ‘시원’이 된 샘, 샘물을 마실 수 있는 시설, 콘서트홀, 쇼핑센터 등이 드문드문 조성되어 있다. 쇼핑센터 안쪽으로 아늑한 공간이 잠겨 있다. 약초들이 둘러싸고 8개의 스피커에서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와 절대적으로 심신이 안정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공원이 끝나면 재활병원이 있다. 이곳은 수술 환자들을 위한 재활치료를 한다. 이 재활병원에 들면 메르겐트하임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공원은 정해진 시간에 요금을 내야 하는 것 외에 일반 개방이다. 병원과 요양원은 의사의 진단서를 끊은 뒤에 오며, 보험회사에서 요금을 지불한다. 지정된 보험회사에서 주로 보내는데 요양원에서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홍보가 활발한 편이다. 시설을 안내해준 크리스티나 보이트는 “보험회사 등에 로비를 하거나 광고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후원: (주)미원상사, 법무법인 한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