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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호승 시인 장애인가족 위한 시 강연회 “바닥을 딛고 일어나십시오”

 ◇13일 광화문 KT아트홀에서 열린 시강연회에서 정호승(왼쪽) 시인장애 아동 부모에게 사랑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바닥에 대하여’에서)
시집 ‘서울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의 정호승(58) 시인이 장애 아동 가족의 고달픔을 시로 달랬다. 장애 아동 부모에게 “인생의 바닥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다”면서 “‘바닥’이 비참하리라는 것은 상상일 뿐, 그저 바닥을 딛고 일어나십시오”라고 당부했다.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이 13일 서울 광화문 KT아트홀에 마련한 강연회 ‘시는 인간에게 위로를 줍니다’에서 정 시인은 자작시 14편을 장애인 가족에게 들려줬다. 삶에 대한 긍정과 모성이 담긴 시편들이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수선화에게’에서)
정 시인의 따뜻한 목소리는 20여명의 장애인 가족을 어루만졌다. 휠체어를 탄 청년과 장애아 부모들은 시인이 건네는 위로에서 잠깐 고단함을 잊었다.
“장애인 자녀 키우기는 비장애아 양육보다 몇천 배 힘들 겁니다. 장애 아동 어머님들을 내 시로 위로하고 싶었어요. 시의 가장 큰 역할은 바로 위안이니까요. 전 예술지상주의자가 아니에요. 제 시가 그분들에게 생수 한 모금 같은 위로가 되는 걸로 족해요.”
그는 ‘술 한잔’ ‘넘어짐에 대하여’ ‘나팔꽃’ 등의 시를 차례로 낭송하며 외로움과 시련에 대처하는 지혜를 설파했다.
정신지체 1급인 아들을 둔 박문희(50)씨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란 시구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며 정 시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장애아를 키우는 서러움은 당사자가 아닌 한 몰라요. 친형제조차 그 고통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늘 슬픔에 잠겨 있지는 않아요. 기쁨과 행복도 듬뿍 맛봅니다. 이렇게 우리의 속내를 알아주는 시인도 곁에 있잖아요.”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