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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노는 장애인

홍서윤 4월 칼럼

 

보통의 사람들은 휠체어를 탄 사람을 환자 또는 일상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 경우로 여긴다. 신체적 어려움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수적이고, 심리 상태도 그리 밝거나 긍정적이지 않다고 보기도 한다. 이러한 ‘편견’은 거리에서 쉽게 장애인을 마주하거나, 학교·회사 등 일상에서 장애인과 어울려 살지 못한 것도 한몫 하고, 오랫동안 미디어를 통해 축적된 것일 수도 있고, 개인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져서일지도 모르겠다.

장애인이 ‘잘 논다’고 하면 보통은 아주 따뜻하고 온화한 방식으로 여가를 즐긴다고만 생각한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주인공처럼 집 밖을 나와 산책을 하거나 일광욕을 하는 행복한 모습이 장애인들이 잘 노는 모습처럼 여겨지거나, 친구들과 소박하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정도를 잘 노는 모습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이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이라는 소수 집단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일 수 있고, 미디어를 통해 가동한 상상력이 발현될 것일 수도 있지만, 장애인도 생각보다 ‘잘 논다.’

꽃이 피는 봄부터 가을까지 도시에서 때로는 유명 여행지에서 페스티벌이 자주 열린다. 그 중에서도 음악 페스티벌에는 최근 휠체어를 타고 오는 장애인의 비중이 상당이 늘어났다.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휠체어를 타는 관람객에게는 장점인 듯하다.

지난해 여름, 가수 싸이의 야외 공연을 찾은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지난해 여름, 가수 싸이의 야외 공연을 찾은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상대적으로 편의성이 좋은 한강 주변의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름대로 시설이 있으니 공연을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음악에 열광하고 싶은 것은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좋아하는 공연을 보러 온 팬이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이다. 이렇게 장애인이 음악 페스티벌을 찾아가는 이유는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공연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휠체어석이 마련되는 공연장이 늘어나면서, 장애인들의 문화 소비도 조금씩 변화하는데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러 가는 장애인들도 늘고 있다. 한번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을 보기 위해 전화 예약을 했다. 워낙 인기가 많고 빠르게 매진되는 공연이라 가까운 좌석을 탐내기보다 휠체어석에서 관람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여유롭게 날짜를 확인하고 전화 예약을 진행하는데, 휠체어석도 예약이 많아 빠르게 진행하지 않으면 예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에. 앞으로는 뮤지컬 공연의 휠체어석 경쟁이 치열해질 것만 같아서 빠른 예약 노하우를 전수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 덕질(?)은 어떠한가. 덕질은 신조어이다.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오타쿠가 ‘오덕후’(줄여서 덕후)이라는 신조어로 변형되었다. 특히 ‘덕질’은 특정 관심사를 전문가 수준으로 파고드는 마니아적 행위를 의미하는데 대개 아이돌과 같은 가수의 앨범을 모으고 공연을 따라다니는 팬들에게 빗대어 쓰이기도 한다. 아이돌 팬미팅이나 공연에도 최근 10대 장애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팬덤 문화는 감히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성을 존중하고 팬심 하나로 대동단결되는 엄청난 단합력을 보인다.

일례로, 한 10대 장애인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고 싶었으나 휠체어석을 예매할 수 없게 되었다. 속상한 마음에 문제 내용을 SNS로 팬들 사이에 공유했다. 그리고는 팬들이 직접 나서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당연히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며 아이돌 기획사와 공연 주최 측에 강하게 요구하였다. 팬들의 이런 마음은 좋은 것은 함께 봐야 한다는 공감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일지 모르겠다. 공연 문화와 아이돌 문화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한 짧은 사례이다. 덕후들의 공감대가 순기능으로 발현되는 순간이다.

휠체어를 탄 채 싸이 공연을 즐기고 있는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휠체어를 탄 채 싸이 공연을 즐기고 있는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주관적이긴 하지만 월드 스타 싸이의 공연은 국내에서 휠체어 접근성이 좋다고 평한다. 대중가요 공연은 주로 스탠딩 공연이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휠체어석이 본래 마련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싸이의 공연은 티켓을 판매하는 시점부터 휠체어석을 충분히 고려하였고, 예약 과정이나 실제 공연 관람에서도 휠체어 관람객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여름에 열리는 야외 공연에는 스탠딩 관람객 때문에 시야가 보이지 않을 것을 감안하여 아주 높은 단을 만들어 시야가 뻥 뚫린 휠체어석을 만들어놓았다. 겨울 실내 공연은 보통 체육관에서 진행되는데, 체육관 내부의 휠체어석을 적극 활용하여 장애인 관람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어두었다. 그래서인지 지난 연말 싸이 콘서트에서 상당히 많은 수의 휠체어들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과거에 비해 공연 문화에서 장애인을 수용하는 태도는 나아지고 있다. 물론 공연마다 기획사나 주최 측마다 상이하긴 하지만 적어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했던 지난날과 비교하면 상당히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전에 또는 현장에서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조율을 하는 작업들이 종종 있지만 분명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큰 규모의 비싼 공연 혹은 널리 알려진 유명 스타의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변화이고, 소규모 문화 행사나 연극, 소극장 공연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지점이 많이 남았다.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변화된 공연 문화 속에서 장애인도 이제 참 ‘잘 놀 줄 안다.’

*글=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홍서윤은 장애인여행작가이자 현재 한양대학교 관광학 박사에 재학 중이다. “당신이 여행을 갈 수 있다면 나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여행이라고 특별하지 않다. 그렇기에 장애인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장애인도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여행(Tourism for All)이 뿌리내리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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