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김태원 씨의 '아픈 손가락'

'부활'의 리더 김태원 씨 인터뷰


 


'부활' 리더 김태원 씨와 아들 우현 씨 등 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김태원 씨 제공
'부활' 리더 김태원 씨와 아들 우현 씨 등 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사진=김태원 씨 제공

2018년 12월 27일 해질 무렵. 연말 공연을 이틀 앞둔 이날, 부활의 리더 김태원씨는 인터뷰 내내 좀처럼 기타를 내려놓지 못했다. 맞춤제작한 그 기타의 이름은 폴 제페토. 폴은 자신의 세례명이고 제페토는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를 뜻한다고 했다. 제페토가 죽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어 피노키오를 만들었듯, 자신의 기타에서 생명의 기운이 샘솟기를 바라며 붙인 이름이었다.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예능인이기에 앞서 “외로움이 직업인” 고뇌하는 음악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이 분명한 인물. 1985년도에 데뷔해 30년 넘도록 주옥같은 명곡들로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또렷하게 구축한 창작자. 부활의 음악을 접하며 청춘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선율과 스토리를 남긴 우상. 하지만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김태원씨가 걸어온 길은 거칠고도 불안했다.


올해 스무 살이 된 아들 우현씨는 최근 어머니 이현주씨와 함께 방송에 자주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자폐성 장애인이다. 둘째로 태어난 아들이 세 살 때 발달장애 판정을 받자 부부는 낭떠러지 위에 올라선 막막함을 느꼈다. 이후로도 한동안 아빠는 아들의 장애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세상 앞에 당당히 나서기까지, 너무도 고통스럽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발달장애인 가정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가 되기를


유년기,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기에 접어든 발달장애인의 현실과 그들을 돌보는 부모의 절박한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는 김태원씨.


“위기를 겪는 발달장애인 가정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는 사회로 가야한다”고 말하는 김태원씨.
“위기를 겪는 발달장애인 가정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는 사회로 가야한다”고 말하는 김태원씨.

“저희 아이도 올해로 스무 살이 됐습니다. 그런데 아들의 미래를 꿈꾼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당장에 처한 상황을 해결해나가기에 급급하니까요.”


무엇보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면서 나머지 가족들이 겪는 엄청난 고통에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주위에 있는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요. 제 아내가 그랬고, 큰딸아이도 그랬습니다. 특히 부모가 장애 있는 아이만 쳐다보는 사이에 소외감을 느끼는 비장애 자녀들이 큰 문제예요. 모든 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움 아닐까 합니다.”


사회경제적 발전에 비해서 장애 문제에 대한 인식과 장애인을 위한 복지의 수준이 여전히 낮은 실정도 안타깝다고 말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정부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의지와 일관성이 부족해보이고요.”


‘우리가 죽은 뒤에 저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지?’


사정이 이렇다보니 발달장애 자녀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오로지 부모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태원씨의 생각이다.


“발달장애인이 성인기에 접어든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 누구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떤 시설이나 서비스를 이용했더니 괜찮더라, 이런 사례도 없는 것 같아요. 결국 오롯이 개개인이 알아서 준비할 문제로 남는 실정이지요. ‘우리가 죽은 뒤에 도대체 저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이런 걱정을 부모라면 누구도 지울 수 없을 거예요.”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김태원씨도 같은 심정이다. 그만큼 부모들에게는 ‘비빌 언덕’이 없는 사회다.


부인 이현주씨가 발달장애인의 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노력과 장애인식 개선 활동에 열성을 바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부부는 매년 사비를 들여서 예닐곱 가정을 초청해 캠프를 펼치는데, 벌써 6년째가 됐다. 자원봉사자들이 발달장애 자녀들을 돌보도록 하고 그 부모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쉼과 치유의 시간을 선사하는 자리다.


김태원씨는 “발달장애 부모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터”를 만들어달라고 말한다.
김태원씨는 “발달장애 부모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터”를 만들어달라고 말한다.

“아내가 제 손을 잡아끌고 전국 각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안 가본 데 없이 발로 뛰는 열정적인 사람이지요. 저 역시 발달장애와 관련된 행사나 요청을 마다하지 않는 편입니다.”


사비를 들여 발달장애인 부모캠프 6년째 개최


아들 우현씨는 필리핀에서 드럼 연주를 배웠는데 요즘 그 매력에 흠뻑 빠져있단다. 말로 표현은 못해도 자연의 리듬을 느끼고 이해할 줄 아는 것 같다고. 아버지는 아들이 좋아하는 드럼을 마음껏 치면서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한다.


푸르메재단이 추진하는 스마트팜 이야기를 듣고 “아름다운 구상”이라면서 “내가 쓰임을 받을 수 있다면 언제든 불러달라”는 김태원씨. 발달장애인의 부모로서 품는 기대와 당부를 조용하고도 단호하게 전했다.


“좋은 모델을 만들어주세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진정 행복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우리 부모들이 더 이상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정태영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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