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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젠 복지부 인턴으로 희망 전해요-푸르메 홍보대사 이지선씨

분야 : 사회  2009.7.8(수) 03:04 편집

“이젠 복지부 인턴으로 희망 전해요”

이지선 씨(왼쪽)가 7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만나 자신의 저서 ‘지선아 사랑해’와
‘오늘도 행복합니다’를 선물했다. 사진 제공 보건복지가족부

전신화상, 절망, 그리고 홀로서기 9년…

■ 美유학중 한국 온 이지선 씨

“저는 안 늙을 거래요. 피부에 주름이 안 생겨서요.”

7일 오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실. 전재희 장관이 “지금도 예쁜 얼굴인데 예전엔 얼마나 예뻤겠느냐”라며 안타까워하자 이지선 씨(31·여)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이화여대에 재학 중이던 2000년 7월 교통사고로 온몸의 55%에 화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40번도 넘게 수술을 받았다는 이 씨는 2008년부터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사회복지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온 이 씨는 복지부에서 ‘한 달짜리’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관심 있는 분야인 장애인 정책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공부하고 싶어 무작정 복지부에 이력서와 편지를 보냈다. 복지부는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고, 이 씨는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계동 복지부로 출근하고 있다.

이 씨는 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저서 두 권을 선물했다. 그는 “저는 다 자란 다음에 화상을 입었지만 어린이는 화상을 입으면 뼈는 자라는데 피부가 자라지 않아 굉장히 고통스럽다”며 “화상 장애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전 장관은 “앞으로 계속 우리 장애인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년간 미국에서 공부한 이 씨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는 대부분 버스에 휠체어 리프트가 달려있다”며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일반인처럼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편의시설이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미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도입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후 그가 처음부터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고를 일으킨 상대 운전자를 원망할 겨를도 없이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화상을 입은 온몸에서 진물이 흘러나왔고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목숨은 건졌지만 겉모습만큼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 씨는 “다른 것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고 겉모습만 달라졌을 뿐인데 세상의 주변으로 밀려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식당에 들어서면 모든 사람의 이목이 집중됐다. 밥을 먹고 있으면 “어쩌다 그렇게 됐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다.

그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내가 연예인 같아서 저렇게 쳐다보는 거야’라고. 이 씨는 “모습이 낯설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 것”이라며 “낯설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사진을 찍었고 TV에도 출연했고 책도 썼다”고 말했다. ‘왜 하필 내가 이렇게 됐을까’라는 생각은 더는 하지 않았다. 신에게도 뜻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 그는 “내년에 사회복지전공 석사과정을 마치게 되면 박사과정에 도전할 것”이라며 “장애인이나 노인처럼 소외된 계층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움직였다.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www.ezsun.net) 방명록에는 5만8000건이 넘는 글이 올라와 있다. 방문객 대부분이 이 씨의 책을 읽고 감동해 찾아왔다. 푸르메재단 홍보대사이기도 한 이 씨는 재단 주최로 11월 미 뉴욕에서 열리는 재활병원 건립 기금 마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그는 “마라톤은 처음이라 기대가 된다”며 웃었다. 걷고 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