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장애인의 또다른 장애

장애인의 또다른 장애 '비만'

운동 어려워 살 찌고 장애 악화되는 '악순환' 처해
헬스장 등선 외면 살뺄곳 없어… 사회적 관심 절실

지적장애 2급인 박모(22)씨는 키 165㎝에 몸무게 101㎏, 체질량지수 38%(정상 20∼24%)의 중증고도비만이다. 어릴 적엔 수영을 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만두면서 점점 살이 쪘다. 조금만 움직이면 예전보다 땀이 많이 나고, 땀 나는 게 싫어 덜 움직이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적극적인 성격도 소극적으로 변했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스스로 먹는 것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다.

어머니가 억지로 먹는 것을 줄이고 운동도 시켜보지만 박씨가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아 그만두기 일쑤다. 박씨 어머니는 “앞으로 살이 더 찌면 성인병 등이 걱정이 돼서 비만을 관리해 주고 싶은데 장애인이 갈 만한 곳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장애인은 비만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사회적 무관심과 지원 부족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13일 푸르메재단이 장애인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4%가 비만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한 국내 성인 비만률 31.5%보다 높은 수치다.

푸르메재단 이재원 간사는 “지적장애나 뇌병변장애의 경우 먹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고, 휠체어를 탄 분들은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적어 살이 찌기 쉽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비만은 단순히 ‘살이 쪘다’고 넘기기에는 건강에 치명적이다. 당뇨·고혈압 등 여러 합병증이 일어나고 성격도 소극적으로 변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장애 정도가 악화하기도 한다.

특히 꾸준한 자기관리가 어려워 비만 치료가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많아 한 달에 몇십만원 하는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다. 푸르메재단이 대한비만체형학회와 손잡고 지난 4월부터 매달 장애인 2명에게 비만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대상자는 너무나 제한적이다.

지역 장애인복지관도 여건이 여의치 않다. 지난 4월부터 비만인 지적장애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로팻(Low-Fat)’ 교실을 운영 중인 서부재활치료센터의 권미림 사회복지사는 “수영장, 헬스장, 체육관 등을 갖춘 사회체육시설이라서 사정이 좋지만 다른 복지관은 엄두를 못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생활체육을 담당하는 김선형 사회복지사도 “지역사회 헬스장 등에서는 사고 위험을 우려해 장애인 이용을 꺼리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대한비만체형학회 장두열 회장은 “장애인도 비만 예방·치료에 식사·운동 조절은 기본”이라며 “치료 과정에서 장애인들을 만나보니 자기 몸에 생기는 작은 변화를 느끼면 가능성을 느끼고, 보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는 쪽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기사입력 2009.07.13 (월) 20:08, 최종수정 2009.07.13 (월)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