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섹션

[연합뉴스] 장애아 가족들의 특별한 성탄절 음악회

아동문학가 등 기부자들, 푸르메어린이재활센터서 공연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장애 어린이들이 재활 치료를 받는 서울 종로구 푸르메어린이재활센터가 아늑한 소규모 공연장으로 깜짝 변신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이곳에서는 한방 치료를 받는 5세 미만 저소득 장애어린이 20여명과 가족들이 60㎡ 남짓한 공간을 가득 메운 가운데 의료복지법인 푸르메재단 주최로 `작은 성탄음악회’가 열렸다.

일찍부터 행사장을 찾아 자그마한 얼굴 양 볼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려넣은 아이들은 산타 모자를 쓰거나 사슴 머리띠를 하고 가족 품에 안겨 단 하나뿐인 공연을 선사해 줄 연주자들을 맞았다.

거문고, 해금, 장구 연주자들이 거문고 산조를 연주하고 어린이그림책 화가 김성종씨가 판소리 흥보가의 한 자락을 열창했다. 피아노 선율에 맞춰 가야금과 해금으로 연주된 `실버벨’도 울려 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올 한 해 동안 치료받느라 수고한 아이들과 부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져갔다.

아이들은 공연을 보면서 흥을 이기지 못하고 팔을 휘젓거나 무대에 나가 뒤뚱뒤뚱 춤을 추고 `꺅’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부모들은 오로지 이들만을 위한 음악회에서 모처럼 눈치를 보지 않고 공연을 즐겼다.

무대로 달려나가 엉덩이를 흔들고 춤추는 지적장애를 앓는 호영(5)이에게도 부모들은 “조용히 하라”고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기보다는 마음 놓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아들 진혁(4)이를 안고 공연을 지켜보던 김연복(33.여)씨는 “아이가 장애가 있다 보니 크리스마스에 데리고 외출하는 데 제약이 있어 이런 곳에 와본 게 처음”이라며 웃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딸 수정(11)이를 데리고 온 지상원(48)씨도 “크리스마스에 특별한 계획을 못 세웠는데 수정이를 데리고 이 행사에 올 수 있어서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선물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재활센터 허영진 원장은 “평소에 언어나 인지능력이 불완전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공연장을 찾기가 어려웠을 텐데, 아이들이 주인공이 돼 편하게 웃고 울고 소리낼 수 있는 공연을 온 가족이 마음껏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음악회에는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으로 유명한 장애인 이지선(31.여)씨가 ‘깜짝 손님’으로 케이크를 사 들고 행사장을 찾았다.

대학교 4학년이던 2000년 교통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수십 차례 수술을 받았던 이씨는 좌절하지 않고 시련을 딛고 일어서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인물이다.

이씨는 무대 앞에 나가 “장애라는 게 짧은 시간에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가져가야 하는 건데, 갈 길이 멀겠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더 큰 기쁨이 생길 것”이라고 격려했다.

또 “제 부모님이 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걸 봤기 때문에 장애 어린이 부모님들이 얼마나 힘드실지 잘 안다. 하지만, 아플 때는 부모님이 세상에 전부이기 때문에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아이들 곁에서 힘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