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장애인 건강지킴이 ‘푸르메재단’

“장애어린이 재활지원 시급”

한방어린이재활센터, 합병증 예방 치료비 지원
양방 재활치료실도 만들어 진료혜택 확대 계획

시민사회단체는 여러 영역에서 시민의식을 개선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정치 경제 환경 교육 장애인 여성 등 그 범주는 넓고도 다양하다. 하지만 중요도와 역할에 비해 시민들의 관심은 높지 않다. 정부 지원이나 기업 시민 후원이 넉넉하지 않아 재정적으로도 열악하다. 그럼에도 정부 손길이 닿지 않는 사회 약자층을 돕는 시민단체는 많다. 내일신문은 작지만 큰일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를 발굴·소개한다.

“아이가 걷는 걸 보니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선천적 장애를 가진 이 모(6)군의 어머니 조 모(40)씨는 이군이 지난해 10월 처음 걸었을 때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군은 18번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에드워드증후군을 갖고 태어나 뇌병변 1급 판정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발달이 늦어 이제껏 혼자 걷지 못했다. 이군이 걸었을 때는 푸르메한방어린이재활센터를 다닌 지 3개월이 됐을 때. 조씨는 “재활병원과 장애인 복지관에서 하는 치료는 운동을 시켜주는 것에 그치는데 한방치료는 건강을 돌봐준다”면서 “예전에는 감기에 걸리면 폐렴으로 이어져 일주일이 넘게 입원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1~2일이면 괜찮아진다”고 말했다. 옹알이도 하지 못했던 이군은 이제 가끔 “엄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푸르메재단에서 운영하는 푸르메한방어린이재활센터는 장애가 고착되기 이전인 5세 이하의 뇌성마비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어린이들을 한방으로 치료하는 장애어린이 치료센터다. 이명희 간사는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은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방치료는 이를 예방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장애어린이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를 통해 복지관에서 물리치료 등 양방 치료는 받지만 한방치료는 잘 받기 어려웠다. 장애어린이들을 진료하는 한의원이 별로 없는데다 월 200여만원에 이르는 등 워낙 고가이기 때문이다.

조씨는 “일반 한의원에서는 치료를 받으려 해도 (장애인들은) 아예 받지 않는다”면서 “한방치료가 좋다는 것을 알아도 보호자들이 비싼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센터에서는 16명의 어린이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 계층이거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가정의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푸르메재단은 가정 형편에 따라 전액에서부터 절반에 이르기까지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정태영 기획팀장은 “강원도 홍천에서 서울 종로까지 오는 등 멀리 지방에서 오는 어린이들이 많다”면서 “보호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온다”고 말했다.

한방어린이재활센터는 푸르메재단이 생기기 이전부터 장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의료자원봉사를 해 온 허영진 한의사가 맡아 주4일 오전 시간에 진료하고 있다. 허 한의사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고 한의학의 도움으로 본인이 많이 건강해진 후 한의사가 돼 장애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산하 약침학회에서도 매달 수천만원 어치의 환약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푸르메재단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기업 후원 등도 넉넉하지 않아 재원이 부족하다. 자원봉사자 등 인력도 더 필요하다. 정 팀장은 “대학생 봉사자들이 있지만 시험 기간에는 나오지 않아 지속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봉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푸르메재단은 중장기적으로는 어린이재활센터를 확대 건립해 양방 장애어린이 재활치료실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한방어린이재활센터 외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대상 치과를 통합 운영할 준비도 하고 있다.

정 팀장은 “재활치료실에는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해 어린이들을 돌보게 될 것”이라면서 “기업 지방자치단체와 손을 잡고 올해 안에 착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무슨 일 하나
비영리 재활전문병원 세우는 데 주력
후원 절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모금도

푸르메재단은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다함께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04년 설립됐다.

언론인 출신 백경학 상임이사가 설립을 주도했다. 백 상임이사의 아내가 영국에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으면서 영국 장애인 재활진료 시스템을 접하게 된 것이 직접적인 동기다. 선진국과 달리 열악한 국내 재활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푸르메재단은 민간재원으로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장애인 의료지원 방안을 고민하다 2007년부터 장애인 대상 치과인 푸르메나눔치과와 푸르메한방어린이재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푸르메나눔치과는 상주 의사 1명과 의료자원봉사를 하는 의사 6명이 장애인들을 진료한다. 장애유형과 등급 가정 경제 형편에 따라 30~70%까지 진료비를 지원한다. 충치 치료에서부터 임플란트까지 다양한 진료를 하고 있어 호응이 높다.
정 팀장은 “구강 건강은 식생활과 연결되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면서 “일반 치과에서는 장애인들을 잘 받아 주지 않아 장애인 치과 진료는 의료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푸르메재단은 장애인 대상 비영리 재활전문병원을 건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토지를 지원받았으며 기업 시민들의 후원을 받고 있으나 보다 많은 도움이 절실하다.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모금을 하고 있다.

<진료 문의 및 후원 전화 02-720-7002>